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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만·사] e스포츠의 세계화를 꿈꾸는 CJ 사무국 오상헌 대리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살면서 가슴이 뛰는 순간이 있잖아요. 제가 e스포츠를 만났을 때 그랬습니다."

공군을 제외한 9개 프로게임단 사무국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e스포츠를 지켜본 CJ 엔투스 오상헌 대리가 한 말이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느꼈길래 가슴이 뛰었을까. 그리고 지금의 e스포츠도 여전히 그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을까.
e스포츠를 만드는 사람들 가운데 게임단 사무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들이 없다면 지금의 e스포츠는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에게 사무국의 존재는 그저 ‘회사’의 명령만을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런 편견과 오해를 바로 잡을 필요성이 있기에 이번 e만사에서는 사무국을 만나게 된 것이다.

특히 CJ 엔투스 오상헌 대리의 경우 현재 존재하는 9개 게임단 사무국 가운데 e스포프를 가장 오랜 기간 담당했다. 초창기부터 성장기, 정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본 오 대리가 바라본 e스포츠는 과연 어떨까. 지금부터 e스포츠를 만드는 사무국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가슴을 뛰게 만든 e스포츠
미국에서 대학교를 나온 오상헌 대리는 오랜 기간 동안 미국 생활을 하면서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 푹 빠져 지냈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유명한 야구팀이 있는 보스턴에서의 생활은 스포츠가 얼마나 매력 있는 문화인지 알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보스턴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목표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일하는 겁니다.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는 일이죠. 하지만 미국 사람도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동양인이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계속 스포츠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여자 골프의 세계에 빠져 든 것이죠."



오상헌 대리가 미국에 있을 당시 한국 여자 골퍼 박세리가 미국을 휩쓸고 있는 상태였다. 오 대리는 LPGA 투어를 지켜보면서 같은 한국인인 박세리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외국에서 느끼는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국 스포츠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현장에서 전율을 느낀 오 대리는 곧바로 LPGA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해외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외국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인정 받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짜릿함과 전율을 한번 경험하고 나니 그런 분야에 관심이 생기더군요. LPGA에서 일하면서 박세리를 후원하기로 결정한 CJ 스포츠단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렇게 CJ와 인연을 맺은 오상헌 대리는 골프가 레드오션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점점 한국 여자 선수들이 많아지고 부작용도 생기면서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을 때 e스포츠를 만났다.

"회사에서 e스포츠 게임단을 인수할 것이니 알아보라는 지시가 내려 왔을 때 처음에는 한숨이 나왔어요. 게임에는 워낙 흥미가 없었던 탓에 할 줄 아는 게임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때부터 열심히 스타크래프트를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의 지시 떄문에 e스포츠와 인연을 맺었지만 선수들과 블리즈컨에 다녀온 뒤 처음 LPGA 투어를 봤을 때와 마찬가지의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수십만 명이 모여 CJ 엔투스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충분히 해외에서도 최고의 스포츠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뛰어요.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블리즈컨에서 그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선수였던 마재윤과 서지훈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그들의 플레이 하나에 함께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고 소름 돋았어요. 골프와 다른 것이 e스포츠는 우리 나라에서 시작된 문화잖아요. 우리 것으로 세계에서 환호 받을 수 있는 컨텐츠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이후 오상헌 대리는 e스포츠의 세계화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한 e스포츠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이다.

◆쉽지 많은 않은 사무국 역할
팬들은 사무국이 그저 이익만 쫓는 집단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팬들을 생각하고 선수들을 생각하는 집단도 사무국이다. 각 기업이 게임단을 운영하는 자체가 홍보효과인데 그것을 가장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팬이기 때문에 사무국이 팬들을 가볍게 본다는 것은 큰 오해다.

게다가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 역시 코칭 스태프 못지 않다. 사무국을 통하지 않고는 그 어떤 선수도 그 팀에 있을 수 없다. 감독이 발굴했어도 최종 결정은 대부분 사무국이 내린다. 자신의 손으로 선발한 선수에게 애정을 갖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 오 대리의 설명이다.

"오해를 할 수밖에 없죠. 사무국이 나서서 어떤 발언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누구보다 팬들과 선수들을 아끼는 사람이 사무국이라는 사실은 거짓이 아니니 믿어 주세요(웃음). 특히 그 누구보다 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팬 하나 하나가 소중하죠."

특히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오 대리는 얼마 전 김정우를 떠나 보내면서 많이 속상했다고 고백했다. 대한항공 스타리그 결승전의 감동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우의 은퇴 소식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 많이 힘들었다고.

"많은 선수들의 결승전이 다 기억에 남죠. 하지만 (김)정우의 결승전은 좀 특별했어요. 상대가 최고의 선수였고 종족 상성까지 갈린 상황이라 경기 전에도 ‘제발 0대3으로만 지지 마라’라는 기도를 했거든요. 그런데 스코어가 0대2가 됐고 사실상 3세트는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김정우가 스코어를 3대2로 뒤집고 최고의 선수 이영호를 꺾어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e스포츠가 왜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지 제대로 느꼈던 순간이라고 오 대리는 그때를 회상했다.

◆e스포츠,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오상헌 대리는 현재 e스포츠가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가야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오 대리는 선수들의 노력이 인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 선수가 한 경기에 나가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아마 단순히 그 선수가 졌다고 비난하지 못할 겁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머리가 빠지는 선수도 있을 만큼 스트레스가 심해요. 게다가 움직이지 않는 스포츠인만큼 연습을 상식 이상으로 많이 해야 하는 것도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농구 선수나 야구 선수보다 오히려 프로게이머가 체력적으로 더 힘든 훈련을 하고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농구나 축구, 야구는 연습 시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통해 컨디션 조절이 가능한데 e스포츠의 경우 움직이지 않는 다는 이유 만으로 너무나 많은 연습을 소화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그만큼 선수들의 노력은 그 어떤 스포츠 선수 못지 않은 것이다.

"가끔 결과만으로 선수들을 비난 하는 글인 댓글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분명 선수의 노력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블리자드 문제도 저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선수들의 노력을 인정해 주지 않는 곳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상헌 대리는 협회의 위상이 달라져야 하는 부분도 하루 빨리 시정돼야 하는 문제라고 역설했다. 미국 농구 팀 이름은 몰라도 NBA는 알고 있듯 협회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야 e스포츠 브랜드 가치도 덩달아 상승한다는 것이 오 대리의 설명이다.

"피파나 NBA 경우를 보면 스포츠가 세계화 되기 위해서 협회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겁니다. e스포츠 협회 브랜드 가치는 현재 최하위라고 봐도 무방하죠. 세계 어느 곳에서도 협회의 위상이나 권위가 이렇게 떨어진 스포츠는 없습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씩 고쳐가야겠죠?"

지금의 협회가 피파나 NBA 수준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갖게 된다면 e스포츠가 세계화 되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오상헌 대리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물론 협회도 노력해야겠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스포츠를 만드는 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방울을 헛되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들이 더 많이 뛰어야겠죠. 저 역시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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