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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폭군 기질 잠재운 '혁명가'의 인파이팅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안녕하십니까. '핀포인트' 코너로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지난 번 이성은의 옵티컬 플레어 전략에 대해 분석해드린 이후로 '이글아이'에 집중하느라 한 달 가까이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네요. 그동안 선수들이 만들어낸 주옥같은 경기들이 많았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분석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4일 함께 지켜볼 경기는 SK텔레콤 김택용과 화승 이제동의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10-11 시즌 플레이오프 7세트 경기입니다. 이제동이 5세트에 출격해 저그 이승석과 테란 정명훈을 연파하면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타이밍에 SK텔레콤은 대장으로 김택용을 출전시켰습니다.

위너스리그에서 대장의 자리는 정말 부담스런 위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택용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2킬을 이어가면서 한층 열을 올리고 있던 이제동이었고 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김택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동 쪽으로 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게다가 김택용은 지난 4라운드 경기에서 '벤젠' 맵에 출전, 이제동의 럴커 올인 전략에 경기를 내준 적도 있었기에 심리적으로도 이제동의 우위를 점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공식전 상대 성적에서는 김택용이 크게 앞서 있고 3라운드에서 화승전 3킬을 기록할 때 '포트리스SE'에서 승리하기도 했지만 최근 전적과 최근 포스를 중시하는 프로게이머들의 생리를 비춰보면 이제동 쪽으로 기울어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더블 넥서스를 가져간 김택용. 프로브 정찰을 통해 저글링 생산 타이밍이 이른 것을 확인하고 캐논을 2개나 지었다.

김택용의 출발은 좋았습니다. 포지를 지은 뒤 정찰에 성공했고 이제동이 스포닝풀을 먼저 건설하고 저글링으로 공격을 시도하는 것도 봤습니다. 캐논을 2개까지 늘렸고 하나가 완성되면서 이제동의 저글링 러시는 힘을 받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동은 김택용의 앞마당 지역에 건설되고 있던 캐논 하나가 완성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저글링을 밀어 넣었습니다. 앞마당 지역에 넥서스가 건설됐지만 프로브가 붙지 못하도록 견제했고 프로토스의 본진에도 들어가 프로브를 간간이 두드렸습니다. 게다가 스피드 업그레이드까지 되면서 김택용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했죠.


◇맵의 윗쪽에 지어지고 있는 김택용의 캐논이 완성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이제동이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놀라운 점은 김택용이 저글링에 의해 맞고 있던 프로브를 적절한 시점에 빼주면서 한 기밖에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테크트리는 무난하게 올라갔고 커세어는 커세어대로 생산됐다는 점입니다. 2~3분 가량 이제동의 저글링이 프로토스의 본진을 두드렸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할 건 다 한 김택용입니다.

질럿의 스피드 업그레이드가 완료되자 김택용은 12시로 뛰기 시작합니다. 김택용표 찌르기가 시작된 것이지요. 이제동이 성큰 콜로니를 하나밖에 완성시키지 않은 시점에 김택용은 성큰 콜로니를 파괴했고 드론 사냥에 나섭니다. 방어를 위해 이제동이 뮤탈리스크와 스컬지를 대동했지만 김택용의 커세어 '운전' 실력 앞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질럿과 커세어로 12시 저그의 확장 기지를 두드리는 김택용.

질럿만으로 펼쳤던 공격이 뮤탈리스크에 의해 정리되자 김택용은 또 다시 질럿을 전장에 동원합니다. 똑같은 규모로 러시를 시도하는 것 같았지만 핵심 유닛은 아콘이었습니다. 하이템플러인 채로 달려들어도 좋겠지만 이제동의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감안하면 아콘으로 합체해서 공격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질럿이 성큰 콜로니를 두드릴 때 아콘은 멀찌감치 떨어져 뮤탈리스크나 스컬지를 노립니다. 최근 저그들이 아콘만 보면 성큰 콜로니로 일점사를 하기 때문이지요. 아콘의 엄호를 받은 커세어는 공중을 장악하고 병력을 줄이는데 힘을 보탭니다.



