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은 ▲한국의 e스포츠 산업 규모가 2년 연속 줄었으며, ▲원인은 코로나19이고, ▲글로벌 대비 한국의 e스포츠 산업 규모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의 발표에 이어 여러 매체에서 위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e스포츠 위기설과 관련 기사를 앞다퉈 다뤘고, 자료와 기사를 바탕으로 산업 현장 안팎에서 위기론과 함께 문제 제기가 심각하게 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필자는 해당 자료의 주요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1. 2020년-2021년, 2년 연속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 축소
먼저 2021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 추산을 위한 세부항목을 살펴보자. 2021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총 1048.3억 원으로 이중 게임단 예산 606.5억 원(57.9%), 스트리밍 251억 원(23.9%), 상금 규모 190억 원(18.2%)이다.
'이스포츠실태조사서'에서 발표한 2019년 대비 2020년 -13.9%(-194.2억 원) 성장과, 2020년 대비 2021년 -12.9%(-155.8억 원) 2년 연속 두 자리수 마이너스 성장의 실제 원인은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를 추산할 때 지속적으로 집계됐던 '방송분야'의 매출이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해당 항목이 0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2020년과 2021년에 두 게임 전문 방송사(스포티비게임즈/OGN)가 순차적으로 사업을 축소, 정리했다. 스포티비게임즈는 2020년 3월에 폐국했고 OGN은 2020년 12월부터 본방송 없이 재방송 프로그램만 편성하며 실질적으로 e스포츠 사업을 중단했다.
때문에 2020년, 2021년 전체 e스포츠 산업 규모 수치가 축소된 원인은 '방송분야' 매출 항목의 미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2. 국내 e스포츠 산업 축소 원인은 코로나19 때문?
코로나19는 한국에만 일어난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성장하는데, 국내 산업 규모만 축소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산업 규모 축소는 2019년을 시작으로 2020년, 2021년 두 방송사의 매출 항목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은 위에서 살펴봤다.
e스포츠는 오프라인의 현장 티켓 가격이 낮고,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정도로 객석이 많지 않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e스포츠의 시청 지표는 크게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매체에서 e스포츠의 성장에 대한 기사를 릴리즈했다.
다음은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2022' 전체 시청 지표가 2021년 대비 17% 상승했다는 내용을 다룬 기사다.
3.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성장하는데 왜 한국 시장만 하락하는가?
'이스포츠 실태조사서'의 세계 이스포츠 시장 규모는 뉴주(newzoo)가 발표한 다음 자료에 근거한다.
본 보고서의 매출(Revenue) 세부항목은 ▲상품 및 티켓(merchandise & tickets), ▲퍼블리싱 수수료(game publisher fees), ▲중계권, 광고, 후원 등 브랜드 투자 매출(brand investment revenues(media rights, advertising, sponsorship) 등이다.
이와 비교하는 국내 e스포츠 매출 세부항목은 매출과 비용이 혼재되고 중복돼 있어 두 자료 간 단순 비교 자체에 문제가 있다.
글로벌 시장은 성장하는데 국내 e스포츠 시장 규모만 지속 하락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1.의 세부항목의 문제에 이어진 잘못된 결과 도출이며, 추가적으로 글로벌 시장과 비교하려면 우리의 산업 규모 세부항목도 매출(Revenue) 위주의 항목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4. 진정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축소했나?
다음은 2019년 이후 아프리카TV의 분기별 실적 자료와 콘텐츠형 광고 매출 자료이다.
2019년을 기점으로 국내 e스포츠 미디어 체재는 크게 재편됐다. 기존의 게임 전문 케이블 방송국에서 아프리카TV로 대변되는 인터넷 미디어로의 축이 이동했다.
2019년 이후 아프리카TV 전체의 영업이익과 콘텐츠형 광고 매출 추이를 보면, 해당 년도를 기점으로 각 지표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TV 콘텐츠형 광고의 본질은 e스포츠 리그 제작이다. 이 지표의 성장은 OGN과 스포티비게임즈 등 게임 전문 채널이 사업을 접거나 축소하면서 아프리카TV가 그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고, 아프리카TV의 증가한 매출이 e스포츠 국내 산업 규모에 포함됐다면 지금과 같이 국내 e스포츠 시장규모가 축소됐다는 발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보고서가 주장하는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의 축소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코로나19가 원인이라는 결론은 더욱 그렇다. 한국 e스포츠 산업 규모가 축소됐다는 발표는 e스포츠 미디어 재편으로 인한 기존 평가항목인 방송 매출이 줄어들거나 없어짐과 동시에 신규 산업 매출이 산업지표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 e스포츠 산업지표 취합의 가야할 길은?
e스포츠 산업 규모 조사는 지금의 매출과 비용의 혼재가 아닌, 매출(Revenue)과 시청률 지표를 기반으로 돼야 한다. 산업구조가 변하면 이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경될 수 있는 지표를 반영해야 한다.
e스포츠 산업 자체가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공연/예술 산업과 같이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구축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마련 및 산업발전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요원하다. 매출 공개와 지표 취합 등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사의 일관된 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관리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할 것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 한비자의 '내저설(內儲說)'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반복되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면 거짓도 믿게 된다는 내용이다.
즉 근거가 없고 거짓되도 여러 번 되풀이되면 진실로 여겨진다는 이야기이다. 부족한 근거로 사실과 다르게 퍼지는 위기론이 오히려 한국 e스포츠 시장의 축소와 냉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
'이스포츠실태조사서'는 관련법에 의거해 매년 조사/발표되고 있고, 산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보고서 제작에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e스포츠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잘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족한 글을 남긴다.
글=이재명 라우드코퍼레이션 부사장, 숭실사이버대학교 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한국e스포츠협회 학교e스포츠추진단장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