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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개념 없는(?) 머린의 화려한 외출

◇자신의 벙커가 더 센 느낌이었다고 밝히는 정명훈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정명훈-전태양 초유의 앞마당 맞벙커 접전

전태양의 머린은 왜 벙커에서 뛰쳐 나왔을까.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 2라운드 1주차 SK텔레콤 T1와 위메이드 폭스의 5세트 경기를 보셨나요. 엄재경, 박용욱 해설 위원과 정소림 캐스터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면서 즐겁게 중계했던 경기입니다. SK텔레콤 정명훈과 위메이드 전태양의 맞대결이었는데요. 테테전이라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해설 위원들의 예상이 보기 좋게, 매우 즐겁게 틀려버린 명승부였죠.

2대2로 타이를 이룬 상황에 출전한 두 선수의 전략은 완벽히 달랐습니다. 정명훈은 초반 승부 또는 초반 견제를 통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려 했고 전태양은 확장을 통한 중장기적인 운영 승부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중앙 왼쪽 지역에 배럭을 건설하는 정명훈.

생각이 달랐던 만큼 정명훈이 먼저 치고 나갑니다. 최초에 주어진 50의 미네랄로 SCV 한 기를 눌러 놓은 정명훈은 처음 주어진 4기의 SCV 가운데 한 기를 중앙 지역으로 내보냅니다. 전태양의 본진이 위치한 언덕 아래에서 배럭을 짓기 시작한 정명훈은 완성될 즈음 SCV 한 기를 더 보내 전태양의 본진 위치를 확인하려 합니다. '아즈텍'이 3인용 맵이기 때문에 전진 배럭에 이은 머린 러시를 시도할 경우 스타팅 포인트를 찾기가 매우 쉬워진다는 발상에 기인한 전술로 보입니다.


◇배럭도 없이 더블 커맨드를 시도한 전태양.

정명훈은 어렵지 않게 전태양의 위치를 발견합니다. 전태양의 체제는 서플라이 디폿을 건설한 뒤 앞마당에 커맨드 센터를 짓는 노배럭 더블 커맨드였지요. 배럭이 지어지고 있던 시점에 위치를 확인했고 머린을 동원했기에 정명훈의 초반 공세는 매우 강력했습니다.

금상첨화였던 점은 중앙 지역 좌측에 배럭을 지었기에 머린의 충원 속도를 앞당겼다는 사실이지요. SCV 2기와 머린으로 전태양의 SCV를 공격하기 시작한 정명훈이었지만 큰 이익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전태양이 SCV 6기를 동원해 머린을 끊어주면서 적절하게 대처하는 듯했기 때문이지요. 엄재경 해설 위원은 "전태양 선수 연습할 때 저그로 플레이하나요? 드론이 벙커링 막는 것처럼 정말 잘 막고 있죠"라고 말할 정도였죠.


◇SCV를 동원해 수비에 나서는 전태양.

게다가 3분13초 즈음에는 전태양이 앞마당 입구에 벙커를 짓기 시작합니다. 정명훈보다 먼저 지었고 머린이 충원되는 경로도 가깝기 때문에 수월하게 막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죠. 정명훈도 벙커를 따라 짓습니다. 2초 가량 늦게 지었지만 전태양의 벙커와 얼굴을 맞대고 짓기 시작했죠.


◇정명훈의 맞벙커.

두 선수가 벙커를 짓는 시간의 차이는 2초 정도입니다. 벙커가 건설되는 동안 머린 1기가 생산된 전태양은 정명훈의 체력이 빠진 머린을 끊어주면서 숫자를 맞춰줍니다. 게다가 먼저 지어졌고 머린이 먼저 벙커에 들어가면서 우세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벙커가 피해를 입을 경우 앞마당에서 일하던 SCV를 동원할 수도 있었기에 전태양에게 분위기가 기우는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변수는 자원에서 발생합니다. 정명훈은 공격에 동원한 병력이 SCV 2기와 머린 뿐이었고 대부분의 일꾼이 본진에서 자원을 채취했습니다. 반면에 전태양은 1차 접전을 펼칠 때 본진에 3기 정도의 SCV를 남기고 모두 방어에 대동했습니다. 그만큼의 자원을 거둬들이지 못했던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전태양의 머린 충원 속도가 느려졌습니다. 정명훈은 계속해서 머린을 전장에 동원했고요.


◇전태양의 머린이 정명훈의 머린 2기 가운데 1기를 잡아내면서 좋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여기에서 결정적인 실수가 겹칩니다. 전태양이 벙커에 넣어 놓은 SCV를 클릭했어야 하지만 머린을 빼낸 것이지요. 벙커 속에 넣어 놓은 머린은 체력이 닳지 않지만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쉽게 잡히지요. 벙커 안에 넣은 머린 숫자가 정명훈보다 적었던 전태양이 굳이 머린을 빼냈어야 하는 이유가 없었죠. 벙커의 체력도 전태양 쪽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전태양의 실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벙커 안에 있는 머린은 일점사를 하지 못합니다. 다양한 타깃이 있을 경우 분산되어 피해를 입히지요. 전태양이 SCV를 동원해 자신의 벙커를 수리하면서 정명훈의 벙커를 포위했고 먼저 파괴하려고 하는 의도를 보인 상황이었기에 일부러 벙커에서 머린을 빼내면서 정명훈의 벙커를 강제 공격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체력을 조금이라도 일찌감치 닳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전태양의 머린 한 기는 왜 나왔을까요. 실수일까요, 의도된 컨트롤일까요. 전태양만 알겠죠?

우연인지, 행운인지 정명훈의 벙커 안에 들어 있던 머린이 벙커 밖으로 나온 전태양의 머린 한 기를 곧바로 잡아내면서 결과적으로 전태양은 상대의 벙커도 깨지 못하고 머린만 잃는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4분30초 동안의 짧고 굵은 경기는 정명훈의 승리로 장식됩니다. 이 경기에 대한 분을 삮이지 못했는지 전태양은 에이스 결정전에서 전진 배럭 전략을 펼칩니다만 정명훈의 정상적인 대응에 막히면서 승부를 내주고 맙니다.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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