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지난 2월 IOC는 보도자료를 내고 e스포츠 세계와 올림픽 무브먼트 이벤트인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 첫 번째 대회를 2027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연다고 밝혔다. 애초 올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2년 늦게 열리는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 e스포츠에 부정적이었던 IOC
2000년 초부터 탄생한 e스포츠는 1~20대 사이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e스포츠가 스포츠인가'라는 질문은 매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전통 스포츠 쪽에서 보는 e스포츠는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스포츠를 흉내 낸 게임 대회'일 뿐이었다.
IOC도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e스포츠에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최근까지 e스포츠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17년 '팬 아메리카 스포츠 조직' 총회, 2018년 외신과의 인터뷰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던 e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대부분 e스포츠 경기는 누군가를 죽이고, 폭력이 나오며 특정 게임에서는 테러리스트가 등장한다. 이런 가운데 '평화를 추구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다'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도 e스포츠의 부정적인 인식에 한 몫했다.
◆ 시대적 변화 무시하기 힘들다
1896년 그리스 아테네서 처음으로 시작된 올림픽은 4년마다 국가를 돌며 개최된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올림픽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스포츠 대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후원사, 중계권만으로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인 올림픽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적인 변화를 무시하기 힘들었다.
시대적인 변화 중 하나는 2019년 발병한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올림픽도 1년 연기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밖에서 활동하는 거보다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이가 고통받았지만 오히려 e스포츠는 주목받기 시작했다. 밖에서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집안에서 직접 할 수 있으며 시청도 가능한 e스포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젊은이들의 올림픽에 대한 무관심도 IOC로선 큰 고민이었다. 출생율이 줄어들면서 선수층이 얇아지기 시작한 것도 고민이지만 시청률이 하락한다는 건 스폰서 수입의 급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스포츠를 인정하지 않던 IOC서도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2021년 4월 싱가포르서 열린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와 2023년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를 개최하며 e스포츠 대회 테스트를 시작했다.
당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열린 e스포츠는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전 세계가 주목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스트리트 파이터6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수확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흥행을 확신한 관계자들은 2004년 파리 올림픽의 e스포츠 종목 채택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IOC 내부서는 e스포츠의 흥행을 인정하는 이도 있었지만 일부 관계자는 올림픽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다.

◆ 사우디와 손 잡다
지난해 7월 IOC는 홈페이지에 사우디아라비아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파트너십을 맺고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NOC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는데 무려 12년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체육부 장관 및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압둘아지즈 빈 투르키 알 파이잘은 "사우디는 IOC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제 스포츠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우리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모든 선수가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선수들에게 새로운 꿈과 야망을 심어줄 수 있는 올림픽 역사의 새로운 장을 쓰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월드 사이버 게임즈(WCG)가 유일했던 국가대항전 형식인지 아니면 게임단 대결인지 궁금해했다. 한 관계자는 "e스포츠 월드컵 기간 일본 e스포츠 연합(JeSU) 관계자가 대회 관계자들을 만나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거로 안다"며 "게임단 대결이 아닌 국가대항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IOC는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의 2년 연기를 결정했다. 올해 첫 번째 대회를 열 예정이었던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는 2027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IOC는 왜 올림픽 e스포츠 게임즈가 2년 연기됐는지에 대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왜 2년이 연기됐는지에 대한 내용은 세 가지로 추론이 가능하다. 첫 번째는 대회를 치르기 위해 종목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e스포츠 월드컵 재단은 최근 라이엇 게임즈와 리그 오브 레전드(LoL)와 발로란트, 전략적 팀 전투(TFT, Teamfight Tactics)에 대해 3년간 대회 개최를 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e스포츠 월드컵 재단은 지난해에는 LoL과 TFT는 라이선스를 받았지만 발로란트는 얻지 못했다. 이유인즉슨 발로란트 e스포츠 세계 대회인 챔피언스와 대회 일정이 겹쳤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팀전과 국가대항전의 구분 등 프로세스의 구축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대로 지금까지 e스포츠 국가대항전은 WCG가 유일했다. 반면 지난해 열린 e스포츠 월드컵은 국가 대항전이 아닌 게임단 대결이었다. 만약에 국가대항전이라면 예선 진행, 시스템 구축 등 처리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를 둔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