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e-sports

[e·만·사] MBC게임 안동원-김영진 작가 "자식 같은 MSL"(2)

*2편에 이어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누구보다 MSL을 아끼고 e스포츠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가득한 MBC게임 안동원, 김영진 작가. 그들의 머리 속에는 현재 어떻게 하면 리그 방식을 더 재미있고 완벽하게 만들지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있다.


MSL 리그 방식은 계속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예전에는 더블 엘리미네이션이라는 특이한 방식을 사용한 MSL은 현재의 리그 방식으로 정착할 때까지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계속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많은 고통이 따를 수 밖에 없는 모험이었다.

DES=MSL이 처음에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시작했죠. 리그 방식을 바꾼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었나요?

안동원=처음 서바이버 방식을 도입한 것도 김영진 작가의 아이디어였죠. 정확히 말하면 김영진 작가가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온 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제안했던 글 때문이었습니다. 그때는 김 작가가 군대에 있어서 저작권에 대해 물어볼 수도 없었어요(웃음). 고소를 당하지 않으려면 김 작가를 내 밑에 둬야 할 것 같아 군대에서 제대한 김 작가를 곧바로 영입했죠(웃음).

김영진=제가 그런 리그 방식을 제안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바둑을 즐겨봤기 때문입니다. 바둑에서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을 사용했거든요. 재미있게도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딱 맞는 방식이더라고요. 안 작가님이 제 아이디어를 써준 것 만으로도 저는 기분이 좋았습니다(웃음).

안동원=하지만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도 시간이 지나자 변화가 필요했어요. 방식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거든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MSL을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하부리그와 32강에 엘리미네이션 방식을 도입하고 상위 라운드에서는 토너먼트 방식을 선택했죠. 하지만 지금의 방식도 완벽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계속 변화를 추구할 생각입니다.

DES=MSL이 8강에서 랭킹을 재배치 하는 방식에 대해 말이 많았는데요.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많이 갈렸을 것 같은데 그 방식을 도입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안동원=사실 내부적으로도 가장 논란이 많이 됐던 방식이기도 했죠. 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결승전 대진을 좋게 만들기 위한 작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결승전 대진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기 위해 랭킹 재배치를 도입했다고 생각하는데 MSL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마재윤이 김택용에게 무너지는 3.3 혁명과 박지수가 이제동을 3대0으로 잡고 MSL을 정복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입니다. 랭킹 재배치로 결승전 대진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죠.

김영진=랭킹 재배치로 논란이 될 때 정말 많이 답답했어요. 만약 결승 대진을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랭킹 재배치가 아니라 다른 방법을 간구했을 겁니다. 처음에 랭킹 재배치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8강에 진출한 선수들의 형평성을 고려하자는 의미에서였어요.

DES=개인적으로 선수들과 이야기해 보면 MSL 랭킹 재배치 방식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월드컵 조추첨을 할 때도 피파랭킹 순위로 조를 짜는 것처럼 e스포츠도 현재 초고의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더라고요.



안동원=오히려 선수들은 랭킹 재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에요. 신예 선수들에게는 단번에 자신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어차피 강한 상대를 만나지 않고 결승전까지 간다면 ‘천운’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잖아요. 중간에 강한 선수를 만나 이기게 되면 쉽게 스타가 되는 것이고 그러지 못한다 하더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신예 선수들에게는 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고 잘하는 선수들에게는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 랭킹 재배치의 의도에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그렇습니다.

김영진=랭킹 재배치를 주장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한쪽으로 대진이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상하게도 항상 잘하는 선수들이 한쪽으로 몰려 팬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리그의 집중도도 떨어지고 전체적으로 리그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보며 아쉬웠어요.
사실 랭킹 재배치도 완전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리그 쏠림 현상도 막고 선수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줄 수 있는 더 좋은 방식이 있다면 MSL은 또 한번 변화하게 되겠죠.

하지만 확실한 사실은 리그 방식을 어떻게 만들어도 우승자는 같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결국 리그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하늘이 내는 우승자의 상대를 가장 강한 선수가 될 수 있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죠. 우승자는 우리가 만들 수도 없고 누군가가 우승하고 싶다고 노력해도 안 된다는 것을 10년 동안 e스포츠에 종사하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안동원=우승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 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DES=온게임넷과 MBC게임 스타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안동원=온게임넷이 낭만주의라면 MBC게임은 극사실주의라고 할까요. 온게임넷은 e스포츠에 더 많은 이슈와 이야기 거리들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들어 주죠. e스포츠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낭만을 불어넣는다면 MBC게임은 당대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 최근 어떤 종족이 최강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실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 매력이 있죠. 만약 두 리그 우승자가 같다면 e스포츠가 얼마나 재미 없겠어요. 예상대로만 돌아가는 스포츠. 상상만 해도 밋밋할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서로 공존하면서 e스포츠에 시너지 효과를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영진=리그를 만드는 사람들은 항상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요. 우리 리그가 어떤 색깔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지 MBC게임 역시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주의로 가든 낭만주의로 가든 중요한 것은 e스포츠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조건 잘된다고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색깔을 지키며 e스포츠에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해야죠.

DES=소수의 팬들은 MSL을 2부 리그라고 폄하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할 것 같아요.

안동원=속상하죠. 가끔 우리의 노력을 너무나 몰라주는 사람들이 야속하기도 했어요. 원래 실수나 실패는 노력하는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결과거든요.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은 실수나 실패도 하지 않아요. MBC게임은 지금 계속 노력하고 있고 시도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발생하는 실수나 실패에 대해 조금만 너그럽게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영진=2부 리그라는 말을 들으면서 팬들이 원하는 리그가 어떤 것인지 더 많이 고민하고 고심하게 됐어요.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팬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팬들이 즐거워하고 좋아하는 리그를 만들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죠.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속상하거나 원망하는 일은 시간 낭비잖아요.

DES=MSL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안동원=팬들의 의견을 편식하지 않는 MSL이 되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지금의 질책과 칭찬이 저희에게는 큰 도움이 되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아무 피드백도 오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괴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항상 팬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소수의 의견이라도 결코 무시하지 않는 MSL이 될 테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 MBC게임과 저 역시 e스포츠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김영진=최근에는 예선장부터 선수들의 이야기 하나 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좋은 리그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선수들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죠. 우리가 모르고 남들이 모르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재미있게 보여주겠습니다. 선수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선수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MSL로 만들 수 있도록 발로 뛰겠습니다. 저희의 행보에 귀를 기울여 주시고 애정으로 바라봐 주세요.

e스포츠를 만들고 리그를 만드는 힘은 결국 팬이라고 힘주어 말한 MBC게임 안동원, 김영진 작가.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그들은 이번 피디팝 MSL 결승전을 위해 또 긴 이야기를 나눴다. 더 좋은 리그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고민이 있기에 MSL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sora@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 photo@dailyesports.com


<Copyright ⓒ Dailygame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데일리랭킹

1젠지 5승 0패 +7(10-3)
2한화생명 4승 1패 +4(8-4)
3디플러스 기아 3승 1패 +4(7-3)
4농심 3승 2패 +2(7-5)
5T1 3승 2패 +2(7-5)
6BNK 2승 3패 0(7-7)
7OK저축은행 2승 3패 -3(5-8)
8KT 1승 4패 -5(4-9)
9DRX 1승 4패 -5(3-8)
10DNF 0승 4패 -6(2-8)
1
2
3
4
5
6
7
8
9
10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