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스피릿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카트라이더(이하 카트) 리그가 다시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팀스피릿이 재미를 추구했다면 이번 개인전은 정통성에 무게를 뒀다. 지금까지 카트리그를 통해 탄생한 전설들에 대한 이야기를 리그 내내 심도 깊게 다뤘다.
구자혁 PD가 카트리그 연출을 맡게 된 것은 2011년부터다. 한동안 카트리그가 열리지 않아 선수들이 목말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넥슨이 후원하는 넥슨배 카트리그가 연간 리그로 런칭하게 됐다. 구 PD의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도 들었고 그동안 카트리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했다.
"온게임넷에서 '빅리그'라 부르는 리그들이 몇 개 있어요. 스타리그와 프로리그는 말할 것도 없고 국산 리그 가운데는 서든어택 리그와 카트리그가 빅리그에 속하죠. 새롭게 시작하는 빅리그가 예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연출을 맡은 입장에서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정말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올해 카트리그는 세 시즌과 이벤트 리그가 하나 예정돼 있었다. 즉 꾸준히 리그가 열리는 안정적인 구조가 만들어 진 것이다. 구 PD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넥슨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리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스토리를 만드는 부분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벤트성으로 한 번 리그가 열리는 것만으로 좋은 리그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리그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은 스타와 스토리입니다. 꾸준히 리그가 열리지 않으면 스타도 탄생할 수 없고 스토리도 만들어 질 수 없습니다. 1년 단위로 계획된 리그 연출을 맡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어요."
선수들 역시 연간리그를 하게 되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르게 돼 명경기를 자주 보여주고 있다. 특히 2011년에 ‘빅3’ 구도를 형성한 문호준, 유영혁, 전대웅은 팬들이 환호할 수 있는 레이스를 펼치며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연간 단위 리그가 좋은 것이 연출자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안정감을 주더라고요. 선수들의 경기가 리그를 거듭할수록 재미있어졌어요. 12차 보다는 13차가, 13차 보다는 14차 리그가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리그는 경기가 정말 재미있지 않았나요(웃음)?"
야심차게 준비했던 팀스피릿 리그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구자혁 PD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고백했다. 준비 기간도 부족했고 첫 시도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 팬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많이 노출했다는 자체가 부끄러웠다고 전했다.
"일단 게임 내에서 점수를 합산해 주지 못하다 보니 사람이 매달려 점수를 합산해야 했어요. 그야말로 막노동 이었던 거죠. 순위가 나오면 점수 계산하는 사람들이 번개처럼 순위에 해당되는 점수를 합산했어요. 처음에는 알게 모르게 실수가 많았습니다(웃음). 조금씩 노하우가 생기며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이런 부분은 아쉬움이 남아요."
이벤트 리그를 팀전으로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세리머니 때문이다.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세리머니가 너무 없었고 이 부분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팀전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팀이 경기를 하게 되면 파이팅도 자주 하고 재미있는 화면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시도였고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재미있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나중에 또 팀스피릿을 하게 되면 지금처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만들어 진 상태에서 리그를 하고 싶어요. 그래야 더 재미있는 리그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구 PD는 최근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카트리그를 연출하면서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부분을 던져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잘하는 선수들의 화면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노하우도 있고 자리도 잡은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도 리그에서는 카트라이더를 플레이 하는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하는 재미를 던져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참여할 수 있고 그들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차기 시즌에는 고민의 결과가 나와야겠죠."
구자혁 PD는 e스포츠에 들려오는 좋지 않은 소식을 들으면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게임에 대한 욕구가 더 많아졌고 콘텐츠를 공급하는 온게임넷 입장에서는 스타크래프트를 대안 할만한 게임리그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카트리그가 그 물망에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카트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고 게임단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리그가 재미있고 흥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어깨가 더 무거운 것이고요(웃음). e스포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뛰고 있으니 조만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자혁 PD는 인터뷰에서 작은 소망을 밝혔다. 이번 시즌 콘셉트가 레전드인만큼 새로운 레전드가 탄생했으면 좋겠다며 ‘전대웅’이라는 이름을 언급했다.
"문호준은 이미 살아있는 전설이고요. 지금 카트리그는 새로운 전설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문호준을 잡을 선수는 전대웅뿐이라 생각해요.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는 전대웅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면 이번 시즌 목표였던 새로운 레전드 탄생을 볼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제가 꿈 꾸던 결과입니다(웃음)."
구자혁 PD는 앞으로도 새로운 레전드를 발굴하고 카트리그가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카트리그를 응원하는 팬들과 나아가서는 e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서 말이다.
"첫째도 둘째도 리그의 첫 조건은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는 리그로 시청자들에게 사랑 받겠습니다. 아울러 새로운 레전드와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팬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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