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공군 입대 고인규 "프로게이머 2막 위한 선택"](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3161756240041434dgame_1.jpg&nmt=27)
SK텔레콤 T1의 '터줏대감'이었던 고인규가 공군 에이스에 입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월 SK텔레콤과의 합의를 통해 고향인 광주로 내려간 고인규는 한 달 여의 고민 끝에 공군 에이스에 입대 지원서를 넣었고 지난 2월 합격 통지를 받았다.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에 참가해 통과하는 파란(?)을 일으킨 고인규는 "공군에 지원한 이유는 프로게이머로서 제2의 도약을 해보겠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
2004년 SK텔레콤 T1이 창단될 때 연습생이었던 고인규가 정들었던 8년간의 T1 생활을 끊고 공군의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할 때까지의 심경을 들었다.
고인규가 SK텔레콤과 인연을 맺은 시점은 003년. 아직 SK텔레콤이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던 시기다. 동양 그룹과의 계약이 끝나고 forU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 주훈 감독의 눈에 들면서 연습생으로 발탁됐다.
"윤종민, 윤상민, 박강근 등 세 명의 저그 선수들과 배틀넷에서 연습을 하다가 10연승을 했어요. 그 경기를 주 감독님이 보고 계셨나봐요. 온라인 연습생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셨고 저는 당연히 한다고 했죠. 제 우상이 있는 팀이었거든요."
고인규의 우상은 임요환이었다. 2003년 당시 최고의 게이머로 알려진 임요환이 속한 팀에서 콜이 왔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주 감독의 러브콜을 받은 이후 고인규는 매일 연습 상황을 보고했고 2004년 SK텔레콤 T1으로 창단하기 전 팀에 합류했다.
"봉천동에 있는 연습실에 갔는데 상당히 열악했죠. PC도 모자라서 돌아가면서 연습할 정도였어요. 그러던 차에 임요환 선배가 자다 일어나서 연습하러 왔는데 후광이 비치더라고요. '넌 누구냐'고 물었고 '연습생 고인규라고 합니다'라며 인사했죠. 첫 만남부터 확 반했어요."
![[피플] 공군 입대 고인규 "프로게이머 2막 위한 선택"](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103161756240041434dgame_2.jpg&nmt=27)
◆넌 고인규다
SK텔레콤에 인수 창단됐지만 고인규의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여전히 연습생이었고 선배들의 경기를 도와주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렇지만 환경이 나아지면서 이 팀에서 에이스가 되어야 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유망주로 꼽히던 고인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금은 없어진 겜TV가 2004년말 신인왕전을 개최했다. 각 팀의 신예들이 총출동해서 기량을 겨루는 대회였고 상금도 1000만원이나 됐기에 신예들은 죽어라 연습하고 대회에 출전했다. 고인규는 선배들의 기량을 흡수하면서 승승장구했고 박명수와의 결승전에서 승리하면서 관계자들의 눈에 들었다.
전도유망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고인규는 팀에서 여전히 막내였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임요환, 최연성, 박용욱, 김성제, 이창훈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는 상황에서 프로리그 출전은 꿈이었다. 2005년에는 박태민과 전상욱이 영입되면서 기회의 문은 더욱 좁아졌다. 그러던 차에 팀플레이를 맡아보지 않겠냐는 코칭 스태프의 제안에 고인규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윤종민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승승장구했어요. 당시 테란이 팀플레이를 하나 정도 맡아야 하는 시점이었고 일단 프로리그에 나간다는 것이 좋았죠. 저희가 호흡을 맞추면서 오버 트리플 크라운의 시작을 알린 셈이죠."
2005년 내내 팀플레이를 전담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고인규는 2006년부터 개인전에도 투입된다. 임요환과 최연성의 기량이 떨어지고 전상욱이 테란의 중심이 되면서 고인규가 뒤를 받치는 그림을 그렸던 것. 주 감독은 고인규에게 "질 때까지 내보낸다"는 말로 믿음을 표시했고 고인규는 정규 시즌에서 조용호, 마재윤 등을 연파하며 이변을 예고했다. 또 2006시즌 전기리그 결승전에서는 박성준까지 제압하면서 MVP를 수상했다. 전도유망에 그칠 뻔한 고인규가 될성 부른 떡잎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고인규는 자신의 성장세를 선배 임요환을 통해 확인받았다. 연습실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은 고인규는 개인리그 예선을 치르기 전 임요환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듣는다. 연습실에서 거의 지지 않는 고인규를 보고 임요환은 "넌 고인규이니까 너를 믿고 플레이해라"라고 말했고 선배의 칭찬에 자극 받은 고인규는 개인리그 예선도 손쉽게 통과했다.
