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준은 자타공인 카트라이더의 슈퍼스타이다. 때로는 슈퍼스타라는 단어가 부족해보읾 만큼 카트라이더에 있어서는 큰 의미를 지닌 선수다. 카트 리그가 곧 문호준이라고 일축할 수는 없지만 문호준은 '황제'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만큼 화려한 커리어와 그 이상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우승했을 때, 문호준이 은퇴를 발표했을 때 문호준의 이름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그 영향력을 재차 입증했다.
문호준의 은퇴는 당연히 리그에 큰 빈자리를 남긴다. 문호준이 한화생명의 감독으로서 카트 리그를 떠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선수일 때와는 다른 형태로 리그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비단 카트라이더, e스포츠뿐 아니라 종목을 막론하고 스타플레이어의 은퇴는 팀, 대회에 큰 손실이자 위기가 되곤 한다.
카트 리그는 문호준의 은퇴 외에도 개막 전 논란에 휩싸였다. 온라인 예선과 락스의 로스터 교체가 그 논란의 중심이었다.
2005년 리그가 시작된 이래 카트 리그는 꾸준히 프로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19 시즌2를 기점으로는 팀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프로 리그로서의 출범을 알렸다. 프로화의 여파가 찾아오기도 했다. 이전에는 관행처럼 진행됐던 시즌 후 로스터 교체가 프로화 이후에는 부당한 일로 여겨졌고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9년 큰 전환점을 맞은 카트 리그지만 이미 프랜차이즈화가 진행된 LCK와 같은 리그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요원해보인다. 이번 논란 역시 이 간극에서 발생했다. 예선전 참가 규정과 진행 과정들이 명료하게 정리돼있지 않았고 혹은 공개되지 않았다. 로스터 교체 건에 대해서도 넥슨은 규정에 어긋나지 않다 판단했으나 팬들과는 의견이 달랐다.
넥슨은 지난 2월 19일 개막 전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26일 넥슨은 카트 리그 본선 규정집을 공지를 통해 공개하고 리그 페이지에 리그 노트라는 소통 창구를 개설하며 이러한 약속들을 이행해가고 있다,
시즌을 마친 후 카트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게 되면 슬픈 이야기를 듣게 된다. 팬들에게 응원을 부탁하는 말, 다음 시즌 각오를 전하는 말에 붙는 "다음 리그가 열린다면, 다음 리그에 출전하게 된다면"이라는 전제 조건들이다. 아마추어 팀까지 갈 것도 없이 프로팀에 소속된 선수들도 대회가 지속될 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하곤 한다는 것은 국산 게임으로 진행되는 최장수 e스포츠인 카트 리그와 걸맞지 않는 상황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유일무이한 카트 황제는 없어졌지만 카트 리그에는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선수들이 많다.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베테랑 선수들,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 새로운 얼굴들까지 실력과 개성, 스토리를 겸비한 이 선수들을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일관성 있고 공정한 리그 진행을 통해 리그에 대한 신뢰와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아픈 경험으로 얻은 교훈들을 헛되이 하지 않고 카트 리그가 새로운 발돋움을 할 수 있기를, 수 차례의 연기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리그가 되기를 바란다.
김현유 기자 hyou0611@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