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의 대회 게임 메타는 역시 바텀이 주도했다.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직후였던 그 때는 패치 버전 역시 MSI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이퍼 캐리 원거리 딜러였던 징크스가 너프를 당하긴 했지만 아펠리오스와 제리를 중심으로 원거리 딜러의 캐리가 나오는 게임이 많았다. 그 중심에서 팀을 이끈 것이 젠지의 '페이즈' 김수환이었다. 김수환은 1라운드 T1과의 경기서 제리를 활용하며 펜타 킬을 기록해 시즌 초 기세를 올리는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13.11 패치에서 '스태틱의 단검'의 새로운 활용법이 알려지면서 게임은 한 차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라인 클리어에 압도적인 능력을 제공하는 '스태틱의 단검'을 통해 미드 라이너와 원거리 딜러가 빠르게 선턴을 잡고 움직이는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동시에 부족한 라인 클리어 능력으로 인해 잘 활용되지 않던 챔피언이 '스태틱의 단검'을 활용하며 잘 나오게 됐다. 특히 13.12 패치에서는 많은 원거리 딜러들이 '스태틱의 단검'을 올리면서 본인의 캐리력보다는 팀의 운영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스태틱의 단검'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챔피언이 바로 르블랑과 카이사다. '스태틱의 단검'의 유행을 타고 나온 다른 챔피언, 예를 들자면 '스태틱' 이즈리얼이나 '스태틱' 아칼리와는 달리 두 챔피언 모두 좋은 성능을 바탕으로 시즌 후반까지 활용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kt 롤스터의 원거리 딜러인 '에이밍' 김하람은 시즌 초반부터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였지만 카이사와 함께 그야말로 폭발적인 경기력을 보이면서 kt의 정규시즌 상승세를 주도했다. 그는 이번 시즌 카이사를 총 15차례나 플레이했고, 승률은 80%에 달한다.
메타의 주도권이 상체 쪽으로 옮겨간 것도 이 시기 즈음부터다. 유틸 서포터와 하이퍼 캐리 원거리 딜러의 지속적인 너프로 인해 이니시에이팅에 능한 탱커형 서포터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원거리 딜러를 '버리고' 상체를 풀어주는 플레이로 득점이 나왔다. 또 위에서도 잭스-세주아니를 중심으로 상대 탑을 부수고 사이드 라인의 캐리력을 높이는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이런 플레이에 가장 능했던 팀은 kt 롤스터다. '리헨즈' 손시우가 바텀 라인전보다는 상체에서 변수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고, 탑에선 '기인' 김기인이 다양한 픽과 단단한 플레이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또 탑에서 럼블을 활용해 점화까지 들면서 강하게 라인전부터 굴리는 플레이가 나오기도 했다. '페이커' 이상혁이 없는 동안 팀의 벌어오는 역할을 수행한 '제우스' 최우제가 럼블 픽을 가장 잘 활용했다.
시즌 내내 미드에서 가장 주목 받은 챔피언 중 하나는 아지르였다. '쵸비' 정지훈이나 '비디디' 곽보성 등 아지르를 잘 다루는 선수가 유독 많은 미드 라인에서 아지르는 시즌 내내 중용받았다. 특히 우수한 오브젝트 사냥 속도를 바탕으로 사이드 라인 주도권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전을 열어낼 수 있다는 것과 지속 딜링과 메이킹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 아지르의 장점으로 꼽혔다.
아지르의 성능이 좋다 보니 상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지르에 대한 밴픽 심리전이 커졌고, 자연스럽게 팀들은 아지르에 대한 카운터를 준비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요네다. '클로저' 이주현이나 '제카' 김건우, '쵸비' 정지훈 등이 아지르를 상대로 요네를 꺼내들었다. 특히 정지훈은 플레이오프 T1 전 1대2로 몰린 상황에서도 요네를 꺼내들면서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다.
시즌 막판에 들어서도 상체 메타는 계속 됐다. '스태틱의 단검'은 너프 후 조금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트록스 등 상체에 강력한 챔피언이 추가되면서 상체의 중요성은 커졌다. 다만 바텀에서도 '스태틱의 단검'을 활용한 제리나 강력한 상체를 흘려낼 수 있는 자야 등의 고밸류 원거리 딜러가 나오면서 후반 캐리력은 유지됐다. 우승을 차지한 젠지는 이런 메타를 가장 잘 활용한 팀이었다. 결승전에서 탑에서 강력한 갱호응 능력과 사이드 수행 능력을 가진 카밀을 뽑거나 혹은 미드에서 고밸류 챔피언인 사일러스를 가져가면서도 캐리력 높은 원거리 딜러로 후반을 쓸어담는 것이 메타에 대한 젠지의 이해도를 보여줬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