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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이재호가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이유는?

[핀포인트] 이재호가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이유는?
◇저그전에서 3스타포트 레이스를 선보인 웅진 이재호.

유준희 상대로 '이카루스'서 3스타포트 전략 구사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이번 '핀포인트'에서 돌아볼 경기는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 열린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 시즌 5라운드 웅진 스타즈와 삼성전자 칸의 3세트 경기입니다. 웅진은 이재호를 출전시켰고 삼성전자는 유준희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재호가 '이카루스'에서 저그를 만나 선택한 3개의 스타포트.

이재호는 이 경기에서 3개의 스타포트를 건설하며 레이스를 잔뜩 모으는 빌드 오더를 택했습니다. 서플라이 디폿을 건설한 이재호는 배럭과 리파이너리를 동시에 짓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박용욱 해설 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2개의 스타포트로 레이스를 확보하는 전략을 쓸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재호의 전략은 박용욱, 김정민 해설 위원의 예상을 뛰어 넘습니다. 3개의 스타포트를 지으면서 공중 병력에 온 힘을 다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내비칩니다. 한꺼번에 스타포트를 3개까지 올리려면 개스가 300이나 소모가 되기 때문에 다른 건물이나 유닛을 생산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입구를 효율적으로 막으면서 머린 1기만으로 저글링 6기를 막아낸 이재호.

이재호가 3개의 스타포트를 짓기 위해 특이한 심시티를 선보입니다. 일반적으로 테란이 입구를 막을 때에는 서플라이 디폿, 배럭을 이용하기 마련인데 이재호는 배럭 1개와 팩토리를 통해 저글링이 올라오지 못하도록 건물을 배치합니다. 머린 1기가 배럭과 지형 사이에 들어가서 저글링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이재호가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유준희의 저글링 러시에 의해서 팩토리를 짓던 SCV가 잡히지 않은 행운도 따랐고요.

◆스타포트를 3개까지 올려야 하나
이재호의 선택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저그를 상대로 상성에서 앞선다는 테란이 굳이 스타포트를 3개까지 지으면서 무리수를 둬야 하느냐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웅진 이재균 감독에 따르면 '이카루스'라는 맵이 이러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카루스'는 자리에 따른 유불리가 엇갈린다고 합니다. 테란과 저그의 경기에서 가까운 자리에 스타팅 포인트가 걸릴 경우 테란은 저그의 공중 병력을 막는데 어마어마한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저그가 뮤탈리스크 생산 타이밍을 앞당기면 터렛과 바이오닉 병력으로는 막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SK텔레콤 정명훈이 STX 김현우와 경기했던 VOD를 보시면 알 수 있지요.

2개의 스타포트도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면 뮤탈리스크를 막기가 까다롭다고 합니다. 클로킹까지 개발하면 좋겠지만 완료되는 시점이면 오버로드를 동반해서 테란의 진영으로 들어올 수도 있답니다. 결국 이재호는 3개의 스타포트를 짓고 레이스를 삽시간에 모으는 체제를 택합니다.

이재호에게 다행스럽게도 유준희가 가로 대각선 지역인 9시에 위치하면서 3개의 스타포트를 지은 것이 다소 '오버'스럽다고 느낄 정도의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2해처리 뮤탈리스크에 초반부터 피해를 입지 않은 점만으로도 이재호에게는 행운입니다.

◆레이스가 계속 나올 수 있나
3개의 스타포트를 건설했다고 하더라도 레이스가 계속 생산되기에는 어렵다. 레이스에 소모되는 자원이 미네랄 150, 개스 100이나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레이스가 체력이나 들어가는 자원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실제로 이재호가 보여준 경기에서도 레이스 3기는 한 번에 생산됐지만 이후에는 2개의 스타포트에서 생산되는 등 3개의 스타포트가 모두 레이스 생산에 동원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재호가 레이스로 유준희의 드론과 오버로드를 잡아내며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레이스를 뽑은 뒤 이재호는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죠. 본진 근처에 띄워져 있는 오버로드를 사냥했고 저그의 앞마당으로 날아가 드론을 잡아내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했습니다.

유준희의 뮤탈리스크가 생산되기 전까지 힘을 빼놓은 이재호는 레이스를 8기까지 모으면서 저그의 공중 유닛보다 많은 수를 모았습니다. 공중 공격력이 뮤탈리스크보다 나은 레이스를 모은 이재호는 백업 유닛을 확보하는데 주력합니다.

사실 레이스가 한 부대 이상으로 모일 필요는 없습니다. 11기가 모이면 오버로드를 원샷 원킬할 수 있지만 테란이 저그전에서 레이스를 잔뜩 모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드론을 잡아낼 때에도 6~7기만 되면 한 번에 잡아낼 수 있고 뮤탈리스크와의 공중전에서도 레이스의 긴 사정거리와 클로킹 기능을 활용해 치고 빠지면 전투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개의 스타포트를 계속 돌리기 위해 앞마당에 확장 기지를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요.

◆메딕따윈 필요 없어
레이스만으로 저그전을 끝내는 일은 과거에나 가능했습니다. 3~4년전까지만 하더라고 레이스 체제로 승부를 볼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 저그의 대응이 다양화되면서 중후반전으로 진행됐을 때에는 레이스는 '종이 비행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덕 위의 배럭에서 계속 생산되는 머린.

이재호는 레이스의 화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닛으로 머린을 택했습니다. 1개밖에 되지 않는 배럭이지만 머린을 꾸준히 뽑았고 레이스 한 기를 덜 생산하더라도 스팀팩 업그레이드까지 완료하면서 강력한 조합을 꾸립니다. 머린이 10기까지 모이자 이재호는 레이스와 머린-첫 러시에 메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을 동반해 유준희의 앞마당 지역으로 공격을 시도합니다.

이재호의 움직임을 뒤늦게 알아챈 유준희는 뮤탈리스크로 대응하려 합니다. 레이스와의 1대1 싸움이었다면 유준희가 이길 수 있었겠지만 머린이 후방 지원 사격을 해주면서 이재호가 압도적으로 승리합니다.



◇공중전에서 압승! 앞마당 성큰 콜로니는 레이스로 태평하게 타격!

공중전에서 승리한 이재호는 성큰 콜로니를 효과적으로 제거합니다. 머린으로 두드릴 필요 없이 레이스로 체력을 빼놓는 것이지요. 공중을 장악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고 이후 메딕이 충원된 뒤에는 머린에게 스팀팩을 쓰면서 저그의 앞마당을 초토화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만이 살 길
최근 저그와 테란의 경기에서 화두는 저그의 '퀸'이었습니다. 테란이 메카닉 유닛으로 전환하면서 레이트 메카닉이라는 전략을 사용하자 김민철과 김명운 등 웅진의 저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퀸의 재발견에 돌입하면서 테란이 장기전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이재호가 보여준 3 스타포트 레이스 전략은 저그가 중후반전으로 이끌어 가지 못하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물론 저그가 이러한 전략을 간파하게 되면 히드라리스크나 스컬지 등으로 대비책을 세울 수 있었지만 이재호는 저그에게 체제를 간파당하지 않았고 대응책을 떠올리기 전에 승부를 봤죠. 저그에게 공중을 내주기 쉬운 맵에서 엄청난 노력을 통해 해법을 찾아낸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돌고 도는 전략 속에서 최적화된 타이밍은 무엇인지, 상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틈은 없는지 고민하는 선수가 인정을 받습니다. 그래서 10년이라는 시간을 인기 게임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테란의 초반 3 스타포트 레이스 전략도 막아내는 저그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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