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이 말은 1890년대 음악당 노래에 나오는 악명높은 아일랜드 가족의 성에서 유래했다. 훌리건이 아일랜드식 성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하지만 다른 설도 나름대로 만만치 않은 근거를 갖는다.
19세기 말 런던 남동부로 이주한 아일랜드인 패트릭 훌리헌(Patrick Houlihan)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영국 작가 클라렌스 룩(1862-1915)은 1899년 자신의 저서 ‘훌리건 나이트(Hookigan Nights)’에서 훌리건은 빈민가에 살며 경비원으로 일했던 주점에서 싸움꾼이자 깡패로 이름을 날렸다고 썼다. 이 책에서 훌리건은 사람들을 구타하고 강도질까지 하는 직업적인 터프가이였으며 갱단을 꾸려 길거리 싸움을 자주 벌였고, 재산을 파손하기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패트릭은 길거리 싸움에서 경찰을 죽여 종신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죽었다.
2015년 BBC 스코틀랜드 TV 프로그램인 ‘The Secret Life of Midges’에서 1745년 ‘자코비타이트 폭동‘ 사태 때 영국 총사령관이 스코틀랜드 게일어 단어인 파리를 뜻하는 ’Midge’를 잘못 알아듣고 그의 분노와 좌절감을 표시하는 의미로 훌리건이라는 단어들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다음은 동유럽에서 생겨 영국으로 들어왔다는 설이다. 1898년 슬라브어와 러시아어에 같은 단어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일랜드 가족 성에서 나왔다는 것이 설득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훌리건이라는 단어는 1894년 런던경찰 보고서에 런던의 람베스 지역에 있는 소년 갱들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1898년 8월 훌리건 갱단의 한 멤버가 사람을 살해하면서 훌리건은 런던 신문에서 폭력의 대명사로 등장했다.
런던 신문 데일리 그래픽은 1898년 8월 22일 기사에 ‘훌리거니즘(Hooliganism)‘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을 훌리건주의라고 불렸다. 초기 훌리건주읜느 대개 심판을 죽이려는 형태를 취했으며 1980년대부터 경기장으로 난입해 선수와 경찰을 공격하고 했다. 팬들끼리 싸우는 일도 벌어졌다.
1985년 5월29일 벨기에 브뤼셀 헤이젤에서 벌어진 챔피언스리그(당시는 유럽컵) 잉글랜드 리버풀과 이탈리아 유벤투스 경기에서 훌리건에 의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헤이젤 참사이다. 당시 리버풀 팬은 훌리건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는데 유벤투스팬들과 경기장에서 맞싸움이 벌어졌다. 양 팬들의 충돌로 경기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며 경기장 일부가 무너져 39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잉글랜드 리그 전체는 5년간 유럽 대항전 출전 금지 징계를 받았으며 리버풀은 1년을 더해 6년 징계처분을 받았다.
1989년 4월15일, 힐스보로 대참사가 벌어졌다. 리버풀과 노팅엄 포레스트와의 잉글랜드 FA컵 준결승전이 열린 셰필드 힐스보로 스타디움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리버풀을 응원하러 온 2만5천여명의 팬들이 입석을 초과할 정도로 경기장에 들어차면서 관중들이 철망쪽으로 쏠려 사고가 발생했다. 96명이 압사하고 700여명이 부상당했다. 이 사고이후 리버풀팬들은 진상 규명을 위한 투쟁을 벌였다. 리버풀 인근 워링턴 법원은 배심원단 판결을 통해 당시 참사의 원인은 팬들의 잘못이 아닌 경찰의 과실치사라고 결정했다.
오늘날 이 단어는 소란스럽고 폭력적인 축구팬들을 묘사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훌리건은 상황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생긴다고 한다. 낮은 사회 경제적 배경을 갖는 훌리건은 사회 규범을 수용하지 않고 소외된 자신들의 모습을 경기장에서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면서 훌리거니즘이 많이 완화됐지만 월드컵 등 대형 이벤트에서 국가대표팀끼리 경기를 할 때 일부 열성 축구팬들이 애국심 등으로 소란을 피우는 등 일탈행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부는 신나치주의적 성향을 띠며 이민자들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훌리건 현상을 연구하는 훌리건 사회학과 문학적 소재로 다룬 훌리건 문학도 등장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