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탑
탑 3 대장 = 그레이브즈, 제이스, 케넨
1라운드에서는 미드, 탑을 오갈 수 있는 이렐리아(유미에 이어 최다 밴 2위)를 제외한다면 상위 챔피언들의 점유율이 타 포지션에 비해 낮은 편이었는데요. 이 구도가 2라운드에 오면서 깨지게 됩니다. 그레이브즈-제이스-케넨으로 이어지는 3 대장 라인 밴픽률이 확실히 올라가면서 사실상 이 챔피언들이 대세가 됐습니다.
강력한 미드 라이너의 힘을 바탕으로 탑-정글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경기 양상이 주를 이뤘는데요. 이렇게 힘을 실어줄 때 확실히 초반부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챔피언들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 대안없는 2 AP
현재 정글, 바텀에서 AP챔피언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미드 1AP 조합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미드에서 가장 높은 밴픽률을 기록하는 트위스티드 페이트, 르블랑은 아지르와 같은 광역 폭딜 AP 챔피언보다(종종 괴물 같은 한국 미드들이 극복하긴 하지만) 데미지 총량이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부담이 있다면 결국 탑에서의 AP 챔피언 가치는 높아지게 됩니다. 현재 탑에서 성과를 보인 AP 챔피언은 케넨과 그웬 둘 뿐이죠. 현지의 스크림 상황은 다 알 수는 없지만, 밴으로 케넨, 그웬만 나오는 것으로 보아 현재까지는 대안이 없어 보입니다. 역으로 탑 AP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면 밴픽에서 좋은 무기가 될 거로 예상됩니다.
케넨과 그웬을 잡을 수 있는 챔피언들은 있습니다. 케넨은 3대 리그(LCK, LPL, LEC)에서 제이스, 갱플랭크, 카밀, 럼블, 이렐리아, 레넥톤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번 메타에서는 라인전 뿐 한타에 주목해야 합니다. 정글 챔피언 중 광역-강제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챔피언은 자르반만 가능하고 서포터도 유틸인 유미, 나미, 룰루가 많이 쓰이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탑에서 광역-강제 이니시에이팅이 가능한 챔피언인 케넨의 가치는 매우 높아집니다. 특히 바텀에서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미스포츈과의 시너지는 현 롤드컵 최고의 탑-바텀 시너지라 볼 수 있죠.
그웬 역시 3대 리그(LCK, LPL, LEC)에서 제이스, 세트, 레넥톤, 케넨 정도에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3 대장 픽이 없는 상황에서는 유일한 탑 AP 챔피언으로 가치가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게다가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후반 캐리력이 높은 그웬에게 좋은 상황입니다.
▶정글
압도적인 0티어 리신
그룹 스테이지 모든 챔피언 중 밴픽률 1위 챔피언은 98.1%를 보여준 리신입니다. 리신의 강점이라 하면 강력한 초반 파워, 빠른 기동력, 어그로 핑퐁, 딜러 암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죠. 리신이 주로 사용하는 ‘선혈포식자’, ‘스테락의 도전’ 아이템과 ‘정복자’ 룬은 현재 가장 높은 성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약점이라 하면 이니시에이팅 능력이지만 롤드컵 8강까지 진출한 팀 정글러들의 기량이라면 기상천외한 ‘인섹킥’을 보여줄 수 있기에 이 약점도 어느 정도 보완이 된다고 봅니다.
리신은 밴픽 전략적으로 다른 챔피언들과 봐도 비교우위에 있는데요. 각 챔프가 가진 단점을 보자면 자르반은 이동기가 많은 조합에 약하고 신 짜오는 본인이 뚜벅이라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탈론은 CC 기가 없어 상위 팀들과의 경기에서 선호되지 않고 비에고는 초반에 시간이 필요한 챔피언입니다. 경기 양상 지켜보면 리신은 강제 이니시에이팅 정도를 빼면 현재 메타에서 단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좋은 챔피언으로 보입니다.
△ 비에고의 티어 상승
위에 설명처럼 비에고는 초반 성장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챔피언입니다. 대회 초중반의 빠른 템포 경기보다 후반기로 갈수록 초반의 템포는 좀 더 느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젠지는 템포가 빠른 미드 3대장 밴을 통해 이런 양상이 더 나타날 거로 보입니다.
△ 뽀삐의 변수
2라운드 뽀삐의 밴픽률은 16.7%로 1라운드 8.3%보다 2배로 올라왔는데요. 아직 수치상으로는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초반부터 강력하고 어느 정도 탱커 역할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특히 W(굳건한 태세)를 통해 현재 티어가 높은 챔피언을 카운터 칠 수 있다는 면에서 중요한 챔피언으로 부상했습니다.
2라운드 들어 비에고의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는데요. 특히 자르반4세의 낮아진 밴픽률을 그대로 비에고가 가져갔는데요. 이는 상대 챔피언 구성에 따라 약해질 수 있는 자르반4세보다 전투, 생존, 케리력 등까지 갖춘 비에고를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미드
미드 3 대장의 균열
미드 포지션에서는 미드 3대장의 변화가 보였습니다. 1라운드에서 100%의 밴픽률을 보인 르블랑이 2라운드에서는 트위스티드 페이트로 교체됐는데요. 트위스티드 페이트는 빠른 라인 클리어와 ‘카드 뽑기’ 스킬, ‘만년서리’ 아이템을 사용해 두 개의 CC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드가 다른 라인을 도와주는 현재 메타에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좀 더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인 것으로 보입니다.
