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의 1라운드 개막주차 MVP는 CJ 엔투스의 '매시아' 김정우입니다. 10-11 시즌 개막을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에서 은퇴한 김정우는 6개월 뒤에 복귀를 선언했습니다. 은퇴한 선수는 1년 동안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에 따라 10-11 시즌을 쉰 김정우는 새 시즌이 오픈하자마자 2연승을 거두면서 주간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김정우가 MVP를 수상한 경기는 STX 소울 신대근과의 경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변형태와의 30일 경기가 큰 임팩트를 줬다고 생각하기에 '핀포인트'에서 김정우의 경기를 복기해보려 합니다.
◇럴커를 먼저 생산한 김정우는 변형태의 뒷마당 언덕으로 진행하는 경로에 놓인 중립 건물을 파괴하며 시간을 끈다.
◆맵에 대한 완벽한 이해
변형태와 30일 경기를 치른 맵은 '일렉트릭서킷'입니다. 과거 '메두사'라는 이름으로 이 맵이 나왔을 때에는 3인용으로 제작됐지만 이번 시즌에 다시 쓰이면서 4인용으로 확장됐습니다. 맵의 구조는 전과 거의 같습니다. 본진이 존재하고 앞마당 지역이 있으며 뒷마당 쪽은 중립 건물로 막혀 있습니다. 이 곳을 파괴할 경우 병력이 치고 올라오면서 급습을 할 수 있다는 컨셉트를 가진 맵입니다.
중립 건물은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데요. 이 맵 또한 10개의 건물이 한 곳에 배치되면서 저그의 럴커와 테란의 탱크 등이 건물을 파괴하기에 효율적입니다.
변형태와의 경기에서 김정우는 초반에 럴커와 저글링을 생산합니다. 럴커를 통해 중립 건물을 파괴하고 본진으로 이어지는 언덕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죠. 럴커 5기를 초반에 보유한 김정우는 중앙 지역을 가로 질러 내려왔고 곧바로 중립 건물 지역을 타격합니다. 촉수 공격을 통해 중립 건물을 공격하기 시작한 김정우는 변형태의 머린과 SCV에 의해 정찰이 됩니다. 중앙으로 치고 나오려던 변형태는 급히 벙커와 서플라이 디폿 등으로 방어선을 꾸리지만 김정우가 한 발 빨리 건물 파괴에 성공하면서 언덕 위쪽을 장악합니다.
변형태가 벙커를 지은 뒤 팩토리에서 탱크를 생산해 막아보려 하지만 이미 본진의 서플라이 디폿이 럴커의 촉수 공격을 당하면서 파괴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맵에 최적화된 전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김정우의 선공이 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글링과 디파일러를 사용하면서 테란의 메카닉 병력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하이브로의 빠른 전환
럴커로 시간을 끌면서 김정우는 11시 지역에 해처리를 펼칩니다. 하이브로 전환해서 병력을 쏟아내기 위해서는 3개 이상의 개스를 채취해야 하는 것이 저그의 이론임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공격을 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형태는 드롭십 한 기에 머린과 메딕을 태워 11시에 이미 펼쳐져 있는 해처리를 공격하기 위해 게릴라 병력을 파견합니다.
김정우의 스컬지 2기가 아슬아슬한 차이로 드롭십을 스쳐지나가면서 변형태의 해처리 파괴단이 큰 효과를 보일 것이라 예측됩니다. 변형태는 수비 병력이 거의 없는 11시 지역을 유유히 공격했고 이미 지어져 있던 나이더스 커널을 파괴합니다.
그러나 일점사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해처리가 살아남게 되고 김정우의 저글링과 럴커가 충원되면서 해처리가 살아 남게 됩니다. 체력이 노란색으로 변화됐지만 살아 남아 있다는 점과 방어 병력이 곧바로 도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형태에게 전략의 수정을 강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변형태와의 경기에서 김정우가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꾸준한 퀸의 생산과 활용이었다.
◆메카닉은 이렇게 막아라
변형태가 택한 전략은 '레이트 메카닉'입니다. 바이오닉 전략을 구사하는 테란이 저그의 하이브 체제를 맞아 팩토리를 여러 개 지으면서 탱크와 벌처, 골리앗으로 전환하는 체제를 말합니다. 마인으로 저그의 병력을 사전에 차단하고 터렛으로 공중 유닛을 방어하며 탱크의 긴 사정거리와 큰 데미지를 입히면서 서서히 진군하는 전술이죠.
김정우는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메카닉 테란에 대한 확실한 대비책을 구사합니다. 일단 저글링을 밀어 넣으면서 마인을 제거합니다. 한 부대씩 보내는 것이 아니라 3~4기를 한 조로 꾸려 마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합니다.
마인만 제거해서는 테란의 메카닉 전략을 깨뜨릴 수 없습니다. 마인 뒤쪽에 배치된 탱크는 퀸의 브루드링 마법으로 제거합니다. 김명운이나 김민철 등 웅진의 저그 선수들이 자주 선보였던 전술인데요. 김정우는 변형태가 메카닉으로 전환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퀸을 한 부대 가량 생산합니다.
저글링을 사용하고 난 뒤 탱크를 줄이기 위해 퀸을 쓰지만 효과를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변형태가 공중 유닛에 대비하기 위해 발키리를 모아 놓았고 스플래시 데미지에 의해 퀸의 체력이 빠지면서 탱크를 줄이지 못했죠. 오래도록 경기를 쉰 한계를 보이는 듯했습니다.
김정우는 다른 저그와는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퀸이 통하지 않게 되면 저그는 저글링과 울트라리스크, 디파일러에 집중하게 됩니다. 정면 힘싸움을 펼치는 쪽으로 방향을 잡게 되죠. 그러다 보면 업그레이드가 잘 된 테란의 메카닉 병력에 무모한 공격을 펼치다가 인구수가 줄어들고 확장 기지가 하나둘씩 파괴되면서 저그가 힘이 빠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김정우는 퀸을 지속적으로 생산합니다. 지상군으로 돌파를 시도하면서 간간이 퀸의 브루들링으로 탱크를 줄여주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 전술은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5시 지역의 해처리를 내주지만 이 곳에 배치된 탱크를 브루들링으로 제압한 김정우는 저글링과 울트라리스크, 디파일러의 다크 스웜을 사용하면서 6시와 9시를 연속적으로 공격하며 변형태의 자원줄을 끊어냈습니다.
◇퀸으로 탱크를 줄인 뒤에는 울트라리스크와 히드라리스크가 판을 지배했다.
◆전략의 핵심은 퀸
이번 경기에서 김정우가 보여준 다른 저그 선수들과의 차이점은 퀸을 지속적으로 생산했다는 점입니다. 퀸은 미네랄 100, 개스 100이 들어갑니다. 레어 상태에서 사용되는 유닛 가운데 개스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유닛 중에 하나죠. 김정우가 퀸을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뮤탈리스크를 거의 뽑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드롭십이나 사이언스 베슬 격추용으로 스컬지를 뽑기 위해 개스를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중반에 개스 소모 유닛은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하이브로 전환한 이후에도 김정우는 퀸을 계속 생산했습니다. 디파일러와 저글링에 집중하면서 울트라리스크로 체제를 넘기기 전 시점에 퀸을 쓰면서 탱크를 줄여준 것이지요. 개스 조절이 매우 중요한 저그에게 김정우가 보여준 이번 경기는 다른 저그들에게도 교범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기사 수정했습니다. 날카로운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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