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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244] ‘사이영 징크스(Cy Young Jinx)’, 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왼손투수 랜디 존슨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시절, 1999년부터 4년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해 '사이영상 징크스'와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왼손투수 랜디 존슨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시절, 1999년부터 4년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해 '사이영상 징크스'와 관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사이영 징크스(Cy Young Jinx)’는 사이영상을 받은 투수가 수상 다음 해 성적이 부진한 현상을 뜻한다. 최고 투수상인 사이영상과 불운을 의미하는 징크스가 합성된 말이다.

사이영상은 메이저리그 511승의 전설의 투수 덴톤 트루 영(1867-1955)의 별명을 본 떠 1956년부터 시행한 투수 부문의 최고 상이다.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한 투수에게 수여하는 이 상은 1956년부터 66년까지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통틀어 1명만을 수상했으나 1967년부터는 양 리그에서 따로 수상자를 각각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징크스의 어원은 일반적으로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잡이(Eurasian Wryneck)’라는 새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새는 고대 그리스어 ‘Junx’로 불렸는데 머리 생김과 움직이는 모양이 뱀과 같다고 해서 불길한 새로 취급했다고 한다.

사이영 징크스는 투수 최고상에 빛나는 사이영 수상자가 불운을 겪게 된다는 내용이다. 신인왕 징크스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의 상을 수상한 선수들이 심적부담으로 인해 다음 해에 그 이상의 활약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사이영상 수상자나 신인왕 수상자 모두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역대 사이영 수상자 70명 가운데 단 지 3명만이 수상 이듬해 더 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명은 엇비슷했으며 37명은 성적이 월등히 나빴다. 미국야구 역사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The Dickson Baseball Dictionary)’에 따르면 사이영상 징크스는 1980년대 본격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아메리칸리그 수상자 1980년 스티브 스톤(볼티모어 오리올스), 1982년 피트 벅코비치(밀워키 브루어스), 1983년 라마 호이트(시카고 화이트삭스), 1984년 길레르모 헤르난데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988년 프랭크 비올라(미네소타 트윈스)와 내셔널리그 수상자 1988년 오렐 허샤이저(LA 다저스) 등이 수상 다음 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이 말이 등장했다.

미국 스포츠캐스터 제리 호워스는 사이영상을 ‘죽음의 키스(The Kiss of Death)’라고 불렀다. 사이영상을 받은 많은 투수들이 다음 해 팔부상과 수술에 시달리든가 한 해를 그냥 까먹어버리는 것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사이영상 수상자들은 해당 시즌에 뛰어난 실력과 함께 행운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줄 뿐 아니라 팀 타선의 도움도 많이 받는다.

사이영상은 1970년이후 미국야구기자협회에 가입한 모든 기자가 3명의 투수에게 1~3위 표를 행사해 1위표 5점, 2위표 3점, 3위표 1점으로 환산한 후 총점이 가장 높은 이가 수상자로 결정된다. 투표자들은 투수들의 승패기록을 주고 평가해 점수를 주는게 보통이다. 따라서 사이영상 수상자들은 대개 당해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투수가 차지하는게 관례이기도 하다. 승수를 올리기 위해 무리한 투수들은 그 다음해 시즌 아웃 당하는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든가 아니면 저조한 성적에 허덕일 수 있다.

물론 사이영상 수상자가 모두 징크스에 허덕이는 것은 아니다. 역대급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사이영상 수상자들은 징크스와 관련없이 쟁쟁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내셔널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그렉 매덕스는 1992년부터 4년간 연속 사이영상을 받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 랜디 존슨은 1999년부터 4년간 연속 수상자가 됐다. 둘 모두 징크스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사이영상 징크스는 객관적인 실력뿐아니라 운이나 컨디션 등 다양한 요소에 좌우되는 투수들의 심적 부담을 나타내기위한 말일 수도 있다. 한국의 사이영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최동원상은 KBO리그 최우수 투수상으로 2014년부터 시행해 아직 연륜이 짧아 사이영상 징크스와 같은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상에 오를 때는 모든 게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하산할 준비를 해야한다 사이영 징크스는 삶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진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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