1라운드의 미드 3대장 중 라이즈의 약세도 눈에 띄는데요. 트위스티드 페이트, 르블랑의 기동전에서 밀린 모습입니다. 라이즈는 앞선 두 챔피언보다 강력한 AP 광역 데미지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초반 기동전에서 사거리가 짧고 난이도가 조금 더 높은 면이 라이즈의 가치를 애매해지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 라이즈보다는 신드라
라이즈는 스킬 사거리가 짧은 편인 게 단점입니다. 반면 사거리 긴 CC기의 장점을 가진 챔피언은 신드라입니다. 신드라는 라인전, 라인 클리어, W(의지의 힘) 스킬을 통한 바위게 시야 싸움, 사거리 긴 광역 CC 기가 장점인 챔피언이죠. 긴 스킬 사거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상대에게 CC 기를 걸 수 있고 한타 파괴력이 세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바텀
압도적인 루시안, 미스포츈
바텀 2대장이라 하면 루시안과 미스포츈을 뽑을 수 있는데요. 바텀의 초반 영향력 때문에 3분 15초에 나오는 바위게 두 마리를 모두 뺏기며 경기 초반에 말리는 양상이 종종 나왔습니다. 혹은 억지로 강력한 루시안-나미, 미스 포츈과 싸우다가 나머지 챔피언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았죠. 이는 그대로 결과로 이어져 루시안 8승 3패(72.7%), 미스 포츈 20승 15패(57.1%)의 결과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미스포츈은 자르반, 케넨과 같은 광역 CC기를 가진 챔피언들과 한타 시너지로 더욱 선호되는 모습입니다.
△ 후반 캐리의 아펠리오스, 이즈리얼
아펠리오스와 이즈리얼의 밴픽률 상승이 눈에 띄는데요. 롤이라는 게임이 마지막에는 결국 원거리 딜러가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롤드컵과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죠. 이러면서 나오는 현상이 경기가 길어진다는 겁니다. 아펠리오스는 초반부터 강점이 있어 계속 쓰였고 후반 경쟁력이 좋은 이즈리얼의 사용도 점점 올라오는 거 같습니다.
▶서포터
더욱 뚜렷해진 유미의 강세
1라운드에서도 서포터 챔피언 중 밴픽률 1위(87.5%)였던 유미가 2라운드에서는 100%를 달성했습니다. 그룹 스테이지 전체로 보더라도 리신에 이어 밴픽률 2위(94.4%)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밴픽 단계에서 유미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보면 세 가지로 압축되는데요. 1) ‘나는 무조건 쓴다.’ 2) ‘나는 쓸 수는 있는데 네가 쓰면 카운터 칠게’ 3) ‘그냥 유미는 없는 거로 하자’입니다. 그중에서 밴픽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우리는 유미를 잡을 수 있는가’입니다. 만약 유미를 잡을 자신이 있다면 밴카드 하나를 아낄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현재까지 유미 공략을 가장 잘 보여준 팀은 T1으로 보입니다. ‘아펠리오스+룰루’ 조합을 통해 1레벨 부쉬를 선점한 뒤 선 푸쉬를 통해 주도권을 잡고 시야를 잡는 데 약점을 보이는 유미보다 한발 빠르게 경기를 푸는 거죠. 적어도 현재까지는 CC기 근접 서포터를 사용한 팀보다 깔끔한 모습입니다.
△ 라칸의 활약
레오나의 밴픽률은 거의 그대로 70%를 유지하고 있지만, 승률은 34.8%로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이와 반대로 라칸의 밴픽률은 1라운드(33.3%)에 비해 2라운드에서 46.7%로 크게 상승했습니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10승 5패(66.7%)로 결과도 좋다는 겁니다. 라칸의 약점은 6레벨 이전 라인전에서 힘들다는 건데요. 경기 양상을 보면 정글러의 바텀 개입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었고 라칸의 W, E 이동 연계기를 통한 생존력이 초반 로밍 전투에서 유효하게 작용했습니다. 미스 포츈, 케넨 같은 광역 궁극기와 연계도 매우 좋았고요.
솔로 랭크에서 라칸의 신화 아이템은 대부분 팀원의 이동 속도를 순간적으로 상승시키는 ‘슈렐리아의 군가’를 선호합니다. 이번 2라운드만 놓고 보면 세 경기 중 한 번은 ‘강철의 솔라리 펜던트’를 사용했습니다. 이와 함께 광역으로 체력을 채울 수 있는 ‘구원’도 함께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죠. 케넨, 자르반4세, 미스포츈과 같은 쉽고 센 광역 한타 챔피언들의 가치가 상승하는 만큼 팀원을 광역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이 아이템들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마무리
그룹 스테이지를 통하여 경기 양상이 바뀌거나 하진 않았지만, 2라운드에 들어서 밴픽률을 통해 팀들의 옥석 가리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롤드컵 8강을 앞둔 중요한 시기만큼 약간(?)은 길지만, 최대한 요약하여 메타 점검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다음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2021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 '조이럭' 윤덕진 e스포츠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게임아이(GameEye)’ 대표가 참여한 기획 기사를 제공합니다.
윤덕진 대표는 리그 해설, 분석가, 코치, 에버8 위너스 대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부트캠프, 선수이적,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활동 중입니다. 현재 AI 석박사 연구진과 함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롤 전적검색 서비스 '딥롤 (deeplol.gg)'을 베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e스포츠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딥롤프로(pro.deeplol.gg)'를 통해 국내외 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