◇12시에서 전투가 벌어지면서 김택용의 병력이 조금씩 탄탄해지고 있다. 질럿에 이어 아콘까지 등장.

성큰 콜로니와 질럿의 대결이 펼쳐지는 동안 김택용은 11시 지역에 넥서스와 캐논을 짓기 시작합니다. 뮤탈리스크가 한 눈을 팔지 못하게 붙잡아두는 것이지요. 저그가 전 병력을 동원해도 막을까말까한 시점에 확장 기지를 체크해야 한다고 당위적으로는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병력을 빼기는 어렵습니다. 천하제일의 저그 이제동이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완벽하게 조합된 병력으로 중앙 지역에서 전투를 치르는 김택용. 커세어, 드라군, 질럿, 아콘에 하이템플러까지. 천하의 이제동도 이런 조합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한 번 공격을 시도할 때마다 김택용의 확장 기지는 하나씩 늘어납니다. 게이트웨이도 점차 늘어납니다. 이제동의 확장 기지는? 성큰 콜로니를 짓고 방어진을 형성하느라 늘어나지 못합니다. 세 번의 공격이 들어가자 어느새 김택용의 확장기지가 이제동의 확장 기지 숫자보다 많아졌습니다.

프로토스가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하게 되자 드라군과 옵저버까지 갖춰집니다. 이제동이 럴커와 히드라리스크로 체제를 전환했지만 커세어가 살아 있고 여기에 드라군과 하이템플러, 럴커를 볼 수 있는 옵저버까지 합세하면서 김택용의 체제는 더욱 완벽하고 탄탄해져 갑니다.

중앙 지역에서 이제동과 김택용의 병력이 전면전을 펼치지만 김택용이 압승을 거둡니다. 정교하게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질럿이 사방으로 뛰어다니면서 럴커의 촉수를 분산시키고 사이오닉 스톰을 쓴 뒤 드라군의 공 던지기가 들어가면 럴커는 한 방에 잡히는 불쌍한 존재가 되고 맙니다. 이제동의 병력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패배를 선언합니다.

전체적으로 김택용과 이제동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약삭 빠른 인파이터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웃 복싱을 하면서 시간을 벌고 여유롭게 플레이하려는 이제동을 상대로 계속 싸움을 거는 모습은 김택용이 인파이터형 플레이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중요한 점은 파고 들면서 이제동의 펀치에는 맞지 않고 계속 보디 블로를 날린다는 점이지요. 아웃 복싱의 핵심은 두 다리가 갖고 있는 순발력과 기동력인데 복부를 계속 맞으면서 도망갈 힘을 잃어 버립니다. 상대의 장기가 발휘되지 못하게 애시당초 묶어버리는 힘이 바로 김택용이 저그전에서 갖는 강점이라 보입니다.

이 경기를 지켜본 엄재경 해설 위원은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이제동 쪽으로 감정이입하면서 봤는데 '막았어, 잘 막았어, 잘했어'라며 보고 있는데 슬슬 밀렸다. 김택용을 상대로는 좋건 나쁘건 공중을 내줘서는 이길 수 없다는 (이제동의)컨셉트가 느껴졌는데 하이템플러를 배제하면서 아콘을 모으는 김택용의 판단이 대박이었다."

다음 문장은 이렇습니다.

"프로토스전에 강한 테란인 이영호나 정명훈의 스타일은 (상호간에) 비교의 여지가 있지만 프로토스와 저그전에서 보여주는 김택용은 비교할 수조차 없다는 점이 김택용의 위력이자 가치이다."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합니다.

"저그로 김택용을 이기려면 초반 심리전과 올인이 모두 맞아 떨어지면서 전투력이 발군인 저그가 최선의 경기를 하는 수밖에 없을 듯. 이제동급이 운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끌려다닌다면 운영으로 김택용을 잡을 확률은 너무 낮아진다. 투신 스타일뿐이 (김택용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어 보이네요.

오는 9일 신한은행 위너스리그 10-11 시즌 결승전에서 KT 롤스터의 저그를 상대로 SK텔레콤 김택용이 또 한 번의 멋들어진 저그전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thenam@dailyesports.com

*오타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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