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이신형, STX 순항 위한 '신형 엔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2111538450039790dgame_1.jpg&nmt=27)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이 이제 막 반정도 돌았다. 3라운드 마지막 주차를 남겨놓고 있는 현재 기존 강자들인 '택뱅리쌍'이 여전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각 팀에서 가장 높은 승수를 쌓고 있는 선수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일만한 선수들이 맨 위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하지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팀들도 눈에 띈다. 팀을 합병한 하이트 엔투스는 혜성같이 나타난 신예 신동원이 '택뱅리쌍'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다승 3위에 올라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예가 프로리그 판도를 흔들고 있는 사례다.
하이트 신동원과 함께 이번 시즌 가장 주목 받는 신예로 꼽히고 있는 이신형. STX호가 더 멀리 항해할 준비를 마칠 수 있도록 '신형엔진'을 달아준 그를 만났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 큰 힘
이신형은 7남매 가운데 장남이다. 처음 7남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신형이 늦둥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에는 아들을 낳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남이란다. 위로 누나가 한 명 있고 이신형 밑에 5명의 동생이 있는 것이다. 요즘 정말 보기 드문 대가족이다.
"처음에 7남매라고 말하면 다들 같은 반응을 보여요(웃음). 제 친구들 중에도 3남매라고 하면 많이 낳았다고 쳐주는데 저는 두 배의 형제가 있으니까 단연 최고죠(웃음). 동생들이 하도 많아서인지 말이 더 없어진 것 같아요(웃음). 굳이 제가 말하지 않아도 동생들이 다 떠들잖아요."
이신형이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말했을 때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밀어 주셨다고 한다. 부모님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가장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 준 덕분에 이신형은 의심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프로게이머 세계로 뛰어 들었다. 부모님 응원이 이신형에게는 무엇보다 큰 힘이 된다고.
"7남매라 그런지 부모님이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은 막지 않으셨어요(웃음). 그렇게 자라다 보니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책임감도 강해지고 남매들과 더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동생들이랑 부모님이 보고 싶네요(웃음)."
◆'역전패의 달인'
![[피플] 이신형, STX 순항 위한 '신형 엔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2111538450039790dgame_2.jpg&nmt=27)
"선배들이 반어법으로 '명경기의 달인'이라고 부를 때마다 힘들었어요. 다시 바꿔 말하면 '역전패의 달인'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거든요. 유리한 경기를 질질 끌다가 역전패를 자주 당하다 보니 나중에는 경기에 나가는 것이 두렵더라고요. 마우스를 잡는 것도 모니터를 쳐다 보는 것도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매번 역전패를 당하고 승수를 쌓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면 코칭 스태프 입장에서 포기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STX 코칭 스태프는 결과만을 보지 않았다. 역전패를 당했다는 이야기는 장기전 운영이 약점이라는 이야기도 되지만 경기 초·중반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능력은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신형이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김은동 감독이 만류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위기가 있었어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를 시작하기 전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코칭 스태프에게 전했죠. 더 이상 코칭 스태프에서 저를 믿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감독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아요. 이번 비시즌을 거친 뒤 다음 시즌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마우스를 잡게 됐죠."
자신도 모르던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준 STX 코칭 스태프 덕분에 이신형은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그리고 이번 시즌 벌써 17승째를 올리며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코칭 스태프의 믿음에 제대로 '보은'하고 있는 셈이다.
이신형은 말이 별로 없다. STX에서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이신형은 아직까지 자신이 팀의 에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단다. 겸손함을 넘어서 자신감 부족이라 남들이 평가할 정도다. 그러나 이것이 진짜 이신형의 속마음일까?
"아직 (김)구현이형이나 (김)윤환이형을 뛰어 넘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이번 위너스리그 성적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7승3패를 했는데 3패가 이영호, 이제동, 김택용에게 진 경기에요. 다른 팀 에이스들과 붙으면 여지 없이 무너진다는 의미잖아요. 그런 선수가 에이스라 불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 아닐까요?"
이제 보니 자신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혹독할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었다. 단순히 승수만 높은 것이 아니라 다른 팀 에이스들과 맞붙었을 때도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가 에이스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까지 최고의 선수라 불리는 '택뱅리쌍'의 아성을 무너트리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신형의 설명이다.
![[피플] 이신형, STX 순항 위한 '신형 엔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2111538450039790_3.jpg&nmt=27)
"겉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욕심이 없거나 승부욕이 없다고 생각하면 섭섭하죠(웃음). 승수만 높고 내 입으로 아무리 'STX의 에이스는 나'라고 외쳐도 남들이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죠. 제 입이 아닌 남들의 입에서, 전문가들의 평가에서 '이제 이신형이 STX의 에이스로 거듭났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저는 묵묵히 연습하고 노력할 겁니다. 마음속에 품은 욕심이라고 할까요(웃음)."
인터뷰에서 내내 “아직은 에이스가 아니라”라는 말만 되풀이 했던 이신형을 보면서 욕심이 없는 선수로 평가했던 것이 부끄러워 지는 순간이었다. 더 높은 곳에서 더 당당하게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해 말을 아끼던 이신형의 깊은 속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성적을 낸다면 알아서 이신형이라는 이름 앞에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겠죠. 그 때까지 말을 아낄 생각입니다. 프로게이머는 말이 아닌 실력으로 보여주는 직업이잖아요.”
◆40승이 목표
이신형이 이번 시즌 목표로 잡은 승수는 40승. 지난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 STX에서 최다승을 기록한 김윤환이 거둔 승수와 같다.
"마음 속으로는 당연히 이번 시즌을 끝냈을 때 팀에서 가장 많은 승수를 거둔 선수가 되고 싶죠(웃음). 하지만 (김)구현이형과 (김)윤환이형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 같아요(웃음). 요즘 '그만 치고 올라가라'고 장난으로 말하곤 하거든요. 겉으로는 웃지만 아마 4라운드 때부터 형들의 반격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웃음)."
![[피플] 이신형, STX 순항 위한 '신형 엔진'](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2111538450039790_4.jpg&nmt=27)
이신형은 최근 새로 얻은 '신형엔진'이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며 예전에 불렸던 별명들은 잊어 달라고 멋쩍은 듯 웃었다. 지금의 성적이 거품이라는 것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는 이신형은 인터뷰가 끝나자 마자 부리나케 연습실로 달려갔다.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주는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겠다는 이신형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sora@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