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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MBC게임 안동원-김영진 작가 "자식 같은 MSL"(1)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만능'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두고 쓰는 말일 것이다. 리그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 사람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일은 없다. 컨셉트부터 시작해 리그 방식, 심지어는 결승전에 쓰이는 문구와 다음 시즌 쓰일 맵까지도 이들의 피와 땀이 묻어있다.

'천재'라 불리는 MBC게임 안동원, 김영진 작가. 많은 사람들이 작가라고 하면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이 두 사람은 글을 쓰는 영역을 이미 벗어난 지 오래다. MSL에 관련한 모든 일에 물 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사람들이다.
안동원, 김영진 작가를 만난 시점은 MSL 4강이 네 명의 저그로 결정된 뒤였다. 한숨을 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두 작가 모두 한껏 들떠 있었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놓인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도전이고 즐거운 일인 것이다. 어떤 스토리로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지 의견을 나누느라 걱정할 틈도 없어 보였다.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e스포츠 업계에서 MBC게임 작가들은 '천재'라고 불린다. 그들의 머리 속에서 나오는 기상천외한 생각들은 e스포츠에서 담아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다. 그리고 MSL은 그들의 특이한 생각을 반영하며 조금씩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리그를 만들어 가는 재미에 푹 빠진 두 사람과 지금부터 알려지지 않은 MSL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DES=e스포츠에서 '천재'로 알려진 두 분을 만나게 돼 영광입니다. 정말 뵙고 싶었는데요.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천재들은 원래 세상에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잖아요(웃음). 안 만난다고 할 것 같아 무척 걱정했습니다.

안동원=저희를 찾아주지 않아 서운했으면 서운했지 세상과 등지고 사는 사람들은 아니랍니다(웃음).
김영진=인터뷰 요청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기뻤는데요(웃음). 앞으로 자주 불러주세요(웃음).

DES=두 분이 천재라 불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MBC게임 관계자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MSL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체제를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 주시겠어요?

안동원='천재'라는 말은 김영진 작가에게 어울리는 말입니다(웃음). 저의 가장 큰 치적은 김영진 작가를 발굴한 것이죠다(웃음). 사실 그것 만으로도 저는 밥 값을 했다는 생각입니다(웃음).

김영진=과찬이세요(웃음). 천재라뇨. 안동원 작가님이 워낙 많은 소스를 주시고 잘 이끌어 주신 덕분이라고 말하면 되나요(웃음)? 농담이고요. 부끄럽게도 아마 '스틸 드래프트 방식' 때문에 MBC게임 관계자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나 생각해요. 스틸 드래프트 방식 덕분에 MSL 조지명식이 정말 재미있어졌죠. 이제 팬들에게 '조지명식은 온게임넷보다 MBC게임이 훨씬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잖아요. 뿌듯합니다(웃음).

안동원=스틸 드래프트 방식에 대해 사실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엇갈렸어요. 하지만 김영진 작가가 ‘무조건 성공한다’고 자신 하더군요. 이런 면 때문에 김영진 작가가 천재라고 불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DES=스틸 드래프트 방식 외에도 MSL 하면 떠오르는 많은 것들을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또 어떤 부분들이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e·만·사] MBC게임 안동원-김영진 작가 "자식 같은 MSL"(1)

◇MBC게임 안동원 작가

안동원=김영진 작가가 천재라는 별칭을 얻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죠. 지난 2007년 곰TV MSL 시즌1 결승전을 앞두고 김영진 작가가 회사 책상에서 심심풀이로 김택용이 마재윤을 이길 확률을 계산 하고 있는 거에요. 2.XX%라는 글자를 본 순간 갑자기 필이 딱 왔어요. 다른 예고는 필요 없겠다 싶었죠. 김영진 작가가 장난으로 한 확률 계산이 대박을 쳤고 아직도 팬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고 있잖아요. 대단한 거죠.
김영진=만약 다른 사람이 그 장면을 봤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안동원 작가님이 보셨기 때문에 그 부분이 예고로 나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어요. 환상의 콤비인거죠(웃음). 사실 저도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어요. 지금도 가끔 그때 만들었던 확률 예고가 패러디 되는 것을 보며 신기해 하곤 해요.