◆4인자
선배들로부터 평생 배울 것만 같았던 고인규는 연차가 높아지면서 중간 관리 역할을 맡았다. 2006년 후기리그부터 SK텔레콤은 2군 양성을 위해 연습생 인력을 늘려갔고 고인규는 선후배간의 교량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연속 우승에 취해 있었던 탓인지 SK텔레콤의 전력은 약화됐고 2006 시즌 후기리그와 2007 시즌 전후기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중간 역할을 맡았던 고인규는 성적 면에서는 프로리그 최고의 시즌을 겪었지만 팀의 패배로 묻혀버렸다.
2008년 SK텔레콤은 변신을 시도했다. 주훈 감독이 이끌던 코칭 스태프를 전면 개편했고 박용운 감독 체제에 들어섰다. 최연성, 박용욱은 코치로 역할을 바꿨고 김택용이 영입됐다. 고인규는 주장의 중책을 맡았다.
"SK텔레콤 사상 최대의 개각이었어요. 선배들이 코치로 전향하고 나니까 권오혁 선배와 제가 최고참이더라고요. 그리고 MBC게임의 에이스 김택용이 영입됐고 도재욱, 정명훈, 박재혁 등이 성장하기 시작했죠. 저도 실력에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네 번째 순위였어요."
임요환, 최연성, 박용욱 등이 있을 때에는 막내였고 전상욱과 박태민 등이 영입되면서 주전 자리에서 밀렸던 고인규는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또 다시 4인자에 만족해야 했다. '도택명'이라는 조합의 이름에 '고'가 들어가긴 했지만 네 번째 순위라는 사실은 불변이었다. 08-09 시즌 7승8패를 기록한 고인규는 팀이 광안리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 주장이었다는 기억만이 영광처럼 남았다.
그러다 09-10 시즌으로 넘어왔고 고인규는 하락세를 경험했다. 4인자 자리도 차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시즌 성적은 6승14패였고 아발론 MSL 8강전에서 이제동과 멋진 경기를 펼쳤지만 2대3으로 패하면서 기회를 잃었다.
"이제동 선수와의 MSL 8강전이 정말 아쉬워요.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면서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였거든요. 그런데 정말 좋지 않은, 잊고 싶은 일이 경기 하루 전에 일어났어요. 상황이 발생한 곳에 가야 했고 연습은 손에 잡히지 않았죠."
자세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지만 고인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이기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라고 하니 무덤까지 안고 갈 일임에는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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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결심
10-11 시즌 SK텔레콤에서 부활하겠다고 결심했던 고인규는 점점 나약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출전 기회가 생기지 않았지만 생활에 안주하고 있었고 다른 선수를 제치고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경쟁심이 마음 속에서 사라진 것을 느꼈다.
"불이 당겨지지 않았어요. 막내일 때에는 선배들과 연습하는 것이 좋았고 이기는 게 재미있었어요. 중간이었을 때에는 연봉 인상이나 프로리그 1승, 팀의 우승 등 목표가 확실했거든요. 8년차가 되니까 팀 생활이 너무너 편해졌어요.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고 관심 밖이었던 거에요."
벤치에 앉아 응원하는 역할로 변한 자신을 돌아보던 고인규는 팀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은퇴할까도 고민했지만 프로게이머 생활에 대한 애착이나 승리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공군을 택했다.
"정들었던 SK텔레콤을 잠시 떠나지만 프로게이머 타이틀을 버린 것은 아니에요. 아직 실력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공군에 가는 겁니다. 그 곳에서 연습생 생활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을 갖고 프로게이머 2막을 열고 싶습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이후 공군 선수들의 연습을 도와주면서 인심도 쌓았다는 고인규는 17일 서바이버 토너먼트를 치른 뒤 내달 4일 입대한다.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