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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e스포츠 만능 재주꾼' 임기홍 심판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e스포츠를 스포츠답게 만드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승부를 즐기는 선수들, 그들의 경기를 보며 환호하는 팬들 그리고 공정한 경기를 위해 지정된 규정 등이 e스포츠를 진정한 스포츠로 거듭나게 만들어 준다.

어느 하나 e스포츠를 구성하는데 중요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e스포츠를 가장 스포츠답게 만들어 주는 요소 중 하나가 심판이라는 사실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스포츠에도 심판이 없는 스포츠는 없다. 선수들이 최상의 조건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보이지 않게 땀을 흘리는 심판이야말로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임을 증명하는 가장 큰 요소임에 틀림없다.
한국e스포츠 공인 심판 가운데 유일하게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 모두를 아우르는 임기홍 심판. 그가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종목 모두를 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학창 시절 태권도 선수로 뛰면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공정한 경기가 무엇인지 몸으로 경험한 임 심판은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그것이 심판이 해야 할 일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를 만드는 사람들 세 번째 주인공 임기홍 심판. 다양한 경험으로 e스포츠 만능 재주꾼으로 통하는 임기홍 심판의 이야기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자.

◆e스포츠는 스포츠다
누군가가 물어본다. e스포츠가 진정한 스포츠가 맞냐고. 그 물음에 자신 있고 당당하게 “스포츠다”라고 답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확하게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근거 또한 명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e스포츠를 스포츠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만 한다. 임기홍 심판이 당당하게 스포츠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저 역시도 ‘게임이 무슨 스포츠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오히려 선입견이 더 심했죠.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선수로 활동했었던 만큼 몸으로 뛰지 않고 땀 흘리지 않는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e스포츠를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제 존재가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만·사] 'e스포츠 만능 재주꾼' 임기홍 심판


임 심판은 뒤에서 땀 흘리며 노력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자신이 태권도를 하던 시절 흘리던 땀과 눈물 그리고 노력들을 프로게이머들의 모습에서 그대로 발견했다.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e스포츠를 게임문화로만 생각하던 임 심판에게 선수들의 노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가 스포츠라 생각하는 야구, 농구, 배구 등 이른다 필드에서 뛰는 운동만이 스포츠가 아니더라고요. 승부를 즐기고 그 승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스포츠가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e스포츠는 그 어떤 운동과 비교해도 스포츠로서 인정 받아야 마땅합니다. 선수들의 노력을 눈으로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임 심판은 그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심판이라고 못 박았다. 스포츠에 심판이 필요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선수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치는 선수가 웃을 수 있도록 공정한 경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심판이 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심판은 e스포츠를 스포츠답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심판이 필요하다는 것은 경기가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죠. 심판이라는 존재 자체가 e스포츠를 스포츠로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저 역시도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욱 스포츠답게 만들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요."

◆심판의 매력에 빠지다
임기홍 심판이 ‘e스포츠 심판’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달게 된 것은 2008년. 전국 아마추어 대회 때 심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은 임 심판은 아르바이트나 하자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게임을 하는데 왜 심판이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고 편하게 돈 벌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가졌다고.

"하는 일 없이 뒤에 서있다가 돈만 받으면 되니 얼마나 쉬워요(웃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막상 심판이라는 완장을 차고 경기장에 투입되니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심판이 없다면 정말 PC방에서 친구들이랑 게임 한판 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심판이 있음으로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펼치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저 역시도 선수들이 부정행위를 하는지, 금지된 버그를 사용하지는 않는지 살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요. e스포츠가 게임이 아니라 스포츠임을 그때 깨달은 것이죠."

아마추어 대회에서 심판의 매력에 푹 빠진 임 심판. 부상으로 인해 태권도를 그만두는 힘든 상황에서 다시 스포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임 심판을 흥분시켰다고 한다. 만약 e스포츠가 스포츠다운 매력이 없었다면 임 심판은 이쪽으로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후로도 심판을 하면서 정말 혹독한 훈련을 받았어요.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기를 펼치는지 눈을 떼지 않고 경기를 지켜봐야 하거든요. 특히 FPS 같은 경우는 한 순간 방심하게 되면 부정 행위를 보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어요. 민첩함, 순발력이 모두 요구되는 직업이죠. 운동을 한 경험도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어요. 상황을 판단함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렇게 e스포츠 심판의 매력에 푹 빠졌죠."

