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스포츠 관계자들은 대회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사실 대회가 열린다고 했던 지난 2~3월만 하더라도 많은 이들이 e스포츠 월드컵이 일회성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들은 이제 우리가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쫓아가야 할 때이며 국내서도 정책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e스포츠 월드컵을 개최한 이유 중의 하나는 사우디아라비아 초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인 네옴시티 홍보였다. 왕세자 겸 총리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는 정부가 밝힌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인 신도시 건설이다. 더불어 지금까지 석유에 의존하던 경제에서 탈피해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팀 팔콘스가 94억 원을 가져간 '클럽 챔피언십'은 e스포츠 월드컵에 참가한 게임단들에 성적별로 포인트를 부여해 1위부터 16위까지 순위를 매겨 우승팀을 가리는 것이다. 2위를 기록한 팀 리퀴드가 400만 달러(한화 약 53억 원)를 획득했고 리그 오브 레전드(LoL) 부문서 우승을 차지했던 T1은 125만 달러(한화 약 16억 원)를 받았다.
올해 초 복수의 관계자는 데일리e스포츠에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특정 종목 팀을 만들면 1년에 8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주겠다고 제안받은 팀들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종목은 로켓리그, 철권, 스타크래프트2, 카운터스트라이크2였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e스포츠 월드컵 개최를 발표할 때 공개한 'e스포츠 월드컵 지원 프로그램'의 시작이었다.

8주간 진행됐던 e스포츠 월드컵 중 마지막 주에 진행됐던 뉴 글로벌 스포츠 컨퍼런스(NGSC) 개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얼마나 게임과 e스포츠에 진심인지 보여준 사례였다. '팬덤의 미래(The Future of Fandom)'이라는 주제로 열린 NGSC에서는 사우디 게임 산업 실권자이자 사우디 전자·마인드스포츠 연맹(SAFEIS) 회장인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왕자, 윤송이 NC 문화재단 이사장, 팀 리퀴드 공동 대표인 '리퀴드112' 스티브 아르한셋, 반다이 남코 게임즈 히라다 가츠히로 프로듀서, 프나틱 게임단 주인 샘 매튜스, 세가 우츠미 슈지 COO 등이 참가해 토론했다.
이 행사를 본 관계자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 e스포츠에 진심인 거 같다고 했다. 오일머니를 과시하기 위해 대회 개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컨퍼런스까지 개최하면서 전 세계 e스포츠 주도권을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져가려는 느낌이었다는 것. 일례로 파이살 빈 반다르 빈 술탄 왕자는 10년 이상 한국인이 회장을 했던 국제e스포츠연맹(IeSF)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지분 인수 등 e스포츠와 게임 글로벌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5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숭실대학교 최삼하 교수는 데일리e스포츠와의 통화서 "사실 e스포츠와 게임 산업이 흑자를 내기엔 생산성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e스포츠 월드컵을 계기로 산업 전반의 인식이 바뀌고 성장 동력의 모멘트가 호재로 작용했으면 바람이다"면서 "국내서도 정책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현재 e스포츠와 게임이 오일머니 주도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장에 가서도 봤지만 MENA(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도 게임과 e스포츠 등 젊은 이의 콘텐츠 산업을 두고 10년 이상 투자가 이뤄질 거로 본다. 글로벌 e스포츠의 투자 현장의 흐름이 바뀐다는 이야기다"며 "우리도 이에 대해 준비해야 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스포츠 월드컵은 전 세계 e스포츠의 지형을 바꿨다. 2000년대 초 e스포츠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한국이 중심이었다면 2010년 중반에는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제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말하는 시기는 지났다"며 "지금은 중국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쫓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