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노트] 박정석-오영종 친형제 같은 그들의 이야기(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1251630380039183dgame_1.jpg&nmt=27)
*상편에서 계속
우리가 알고 있는 박정석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이야기들을 털어 놓은 오영종. 이를 지켜보는 박정석의 마음은 검게 타들어 갔겠지만 무뚝뚝한 이미지처럼 같으로는 웃음만 지었다. 오영종의 그런 모습이 밉지 않았던 탓에 박정석은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박정석을 이같이 변화시킨 계기는 무엇일까? 변화의 매개체는 오영종이었다. 서로를 변화시키고 장점을 받아들이게 된 두 선수의 군대 시절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앙숙에서 절친이 되기까지
DES=처음부터 두 선수가 친해졌을 것 같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박정석=정확히 보셨네요. 성격이 반대에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저는 천상 남자고 (오)영종이는 여성스러운 면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저는 매사가 진지하고 생각이 많은 편인데 (오)영종이는 긍정적이고 밝죠.
오영종=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사이가 좋았다고 볼 수는 없어요(웃음). 이름만 알고 지내던 사이였죠. 팀이 달라서 교류도 많지 않았고 인사만 나눴어요. 경기장에서는 적군이었고요. 게다가 나이 차이도 있어요. 그런 두 사람이 군에 같은 날 입대해서 동기가 됩니다. 이 사이는 어지간한 계기가 없으면 친해지기가 쉽지 않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였어요. 프로게이머 생활, 즉 군에 가기 전에는 깍듯이 대하던 형이었는데 군대에 가니까 동기이고 말을 놓으라고 해요. 동기면 편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군대의 법칙이니까요. 중간 부분을 찾지 못해 제가 많이 오버했죠(웃음). 군대라는 틀 안에 있으면 생각이 달라지는 느낌이에요.
박정석=휴가 때 나와서 농담으로 (오)영종이에게 “너는 우리 팀에 있었으면 벌써 나한테 죽었다”고 말한 기억이 나요(웃음).
DES=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친해지게 됐나요.
박정석=군대에 와보시면 알아요. 계기는 없어요. 그냥 친해져요(웃음). 매일 일어나서 얼굴보고 함께 힘들고 함께 같은 일로 고민하다 보면 친해지지 않는 일이 더 힘들어요(웃음).
![[절친노트] 박정석-오영종 친형제 같은 그들의 이야기(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1251630380039183dgame_2.jpg&nmt=27)
오영종=(박)정석이형이 저를 많이 감싸줬어요. 제가 잘못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항상 바로잡아 줬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고마운 것 같아요.
DES=박정석이 오영종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인가요?
박정석=벌써 소문이 났나요(웃음). 저는 (오)영종이의 낙천성이 정말 부럽고 그렇게 되고 싶어요. 사실 승부에 종사하는 사람은 한 번의 패배와 한 번의 승리에 일희일비하면 안돼요. 그런데 저는 한 번 지면 세상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면서 힘들어했어요. 물론 그것이 승부욕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몇 만 게임을 할 텐데 그 때마다 좌절한다면 프로게이머 생활 자체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런 면에서는 영종이 성격이 프로게이머들에게는 더 좋다고 볼 수 있어요.
오영종=저는 패한 경기는 배울 점만 가져오고 깨끗이 잊어요. 가끔은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낙천적이에요. 물론 제 모습이 코칭 스태프 입장에서는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언제까지 좌절하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프로게이머는 자신감이 필요해요. 긍정적인 자신감이 없으면 항상 찡그린 인상으로만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오영종=정석이형이 저를 보고 배운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데요(웃음). 그런데 요즘은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웃음). 제가 연패할 때도 이런 스트레스는 안 받았던 것 같은데 팀이 연패를 하는 것을 보고만 있자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제 인생 최고의 스트레스를 요즘 다 받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올드 프로게이머가 가야할 길
DES=두 선수가 가는 길이 앞으로 후배들의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어떤 꿈들과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오영종=올드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는 아직 늙지 않았어요(웃음). 충분히 선수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석이형과는 달라요(웃음). 농담이고요. 할 수 있는 한 계속 선수로 뛰고 싶어요. 이제 제 나이가 26살입니다. 프로게이머로서 우승이 목표라는 말을 하기는 힘들겠지만 팀을 우승시키는 데 일조하는 선수가 될 수는 있죠. 몇 년 더 뛸 겁니다. 예전에는 나만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내 목표가 곧 팀의 목표가 돼가고 있는 거죠. 팀 체제에서 올드들이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아요.