안동원=천재는 모든 것을 깊게 생각하지 않는 법이죠(웃음). 그 이후로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 숫자 하나만으로도 최고의 예고가 만들어 졌잖아요.

김영진=결과도 극적이었죠. 만약 마재윤이 우승했다면 확률 예고가 그렇게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겁니다. 세상은 확률대로 움직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을 테니까요.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고 김택용이라는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게 됐죠. 제가 천재라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김)택용이가 저를 도운 것이죠(웃음).

안동원=MSL 역사상 가장 성공한 리그를 곰TV MSL 시즌1으로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시작하기 전에는 가장 실패한 리그라고 생각했어요. 16명 가운데 MSL에 처음 올라온 선수가 9명이었죠. 네임드가 별로 없는데다 스토리 라인을 엮을 선수가 없었어요. 지금은 최고의 선수가 돼있는 이제동, 김택용 선수도 곰TV MSL 시즌1에 첫 진출자였어요(웃음). 조지명식을 하기 전 정말 난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김영진=지금 생각해보면 가장 제 의지대로 하지 못한 리그가 곰TV MSL 시즌1이었어요. 혼이 나간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이끌리듯 리그를 진행했던 것 같아요. 확률 계산도 계획적이지 않았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소름 돋는 일이죠(웃음).

DES=곰TV MSL 시즌1과 더불어 기억에 남는 리그가 있다면 어떤 리그인가요?

안동원=두말 할 것도 없이 하나대투증권 MSL입니다. 저희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된 리그였어요. 하나대투증권 MSL 바로 전 리그가 네이트 MSL이었거든요. 여기까지 말 하면 더 이상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김영진=네이트 MSL 결승전에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었죠. 그 당시 작가진을 비롯한 MBC게임 전체가 흔들렸어요. 그 사건으로 팬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질타를 받았고 과연 우리가 MSL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어요. 댓글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조차도 할 수 없었어요. 주저앉아 그저 멍 하니 있는 제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안동원=누구의 잘못이든 이미 MBC게임 구성원이라면 그 사고로 상처가 하나씩 있을 겁니다. 팬들은 우리를 외면했고 저희 조차도 이런 결과에 당혹할 수밖에 없었어요. 팬들이 더 이상 MSL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죠. 제가 이 바닥으로 들어온 뒤 아마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MBC게임 김영진 작가

김영진=만신창이가 된 MSL을 맡게 된 송지웅 PD와 작가진 그리고 스태프들 모두 의지를 다졌던 기억이 나네요. 다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한 마음으로 뭉쳤어요. 그리고 8강 구성훈과 윤용태가 트라이애슬론에서 명경기를 보여주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결승전이 다시 한번 이제동과 이영호의 대결이 됐을 때 하늘이 다시 우리에게 기회를 주는구나 생각하며 온 몸이 부서져라 뛰었던 기억이 나네요.

안동원=운도 따라줬어요. 하나대투증권 MSL 결승전이 시작할 때쯤 e스포츠에 ‘조작 사건’이 터졌죠. 어떻게 보면 위기였던 순간이었는데 오히려 팬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e스포츠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태형 해설도 스타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MSL 결승을 응원해 주시기도 했고요.

김영진=결승전 전까지 안동원 작가를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잠 한숨 자지 못하고 점검에 또 점검을 되풀이 했어요. 만약 네트워크나 전원에 조금의 오류라도 있다면 MSL은 이제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온 몸에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3대0으로 결승전이 끝나고 난 뒤 전 스태프들이 풀썩 주저 앉더라고요. 저도 눈물이 날 뻔 했는데 꾹 참았던 기억이 있네요.

안동원=놀림감이 되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어요. 내가 키운 자식이 밖에 나가서 놀림감이 되는 것을 웃으며 지켜볼 부모는 없잖아요. 내 자식과 같은 MSL을 떳떳하게 키우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최선을 다할 겁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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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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