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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6화

[SSS급 각성자, F급으로 회귀하다] 6화
[데일리게임]


6. 황야의 만남 (5)

“거짓말이었나?”

혹시 속임수?

그럴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건기는 혹시 몰라 자신의 몸을 구석구석까지 확인했다.

“뭐야? 멀쩡하잖아?”

건기는 인벤토리에서 물을 꺼내 목을 축였다.

“응?”

문득 연 인벤토리 창.

그 물건 목록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보였다.

“어!”

건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몇 번이나 목록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수표!”

현상금으로 받은 4백만 원 수표.

그것이 사라져 있었다.

인벤토리란 각성자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

덕분에 손쉽게 대량의 짐을 옮길 수 있고, 도난 방지도 완벽했다.

그렇기에 강도는 남의 인벤토리를 털기 위해 당사자를 고문해 직접 꺼내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인벤토리에서 물건을 훔칠 수 있는 스킬이 존재한다?

건기는 화들짝 놀라며 전력 질주로 남성의 뒤를 쫓았다.

발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추적 자체는 쉬웠다.

“진짜 황당하네.”

남성을 쫓던 건기의 머릿속에 전생에서의 어떤 인물이 떠올랐다.

회귀하기 전.

당시 건기는 한창 마탑을 오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인물이 바로 전설의 개새끼였다.

그러한 이름이 붙은 이유는 그가 선악 강약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쳤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선 참 평등한 도둑.

그러나 마탑 내 거주하는 모든 이의 원한을 산 꼴통이었다.

그런 그의 최후는 건기가 휘두른 ‘썬더 블레이드’에 맞아 허무하게 죽는 것이었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이 훔친 물건들을 보여 주며 건기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덕분에 건기는 그가 진범임을 확신하며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일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술에 취해서 자신에 대해 떠들지 않았고, 그걸 우연히 같은 술집 다른 자리에 앉아 있던 건기가 듣지만 않았다면…….

“만약 그 녀석이 맞다면……!”

죽일까, 이용할까.

건기의 머릿속 뇌세포가 시계태엽처럼 째깍째깍 돌아갔다.

“즐거운 옵션이 되겠는데?”

건기도, 남성도 서로 필사적으로 달렸다.

덕분에 두 사람의 추격전이 끝나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스탯은 동급으로 추정.

그러나 정신력이 달랐다.

남성은 아무리 달려도 건기를 떨쳐 낼 수 없자,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하, 항복. 제, 제발…….”

남성은 무릎을 꿇은 채 건기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건기는 숨을 몰아쉬면서 그를 노려봤다.

“적당히 하려고 했더니……!”

건기는 이성의 끈을 겨우 붙잡으며 남성의 가슴을 걷어찼다.

남성은 꼴사납게 뒤로 넘어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아저씨, 세상에 미련이 없어?”

“사, 살려 줘! 제발 목숨만은……! 난 빈털터리라 아무리 협박해도 줄 게 없어!”

남성은 눈물, 콧물, 침까지 흘리며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건기는 콧방귀를 뀌면서 인벤토리에서 노멀소드 하나를 꺼냈다.

“정말이야, 믿어 줘! 난…….”

“닥쳐!”

건기는 검날을 남성의 목에 갖다 댔다.

그리고 경고의 의미로 쓰윽 회를 뜨듯 얇게 살갗을 베어 냈다.

“히이이익!”

“닥쳐. 엑스 포켓이란 스킬로 내 인벤토리에 있는 수표를 꺼내 갔지? 모가지 썰리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놔. 그 돈은 주인이 있어.”

“크윽…….”

남성은 입술을 비틀면서 몇 초 정도 버티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열어 떨리는 손으로 수표 한 장을 꺼냈다.

“진작 그럴 것이지.”

건기는 검을 든 채 수표의 내용을 확인했다.

[발행처, MGF]

[금액, 400만 원]

[서명, 10-10번 마을 보안관(대)]

“휴우.”

건기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수표를 인벤토리 대신 상의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남성에게 말했다.

“가발 값은 필요 없겠지?”

건기는 온 길로 돌아가려 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어느새 두 사람의 발자국은 바람에 의해 깨끗하게 지워져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으아아앗!”

뒤에서 들려오는 기합 소리.

건기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가볍게 고개를 꺾었다.

굳이 돌아보며 피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핫, 핫!”

원, 투.

두 번의 참격이 빗나갔다.

“히익!”

보지도 않고 피한 건기의 실력.