![[절친노트] 박정석-오영종 친형제 같은 그들의 이야기(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1251630380039183_3.jpg&nmt=27)
박정석=(오)영종이 말에 동의해요. 단순히 얼굴 마담이 아닌 거죠. 올드들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히 있어요. 아직까지 일반 인들은 '택뱅리쌍'보다는 올드들을 더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그 부분에서 e스포츠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올드들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당장 앞에 놓인 성적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e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 나가는 일을 올드들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영종=(박)정석이형 이야기를 들어보니 깨닫게 되는 부분이 많네요. 가끔 저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분들은 임요환 선수와 붙었던 So1 스타리그 결승전 이야기를 하세요. 이제동은 몰라도 저를 아는 일반인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했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드네요.
DES=박정석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올드들이 가지는 꿈은 지금 게임을 시작하는 선수들에게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것들이네요.
박정석=프로게이머를 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e스포츠가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올드들이 더 많은 곳에 나와 e스포츠를 이야기하고 일반인들에게 e스포츠의 매력을 전하는 일을 해야 해요. 지금 새로운 도전을 하는 친구들에게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우리가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한 게임단의 얼굴이 아니라 e스포츠의 얼굴이라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행동해야죠.
오영종=저 역시도 팬들이 올드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1승을 한다고 밥 값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싫습니다. 내가 속한 곳을 더 크게 만드는 뿌듯한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물론 경기에 나가서 1승을 거두는 것도 당연히 목표 중 하나고요(웃음).
박정석=지금 나보고 빨리 1승 하라는 이야기냐(웃음).
오영종=설마 그렇겠어요(웃음). 뭐 저는 이미 3승을 했기 때문에(웃음).
◆닭살 돋는 덕담
DES=이제 서로에게 한 마디씩 해주는 훈훈한 분위기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절친노트] 박정석-오영종 친형제 같은 그들의 이야기(하)](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1251630380039183_4.jpg&nmt=27)
박정석=만날 통화하는데 또 덕담을 하라니요. 그것도 얼굴 보면서 하는 건 너무 닭살 돋는데(웃음).
오영종=전형적인 한국 남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기란 쉽지 않죠. 그것도 경상도 남자인데(웃음).
박정석=(오)영종이는 원래 애교가 많아서 가능하겠지만 저는 힘들다고요(웃음).
오영종=그래도 따뜻한 한마디는 해달라고(웃음).
박정석=꼭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죠(웃음). 너무나 잘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해줄 말이 별로 없어요. 지금처럼만 선수들 잘 이끌어주고 올드가 아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오)영종이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이재균 감독님이 (오)영종이를 보고 "성적을 내지 않아도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요즘 (오)영종이를 보고 많이 배웁니다. 팀에서 꼭 필요하고 나아가서는 e스포츠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영종=저는 (박)정석이형에게 할 덕담이 없어요. 너무나 완벽하잖아요(웃음). 이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언제나 (박)정석이형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저에게 (박)정석이형은 삶의 지표에요. 항상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맛있는 밥을 사줬으면 좋겠네요(웃음).
인터뷰가 끝난 뒤 지갑을 가지고 내려오지 않은 박정석에게 빨리 올라가 지갑을 가지고 내려오라며 재촉하던 오영종. 멋쩍은 듯 지갑을 가지고 내려온 박정석에게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고 팔짱을 끼던 오영종의 모습은 천상 형을 하늘 떠받들듯 모시는 남동생이라기 보다는 애교 많은 막내 여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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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제보다 더 끈끈한 정으로 묶여 있는 박정석과 오영종의 인연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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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