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과 관련된 동요가 많지만 그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노래다. 사람들마다 부르는 별명이 다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들도 팬들마다 선수를 부르는 별명이 각기 다르지만 CJ 엔투스 프로토스 이경민만큼 별명이 많은 선수도 없다. 일본 AV 배우를 닮았다고 해서 '츠보미', 건물을 보기 좋게 짓는다고 해서 '건축토스', 순진한 외모에 빗대어 '청순 토스', 볼에 살이 많아 '찹살 토스', 개념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4차원 토스' 등 확정된 별명이 없다.
하지만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 이경민은 자기를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는 남자"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컨셉트 가운데 왜 하필 '고독'을 택했을까.
◆엘리트 스쿨리그 우승자
이경민은 MBC게임에서 주최한 엘리트 학생복 스쿨리그를 통해 프로게이머의 길로 들어섰다. 스타크래프트를 즐긴지 꽤 오래 됐고 학교에서 "스타 좀 한다"는 평을 들었던 이경민은 동아공업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인 조재걸과 팀을 구성해 이 대회에 출전했다.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던 이경민은 여러 팀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온게임넷 스파키즈로 가기로 했다. 친구인 조재걸과 함께 프로게이머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택한 선택이었다.
"여러 팀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고 그 중에는 CJ 엔투스도 있었어요. 그런데 왠지 온게임넷 스파키즈가 끌리더라고요. 밖에서 봤을 때 팀 분위기가 즐거워 보였거든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지금도 마음의 고향 같은 팀입니다."
프로게임단에 들어간 이후 이경민은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토스 종족의 특성상 정확하게 짜여진 빌드 오더가 있고 이를 완벽히 소화해야만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이경민의 경기 스타일은 감독이나 코치들이 종잡을 수 없었다. 좋게 표현하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갖고 있다고 하겠지만 반대의 시선으로 보자면 '망나니'같은 스타일이었다. 컨디션에 따라, 당일 기분에 따라 변화무쌍한 운영을 택했기에 코칭 스태프가 터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나 코칭 스태프 모두 고생 많이 했죠.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 선수였으니까요. 저도 빌드 오더에 맞추려다 보니 성적이 나오지 않아 조바심이 잘 정도였죠."
◆CJ에서 제2의 인생을 살다
이경민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올 3월부터다. 하이트 스파키즈가 CJ 엔투스와 합병된 뒤 이경민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스파키즈 시절 프로토스 종족의 주축이 될 것처럼 보였지만 CJ에는 이미 진영화나 장윤철 같은 훌륭한 프로토스 자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경민은 CJ에 들어온 뒤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김동우 감독은 당시의 이경민을 보며 "가능성은 무궁무진했지만 승리 공식을 만들지 못했고 연습 경기를 하면 승률이 오락가락해서 불안한 요소가 많았다"고 했다.
이경민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 놓았다. "합병된 이후 수 차례의 벽을 느꼈어요. 동료들과 연습 경기를 하다 보면 1군이 아닌데도 실력이 엄청났어요. 특히 힘싸움을 하는데 기본기가 정말 좋더라고요. 5할을 넘기기도 버거웠어요."
이기는 경기보다 질 때가 더 많았다는 이경민은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 방식으로 극복했다. 벽에 부딪칠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강한 상대가 나타날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내가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겨나갔다.
"계속 지기만 했는데 어느 정도 견디고 나니까 저도 이길 때가 있더라고요. 그러다가 다른 팀과 상대하면 경기가 수월하게 풀리는 거에요. 깨지면서 배운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강한 동료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한 이경민은 4라운드 이후 감을 잡아 갔고 5, 6라운드에서는 70%를 상회하는 승률을 내면서 CJ가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어느 팀을 가든 인정받기까지 고난을 겪었지만 과감하게 절벽에서 떨어졌던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아요. 앞으로 또 떨어질 날이 있겠지만 그 때도 과감히 손을 놓고 다시 시작하면 정상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경험을 쌓은 것이 가장 큰 수확입니다."
◆고독을 즐기다
CJ 내부 평가전에서 승보다 패가 더 많았을 때 이경민은 홀로 고독을 씹으며 '와신상담'했다. 동료들과 함께 어울려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릴 것처럼 보이지만 이경밍는 홀로 커피숍을 찾거나 산책을 하며 기분을 전환했다.
"저도 이처럼 고독을 즐길지 몰랐어요. 지면서 분노를 느꼈지만 동료들과 풀기에는 개인적인 일이라는 생각에 따로 시간을 냈죠. 혼자서 고민했어요. 왜 졌을까, 어떻게 하면 이길까 계속 곱씹으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외향적일 것 같은 이경민은 실제로 낯가림이 심하다고 털어 놓았다. 1대1로 사람을 만나면 쉽게 말을 떼지 못했고 친해지기가 어려운 성격이라고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어야만 사교성을 발휘한다. 경상도 사나이가 갖고 있는-외형적으로는 강하지만 안을 들여다 보면 소심한-전형적인 성격이다.
"절친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두루 친하지만 속까지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죠. 연고가 부산이다 보니 서울에서 만날 사람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고독을 곱씹을 수밖에 없어요."
◆일찍 가정 이루고파
이경민의 꿈은 좋은 가장이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랐고 공개할 수는 없지만 좋 않은 상황도 겪었기 때문에 책임감 있는 가장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결혼을 일찍하고 싶어요. 아직 군대를 마치지 않았고 프로게이머로서 일가를 이루지도 못했지만 가정은 일찍 꾸리고 싶네요. 부족한 것 없이 아내와 아이를 키울 자신은 있거든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남들이 겪지 못한 시련을 어린 나이에 경험하며 '군중 속의 고독'을 즐기게 된 이경민에게 가정은 피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게이머로서 성공의 첫 발을 내딛은 이경민이 장차 가정에서도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 고독으로부터 해방되길 기대해 본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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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