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역 이후 박태민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어디로 갈지 가타부타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으로 복귀한다는 소문부터 시작해 다른 팀 코칭 스태프로 합류한다는 이야기까지 소문만 무성했다. 추측이 난무했던 까닭은 박태민의 침묵에 기인한 바 크다. 전역 이전에 가진 휴가 기간 동안에도 박태민은 외부와의 소통을 끊었다. 행보를 정하기 전에 e스포츠 업계를 위해 자시이 갖고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마침내 해설자의 길로 들어섰다. 박태민은 위너스리그 정규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온게임넷에서 프로리그 해설 위원을 맡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공군에서 주말마다 부대를 돌아 다니며 많은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그 때마다 해설 자리는 제 몫이었죠. 재미있더라고요. 경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해설에 대한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죠."
"저그 경기 해설을 들으면서 아쉬울 때가 많았어요. 이럴 때는 이 말을 해줘야 팬들이 더 이해하기 쉬울 텐데 그런 부분을 짚어주는 해설자가 없었어요. 사실 최초의 저그 출신 해설자가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 타이틀을 (서)경종이에게 빼앗긴 부분은 아쉽긴 해요(웃음)."
해설자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각종 행사를 통해 실력을 다져왔다고 자부하던 박태민은 온게임넷 해설진 합류가 결정된 뒤 본격적으로 실전 연습을 하면서 좌절했다. 경기를 잘 본다고, 말을 잘 한다고 해설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겠죠(웃음)? 제발 그렇다고 말해 주세요(웃음). 사실 자신 있었거든요. 공군에서 실전 연습도 했고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세 사람이 호흡을 맞춰야 하는 실전에서는 쉽지 않더라고요."
고치기 어려웠던 점은 자기도 모르게 경기에 몰입하게 되면 말수가 줄어드는 것. 선수들의 상황을 알기 때문에 심각하게 분석하다 보면 해설 위원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고. 격전이 펼쳐질수록 톤을 높이고 정확한 교전 상황을 전달해야 하는 임무를 잊는다는 것이다. 또 시청자들이 경기에 몰입해야 하는 상황에는 말을 길게하는 단점도 지적됐다.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말을 하다 옆을 보면 중계진이 저를 쳐다보고 있더라고요(웃음). 저는 길게 말하고 이쓴 걸 몰라요. 눈치를 주면서 짧게 가라고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캐스터나 다른 해설자의 눈빛을 보며 ‘또 길게 말했구나’ 생각하고 자책하죠(웃음). 힘든 부분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엄재경, 김태형, 김창선 등 쟁쟁한 경력을 가진 해설 위원들과 중계하게 되면 위축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해설진이 개편되면서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있는 (김)정민이형이나 (박)용욱이형과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걱정했던 것 보다는 편하게 해설자 생활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 마지막 휴가를 나온 김정민과 따로 만나 많은 조언을 들었고 박용욱은 실제로 해설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 처음 시작부터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박태민은 "나는 행복한 사람이고 복 받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오는 26일 위너스리그 포스트시즌 하이트 엔투스와 SK텔레콤 T1의 경기를 통해 해설자로 데뷔하는 박태민은 맹훈련에 돌입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중계진과 실전 연습을 계속 하고 있다. 적어도 ‘왜 시작했냐’는 소리는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최선은 기본이죠. 최고가 돼야죠.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게임에 대해 쉽게 풀이해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해설자의 길을 택했어요. 시청자친화적인 해설 위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겉으로는 자신감을 피력했지만 부담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해설 위원으로 광안리 무대에도 서봤던 김정민이나 프로리그 붙박이 해설 위원인 박용욱보다 경력 면에서 한참 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태민은 최선을 강조한다. 선수 시절에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었던 그이기에 제2의 인생인 해설직도 같은 마음으로 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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