◆심판은 버려진 종족
어느 스포츠에서도 심판 판정 논란은 항상 존재한다. 하지만 e스포츠의 경우 강도가 더 심하다. 판정의 근거를 팬들에게 직접 알려 모든 책임을 심판이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규정의 미비함 까지도 심판의 책임이다. 사실 심판은 그저 규정에 의거해 판정을 내렸을 뿐 규정을 만든 사람도 아닌데 온갖 욕을 다 들어야 한다. 가끔 억울하기도 할 것 같다.

"한 축구 심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심판은 버려진 종족이라고.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웃음). 심판은 팬들에게 존재 자체로도 비난을 받을 때도 있으니까요.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심판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만·사] 'e스포츠 만능 재주꾼' 임기홍 심판


임 심판이 ‘버려진 종족’이 된 가장 큰 사건은 예전 스타리그에서 박태민이 경기가 시작하자 마자 ‘aa’를 연타한 사건 때문이다. 그 당시 화승 손찬웅이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gg’를 먼저 치는 이른바 ‘선 gg’ 사건이 발생해 채팅에 관한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됐었다.

"박태민 선수가 1세트 끝나고 ‘gg’를 ‘ㅎㅎ’으로 쳤어요. 그 당시에는 ‘gg’, ‘PPP’ 이외의 글자를 채팅창에 치면 몰수패를 주는 규정이 있었거든요. 1세트가 끝나고 박태민 선수에게 사실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2세트가 시작됨과 동시에 박태민 선수가 ‘aa’를 치더라고요. 순간 아찔했습니다."

화면에서 ‘aa’를 보는 순간 임기홍 심판 머리 속에는 이미 판정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규정이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속으로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분명 실수고 경기 초반 ‘aa’를 쳤다고 해서 이 선수가 부정행위를 한 것도 승부에 영향을 준 것도 아니지만 몰수패를 줘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속으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몰라요(웃음). 하지만 결국 박태민 선수에게 몰수패를 선언해야 했죠. 그리고 경기 내내 휴대폰이 끊이지 않고 울리더라고요. 그 당시 미니홈피 방명록에 글이 올라오면 문자가 오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박태민 선수의 몰수패 사건 이후로 팬들이 제 미니홈피에 비난글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끊임없이 울리는 휴대폰 소리에 임 심판은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뒤 친구와 한강을 거닐며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때 임 심판은 ‘심판은 버려진 종족’이라는 말의 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규정이 올바르지 않다면 이를 명확하게 하는 일도 심판이 해야 할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에는 규정이 정해지면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이 있고 난 뒤에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 지면 과연 선수들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는 규정이 맞는지 고민하고 의견을 개진하려고 노력합니다.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이죠."

◆스타와 스포를 오가는 만능 재주꾼

e스포츠 공인 심판 가운데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를 모두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임기홍 심판이 유일하다. 두 종목 모두 담당하기 쉽지 않지만 임 심판은 항상 만능 심판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행운이죠. 예전 카운터 스트라이크 선수를 했던 경험이 저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두 분야에서 계속 활약하고 싶어요. 만능이라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인 것 같아요."



심판은 단순히 공정한 경기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속한 스포츠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어떤 것이 더 필요한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임 심판의 생각이다. 그래서 요즘 임 심판의 머리 속에는 스페셜포스 프로리그를 어떻게 하면 더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꽉 차있다.

"팬들의 관심이 없다면 e스포츠도 저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스포츠의 근간은 팬들의 관심이에요. 스페셜포스 프로리그가 더 발전하려면 팬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그 생각뿐입니다. 단순히 판정만 내리는 것이 심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임기홍 심판은 e스포츠를 더욱 스포츠답게 만들고 팬들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스타크래프트와 스페셜포스를 오가며 최고의 만능 심판으로 자리매김하는 그날까지 임 심판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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