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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항저우] e스포츠,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리고 애국가

사진=현지 공동 취재단.
사진=현지 공동 취재단.
항저우의 하늘 높은 곳에 밝은 달이 걸려있던 28일 저녁. 항저우 e스포츠 센터 주 경기장 가장 높은 곳에는 태극기가 걸려있었다. 게임은 e스포츠가 됐고, e스포츠는 기성 스포츠로 인정받으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다. 그리고 e스포츠 종주국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마침내 아시안게임서 울려 퍼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스트리트 파이터 V'의 1979년생 노장 게이머 김관우다. 40대의 희망을 보여준 김관우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 번의 매치 패배 기록 없이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최고령 금메달이었다는 점 또한 값지지만, 한국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첫 금메달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 금메달이 더욱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털어내고 딴 메달이었다는 점이다. 당초 '스트리트 파이터 V'는 이번 아시안게임 e스포츠에 나서는 4개의 종목 중 가장 메달 기대를 받지 못했던 종목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관심을 받지 못했던 비인기 종목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도 '스트리트 파이터 V' 대표팀은 귀중한 금메달을 한국에 선물했다.

그리고 이런 '스트리트 파이트 V'의 금메달을 보면서 묘하게 한국 e스포츠의 성장이 겹쳐 보였다. '한낱 게임'이라는 말로 무시당하던 e스포츠는 바닥부터 성장해 오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한낱 게임'이라며 무시하던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단상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꽂는 지금까지 성장했다.

새로운 역사를 쓴 한국 e스포츠는 새로운 출발 지점에 섰다. 역사의 주인공 김관우는 금메달 획득 직후 인터뷰에서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한국에서 금메달이 더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한국 e스포츠 더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 e스포츠는 앞서 'FC온라인' 대표팀이 값진 첫 메달을 수확한 것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 역시 결승 진출로 은메달을 확보한 상황. 그리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역시 메달을 노리고 있는 등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게임을 왜 하겠는가. 재밌기 때문에 한다" 한국 e스포츠 첫 금메달리스트 김관우가 남긴 말이다. "저는 게임을 좋아해서 했지, 게임으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상상을 한 적이 없었다"는 그의 말처럼 많은 이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성장해 온 e스포츠. 그리고 그 태동을 함께한 대한민국. 한국 e스포츠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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