남성은 그런 건기가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본 것만으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자, 잠깐 타임, 스톱!”

남성은 손에 든 단검을 버리며 양손을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건기 앞에 무릎을 꿇었다.

“뒈지기 싫으면 다음 할 말을 잘 골라.”

건기는 검 끝으로 남성의 어깨를 눌렀다.

남성은 과장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무, 물론이지. 보아하니 대단한 실력자인 것 같은데, 괜찮다면 나랑 손잡지 않겠어?”

“훗.”

건기는 콧방귀를 뀌면서 남성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실 그도 그 이야기에 아주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 어때? 흥미롭지? 그렇지?”

남성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어깨에서 건기의 검을 떼어냈다.

“내 스킬에 대해서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은데, 자네 예상대로야. 내 스킬인 ‘엑스 포켓’은 대상의 인벤토리에서 원하는 물건을 가져오는 기술이야.”

“물건을 지정할 수 있는 건가?”

“확실하게 지정하는 건 힘들고…… 대신 귀중품이라든가, 무기라든가…… 종류로 규정하면 랜덤으로 내 인벤토리에 들어와.”

“제한은?”

“한 번 쓴 상대한테는 꽤 시간이 지나야 다시 쓸 수 있어. 정확한 시간은 몰라.”

“그래?”

의심 반, 신뢰 반.

건기는 절반만 믿기로 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여차하면 전설의 개새끼로 각성할 수 있는 상대였다.

“내가 훔치면, 자넨 날 지켜 주는 거야. 어때? 솔깃한 제안이지? 게다가 난 20층까지는 훤히 꿰고 있거든. 길 안내도 가능해. 어때?”

건기는 자신의 검과 남성의 검을 주워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날카롭게 떴다.

“한 가지.”

“한 가지? 그, 그게 뭔데?”

남성은 건기의 위압에 침을 꿀꺽 삼켰다.

“수익 분배.”

“그거야 물론 내가 6이고…….”

“뭐?”

건기는 큰소리로 되물었다.

물론 최대한 얼굴을 찌푸린 것은 덤이었다.

“그, 그러면…… 5대5로……?”

“뭐, 라, 고?”

건기는 남성의 발목을 걷어찼다.

“히익! 그럼 4대6으로……!”

“좋아요. 당연히 대장은 저고, 어디서 뭘 어떻게 훔칠지도 제가 정하겠어요. 불만 없죠?”

반말에서 존댓말로 바뀐 건기.

남성은 그 위화감에 눌려 어깨를 움츠렸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연장자인데, 그건 좀…….”

건기는 손바닥으로 남성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대신 연장자 대접은 해 드릴게요. 봐요, 지금도 꼬박꼬박 존댓말 쓰고 있죠?”

웃는 얼굴로 협박하기.

건기는 활짝 웃으며 남성의 어깨를 세게 쥐어 잡았다.

“아, 알았어! 그렇게 할게.”

건기는 남성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물었다.

“전 이건기라고 해요. 아저씨는 이름이 뭐죠?”

“난 고태구야.”

어물쩍 콤비 결성.

두 사람은 조금이나마 서로에 대한 긴장을 풀었다.

“그럼 어서 서쪽에 있는 마을로 안내해 주시죠.”

“아, 아니. 그건 안 돼.”

“네?”

건기는 눈썹을 찡그렸다.

“왜요?”

“우선 10층 거주 구역으로 가서 내 가발부터 사야 돼.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어!”

“가발이요? 그런 건 그냥 서쪽 마을부터…….”

“안 돼!”

태구의 태도는 단호했다.

방금 전까지 쫄았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가발은 내 자존심이야! 내 자존심의 주체라고! 가발이 있어야,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거야! 네가 대머리를 알아?”

즉, 가발이 본체.

태구는 상의를 완전히 까고는 바닥에 발라당 드러누웠다.

그것은 진상의 개념을 뛰어넘어 그냥 나잇값 못하는 꼴불견이었다.

“역시, 전설의 개새끼였어.”

한편이 되기로 한 이상, 너무 억압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건기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힘이 빠진 얼굴로 웃었다.

끝없이 펼쳐진 황야.

군데군데 모래갈대가 없었다면, 사막이라 불러도 크게 다를 바 없는 지형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거주 구역에 들러서 지도부터 사는 건데…….”

각층의 지도는 오직 해당 거주 구역에 있는 길드 건물에서만 구할 수 있었다.

그 외 구입은 가짜일 가능성이 높았다.

