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열린 VCT 퍼시픽의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결승 진출전과 결승전을 제외한 나머지 경기는 모두 4일 동안 몰아서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됐던 경기는 3일차 경기입니다. 3일차 경기에서 T1은 제타 디비전을, 젠지는 팀 시크릿을 상대로 승리해서 패자조에서 생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경기가 문제가 된 이유는 이 팀들이 모두 1일차에 경기를 치렀던 팀들이기 때문입니다. T1과 팀 시크릿은 1일차에 승리했고, 젠지와 제타 디비전은 패배했습니다. 그런데 승리한 T1과 팀 시크릿은 다음 날인 2일차에도 상암 아프리카 콜로세움에 와서 경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동하고 대기하고 플레이오프라는 부담감 속에 경기하고 인터뷰까지, 지칠 수 밖에 없는 일정입니다. 그리고 패했던 팀들은 경기를 지켜본 뒤, 상대만 바꿔서 3일차에 경기를 했죠. 다시 말해 1일차에 이긴 팀은 3일 연속 경기를 하고, 진 팀은 휴식일을 부여 받은 채 경기에 나섰습니다. 승자 팀이 체력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욱이 발로란트는 팀의 전술이 중요한 택티컬 FPS 장르의 게임입니다. 특정 맵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죠. 실제로 팀 시크릿은 전날 DRX를 상대로 경기했던 '어센트' 맵과 '헤이븐' 맵에서 젠지에게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젠지가 팀 시크릿 대 DRX의 경기를 보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팀 시크릿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다른 리그와 비교해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에서 승자에게 어떤 베네핏을 부여할지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다른 어떤 리그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 이긴 팀이 진 팀보다 불리한 방식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대표적으로 LCK에서도 VCT와 마찬가지로 10 개 팀 중 6 개의 팀으로 플레이오프를 진행했지만, 1라운드는 패배시 바로 탈락하는 방식이라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또 최근 펼쳐진 국제 대회인 MSI에서도 패자는 패자끼리, 승자는 승자끼리 경기하면서 휴식일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 결과 T1이 4일 연속 경기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젠지를 꺾어내면서 결국 도쿄 마스터즈 행 티켓과 최종 결승 진출전 티켓을 모두 거머쥐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결국 불리하다던 T1이 경험치도 쌓고 진출도 했으니 잘된 것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일정을 결과만 보고 용납한다면 이는 결국 경쟁의 공정함을 저버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일정이 주어지길 기대합니다.
허탁 수습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