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비시즌은 중요하다. 치열했던 한 시즌을 소화한 프로팀들은 프리 시즌을 통해 휴식을 갖으며 재정비한다. 그리고 휴식 이후에는 이적 시장을 통해 새로운 스쿼드를 꾸린 팀들이 프리 시즌 동안 치러지는 친선 경기, 혹은 친선 컵 대회를 통해 전력을 가다듬는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실전 감각을 키우고 새 시즌에 앞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
지난 LCK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많은 화제를 낳으며 마무리됐다. 그리고 스토브리그를 거치며 전력 변화를 꾀한 팀 중 OK저축은행, 디플러스 기아, 농심 레드포스가 1군 풀 전력으로 이번 케스파컵에 참가했다. 새로운 판을 짠 이들은 1월 시작하는 본 시즌에 앞서 케스파컵을 통해 호흡을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OK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대회 첫 경기서 2군 선수들 위주로 출전한 kt 롤스터에 덜미를 잡히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스위스·인터 스테이지를 통과했고 4강에서 전승의 젠지e스포츠를 탈락시키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를 치를수록 안정된 전력을 자랑한 OK저축은행은 이후 결승에서 강호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로 3 대 1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를 치르며 선수 간 호흡이 점점 맞아가는 것을 보인 것.
실제로 케스파컵에 참가한 선수들 역시 합을 맞출 기회라는 점에 주목한 바 있다. 본지와 인터뷰에서 디플러스 기아의 '베릴' 조건희는 "새로운 팀원과 빨리 합을 맞출 수 있는 게 장점 같다"고 이야기했다. 농심의 '킹겐' 황성훈 역시 "이번 대회는 정말 하고 싶은 픽,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자유롭게 하면서 서로 어떤 스타일인지 맞춰 가는 시기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케스파컵은 이처럼 스토브리그를 통해 합류한 새로운 팀원들과 전력을 가다듬을 기회였던 동시에, 신인 선수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기회기도 했다. 축구를 예로 들면 많은 팀이 프리 시즌 투어 동안 1군 스타 선수와 팀 내 유망주들로 구성된 멤버를 꾸리고는 한다. 그리고 유망주들에게 1군 선수와 함께 뛸 기회를 준다. 한국 최고의 축구 스타인 손흥민 역시 함부르크 SV의 유망주 시절 프리 시즌 맹활약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올해 kt 롤스터 챌린저스 소속으로 2군 모든 대회서 정상에 서며 '2군 골든 로드'를 이뤘던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kt에 잔류한 미드라이너 '지니' 유백진과 탑 '캐스팅' 신민제는 이번 케스파컵서 날 선 경기력을 선뵀다. kt는 유백진, 신민제의 활약을 앞세워 1군 멤버 한 명 없이 대회에 출전했음에도 12팀 중 최종 6위라는 호성적을 남겼다.
OK저축은행의 신인 정글러 '함박' 함유진과 원거리 딜러 신예 '하이프' 변정현은 우승까지 맛봤다. 점차 맞아가는 팀 호흡 속에서 함유진과 변정현의 경기력 또한 수직 상승했다. 이들 외에도 젠지의 미드라이너 '케미쉬' 김시훈, 원거리 딜러 '어바웃' 문형석, DRX의 베트남 출신 원거리 딜러 '레이지필' 쩐바오민 등이 1군 선수들과 경기에서도 좋은 기량을 뽐내며 미래를 기대케 했다.
이렇듯 케스파컵은 새로운 시즌을 앞둔 비시즌에 개최돼 팀들에게는 실전에서 합을 맞출 기회를, 신인 선수들에게는 1군 사이에서 활약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킬 기회를 줬다. 3년 만에 돌아온 케스파컵이 앞으로도 이렇게 프리 시즌 대회의 역할을 다하면서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