“서쪽마을로 가기 전에 대출부터 갚으면 되겠지.”

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또 엉켰다.

“좋아요, 그럼 거주 구역부터 가죠. 여기서 얼마나 걸리죠?”

“길을 따라 빙 둘러 가면 닷새지만, 난 지름길로 갈 거라 이틀하고 반나절이면 될 거야.”

“엄청난 차이네요.”

“그렇지? 햐햐햐!”

태구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잘난 척하며 웃었다.

건기는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

이틀하고 반나절 뒤.

그리고 마탑 10층.

“그런데 건기, 자네는 마탑에 온 지 얼마나 됐어? 행동거지나 말하는 걸 보면 상당히 경험이 풍부한 것 같은데?”

태구의 질문에 건기는 눈썹을 찡그렸다.

“아마…… 시간 흐름상으로 따지면…… 실질적인 시간은 얼마 안 됐을 거예요.”

“그래?”

“네. 근데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어서 경험이 풍부한 건 맞아요.”

“역시! 자네를 처음 본 순간 왠지 그런 느낌이 들었어. 나보다 고참 같았다니까?”

어떤 의미에서 태구의 감은 정확했다.

건기는 피식 웃었다.

“아저씨는 얼마나 되셨어요?”

“나? 난 이제 2년 정도 됐어. 처음 여기 왔을 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이 많았어. 광부 체질은 아니었거든.”

유엔이 마탑 안으로 사람들을 집어넣는 이유는 명료했다.

자원이 고갈된 바깥을 대신해 새로운 자원이 된 ‘구슬’을 채집하기 위해서.

상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비싼 양질의 구슬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각층에서 채취된 구슬은 길드에서 고용된 운반원들을 통해 1층 항구로 운반.

거기서 MGF의 최종 승인을 받아 화물선을 통해 외부로 나갔다.

하지만 구슬과는 상관없이 살아가는 이들도 있었다.

누군가는 광부로,

누군가는 무법자로,

누군가는 장사꾼으로,

누군가는 공무원으로.

저마다 소속과 작은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게 바로 마탑의 현주소였다.

“가족한테 오던 편지도 끊기고, 이젠 뭐 내가 여기서 부치는 돈이 정말 아내와 딸한테 가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

태구는 씁쓸하게 말했다.

마탑 내부에서 외부와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방법은 우편선을 통한 편지와 1층 항구의 통신 설비뿐이었다.

각 거주 구역 내 통신 설비는 유선이었기에 마탑 내부에서만 연락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21세기인 현재에도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생활양식을 갖추고 있었다.

거주 구역은 제한적 디지털.

황야 일대는 아날로그.

“자네는 어때? 가족들하고 연락은 하고 있어?”

태구는 실없이 웃으며 건기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질문에 건기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식었다.

어린 시절.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부모님.

두 분의 마지막은 인간이 아닌 존재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된 것이었다.

그 광경은 어린 건기의 뇌리에

박혀 절대 잊혀지지 않았다.

특히 그 존재가 말한 ‘마탑의 왕’은 그의 인생 목표까지 되었다.

“부모님은 병으로 돌아가셨어요. 전 부모님 치료비로 생긴 빚을 탕감 받으려고 마탑에 온 거예요.”

마탑에 들어오는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표 살 돈만 있다면 자유롭게 마탑을 나갈 수 있는 자유인.

10년의 의무 거주 계약을 맺고 들어오는 거주민.

척박한 마탑의 환경에서 일하는 것은 그만큼 고역이었다.

그렇기에 거주민이 되어 들어오는 사람들은 유엔을 비롯한 각국 정부에서 엄선된 이들이었다.

파산자, 범죄자, 수감자, 노숙자, 천애고아 등등.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게 된 이들은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마탑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마탑으로 들어오는 신입의 수는 매년 충분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구먼. 하긴, 여기 오는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미친놈들 빼고.”

태구는 몸을 크게 움직이며 숨쉬기 운동 동작을 했다.

“눈 한 번 딱 감고 밖으로 나가는 배에 밀항해 볼까?”

건기는 태구를 철없는 아이 보듯 쳐다봤다.

그의 심정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탑의 시스템 밖으로 나가는 순간, 각성자의 스탯과 스킬은 무효.

일반인과 다를 바 없어진다.

“자살하실 생각이 아니라면, 그만두세요.”

항구에선 탈출을 시도한 주민을 그냥 토막 내서 바다에 버렸단 소문이 간간히 들려왔다.

“햐햐햐! 하긴…….”

개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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