이퓨스라는 말은 영어가 아니다. 여러 영어 사전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 구글 검색을 통해 이 말의 기원이 히브리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대인출신으로 추정되는 메이저리거 외야수 모리스 반 로베이스(1914-1965)가 1942년 시범경기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팀 동료 투수 립 세웰(1907-1989)이 이상한 볼을 던지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이 말을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피츠버그는 인디애나주 먼시에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 경기를 가졌다. 피츠버그 포수 알 로페즈는 디트로이트 타자 딕 웨이크필드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3볼’ 상황에서 세웰에게 체인지업을 던질 것을 주문했다. 세웰은 높이 치솟다가 홈플레이트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볼을 던졌다. 좀처럼 보기 드문 변화구의 일종이었다. 타자는 잠시 주춤하다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헛 스윙을 하곤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렸다. 경기 후 피츠버그 선수들 사이에서 이 볼이 웃음거리가 됐다. 피츠버그 프랭키 프리쉬 감독조차 이 볼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했다. 로베이스는 이 때 이 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그 볼은 이퓨스입니다. 이퓨스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뜻입니다”라고 말했다. 히브리어로 ‘Efes’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의미의 영어 ‘Nothing’와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이퓨스는 히브리어로부터 유래된 것으로 미국 용어 사전 등에서 설명한다.
이퓨스의 창시자 세웰은 우연한 기회에 이 볼을 개발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있던 1941년 12월7일 일요일, 그는 휴가로 찾았던 플로리다주 오칼라에서 사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총기 사고로 산탄총 14발이 갑자기 그의 발목에 맞았다. 사고 후 그는 전처럼 발목을 움직여 볼을 던질 수가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버티기 위해선 새로운 투구동작이 필요했다. 오버핸드로 직구를 던지는 것처럼 해서 느릿느릿 기어가는 볼을 만들어냈다. 세 개의 손가락으로 잡고 백스핀을 먹여 던진 볼은 정점에서 25피트까지 올라갔다. 타자들은 시속 50마일(약 80-90km) 정도로 많은 회전과 함께 날아오는 볼의 타격 기회를 전혀 잡지 못했다. “보기에 우습고, 잡기는 좋고, 치기는 어렵다”고 스스로 이뷰스에 대해 말한 그는 1942년 17승, 1943년과 1944년 21승을 각각 거두며 내셔널 리그에서 에이스로 맹위를 떨쳤다.
1946년 올스타 멤버로 선정돼 보스턴 렉드삭스 홈구장인 팬웨이 파크에서 뛰기도 했다. 당시 올스타전에서 세웰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타자인 테드 윌리엄스(1918-2002)와 맞승부를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2차세계대전 참전영웅이 돼서 돌아온 윌리엄스를 상대로 그는 이퓨스 볼 3개를 던졌다. 1구 헛 스윙 스트라이크, 2구 파울볼로 처리한 뒤 3구를 던졌다. 천부적인 타격감각을 지닌 윌리엄스는 홈플레이트에서 한 두발 앞으로 나가 떨어지는 볼을 힘있게 때려 오른쪽 외야 펜스를 넘겼다.
세웰이 은퇴한 이후 이퓨스라는 말은 우스꽝스러운 볼의 대명사로 많이 사용했다. 미네스타 트윈스 투수 밥 텍스베리는 홈런타자 마크 맥과이어를 상대로 이 볼을 던져 2번 아웃(땅볼과 플라이아웃)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1989년 세웰이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미국 USA 투데이 등 언론들은 “이퓨스 투수가 타계했다”며 그의 이름 대신 ‘이퓨스’라는 말로 대신하기도 했다.
KBO리그선 두산 베어스의 왼손 투수 유희관(34)이 이퓨스를 많이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9년 두산에 입단한 유희관은 2015년 최동원 투수상을 받으며 팀 에이스로 활약을 했다. 던지는 공의 속도가 느리고 체인지업에 능한 그는 속된 말로 ‘아리랑볼’이라고 부르는 이 볼을 자주 던져 타자의 리듬을 빼앗는다. 그는 2019년까지 7년 연속 두 자리숫 승리를 기록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