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 연습시간 따로 두는 등 노력파
김택용 저그전 핵심 기술도 공중 유닛 뭉치기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기자 입니다.
지난 주 핀포인트에서는 뮤탈뭉치기 기술의 원조와 최초로 방송 경기에서 사용한 선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해 드리고자 서경종에게 뮤탈리스크 뭉치기에 대해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 덕에 뮤탈리스크 뭉치기의 발견 과정과 핵심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잇었습니다.
저 역시도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죠.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박성준이 뮤탈리스크 뭉치기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었는데요. 실제로 질레트 스타리그 2004 4강전에서 최연성과 펼쳤던 경기를 보면 박성준은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도 이미 비슷한 컨트롤을 보여줬더군요. 물론 지금처럼 오랜 시간 컨트롤을 하지 못한 단점은 있지만 정말 대단한 컨트롤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버로드나 라바를 활용한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이 개발되면서 누구나 비슷한 컨트롤을 할 수 있게 됐으니 가장 큰 피해자는 박성준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네요.
댓글로 서경종의 안부를 물어보는 독자들이 많았는데요. MBC게임에서 해설자로 활약했던 서경종은 현재 군입대를 준비 중입니다. 온게임넷에서 진행하는 게임 정보 프로그램에 패널로 나오고 있습니다. 제대 후에도 e스포츠 쪽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댓글로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댓글은 커세어와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 베슬의 이레디에이트 등에 대한 언급이었습니다. 뭉쳐있는 뮤탈리스크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유닛의 이름인데요. 저그를 플레이하는 사람으로서는 정말 듣기도 싫은 이름들입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의 원조 서경종에게 이 기술을 가장 잘 사용한 선수와 리그에 미친 영향을 물었습니다. 서경종은 망설임 없이 이제동을 선택했는데요. 이 질문을 누구에게 해도 대답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뮤탈리스크 컨트롤로 테란들을 경악시키며 혜성처럼 떠오른 이제동은 지금도 최고의 저그로 e스포츠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이제동의 뮤탈리스크가 특별한 이유
이제동은 자신이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가장 잘 한다는 칭찬에 대해 "절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칩니다. 저그 선수라면 그 정도의 컨트롤은 기본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선수들은 모두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잘한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더라도 이제동만큼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잘하는 선수가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이제동보다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더 잘하는 연습생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제동은 왜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가장 잘하는 선수로 꼽히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제동의 뮤탈리스크를 특별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손 빠르기도, 멀티태스킹 능력도 아닌 바로 자신감입니다.
이제동은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할 때마다 내가 세상에서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제일 잘하고 내 뮤탈리스크를 막아낼 유닛은 없다라고 최면을 건다"고 밝혔습니다. 자신감을 실어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하다 보면 그 기세가 상대 유닛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에는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할 때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되려 긴장을 하는데요. 그와 달리 이제동은 마치 '내가 제일 잘나가'를 외치는 듯 덤벼드는 느낌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이제동의 뮤탈리스크에 된통 당했던 선수들 모두 그 기세에 눌려 자신의 유닛을 제대로 컨트롤 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한 선수는 "머린이 스팀팩을 쓰면서 달려가면 뮤탈리스크가 도망가게 마련인데 이제동의 뮤탈리스크는 오히려 더 달려 들어서 깜짝 놀라 내가 도망가다가 다 죽은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동의 자신감이 뮤탈리스크 움직임에 그대로 녹아들어간 것입니다.
이제동은 예전부터 뮤탈리스크 컨트롤은 저그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습 시간이 끝나면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연습하는 개인 연습 시간을 별도로 정할 정도였습니다. 신예 때부터 뮤탈리스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테란과 저그를 상대하는 능력에서 차이가 날 것이라고 생각해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고 합니다.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제동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뮤탈리스크 컨트롤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실력과 마인드를 함께 키우는 것이죠. 실력과 생각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이제동의 뮤탈리스크가 특별해진 이유입니다.
이제동은 신예들에게 "뮤탈리스크 컨트롤에 자신이 없다면 저그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합니다. 기본 중의 기본인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못하게 되면 저그전뿐만 아니라 테란전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이제동의 생각이었는데요. 이제동처럼 저그의 레전드로 남을 목표를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면 뮤탈리스크 컨트롤 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 같네요.
◇2007년 EVER스타리그2007 4강에서 뮤탈리스크 두 부대로 상대 본진과 앞마당 기지를 동시에 공격한 이제동.
◆뮤탈리스크 두 부대 컨트롤은 '미친' 짓?
이제동이 뮤탈리스크 컨트롤 장인으로 불렸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뮤탈리스크 두 부대 컨트롤을 공식전에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2007년 EVER 스타리그 4강에서 이제동은 신희승을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고 결승전에 진출했는데요. 4강 경기에서 이제동은 뮤탈리스크 두 부대를 동시에 컨트롤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줘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동은 이 플레이를 두고 "미친 짓"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플레이라고 하네요. 차라리 그것에 신경 쓰지 말고 다른 플레이에 더 집중하는 것이 경기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동은 왜 뮤탈리스크 두 부대 동시 컨트롤이라는 '미친 짓'을 했을까요?
이제동은 당시를 회상하며 "다전제에서는 상대방의 기를 꺾어 놓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억지로 썼다"고 전했습니다. 즉 다전제에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지 평소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는 않는 플레이라고 합니다.
물론 두 부대 동시 컨트롤은 엄청난 손 빠르기와 집중력 없이는 불가능한 플레이인 것도 맞습니다. 성공하면 상대가 기가 질리는 상황을 만들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제동의 설명입니다. 뮤탈리스크 두 부대 동시 컨트롤을 하느니 그 시간에 차라리 한 부대만 컨트롤하고 확장 기지를 늘리거나 다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멋진 플레이를 선보여 상대의 기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다시 사용하겠지만 효율적이지 않은 전략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못 박은 이제동. 앞으로 이제동이 뮤탈리스크 두 부대 동시 컨트롤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어려울 듯 보입니다.
◆프로토스와 테란도 뭉치기 된다!
저그가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다른 종족보다 공중 유닛을 자주,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테란전에서 럴커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일단 뮤탈리스크로 흔들고 이후 운영을 풀어가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그전에서도 저글링과 히드라리스크를 쓰기 보다는 저글링과 뮤탈리스크를 조합하기에 공중 유닛에 대한 컨트롤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렇다면 프로토스와 테란은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을 쓸 수 없을까요? 오버로드가 없어서 못 쓸까요? 아닙니다. 저그가 자주 보여주는 뮤탈리스크 뭉치기 기술의 핵심은 공중 유닛의 경우 다른 화면에 있는 유닛과 함께 부대지정을 하면 한 곳으로 뭉친다는 것입니다. 저그의 경우 이동 속도가 느린 오버로드나 해처리 옆에 붙어 있는 라바를 활용하면 쉽게 공중 유닛을 뭉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을 뿐이지요.
프로토스와 테란은 어떻게 공중 유닛을 뭉칠까요? SK텔레콤 T1 김택용의 저그전을 유심히 보신 분들은 간파할 수 있었을 겁니다. 저그전을 치를 때 김택용은 미네랄 뒤쪽에 파일런을 두 개 지어 프로브 한 기를 가둬 놓습니다. 자원을 채취하지 못한 채 파일런 사이에 갇혀서 아둥바둥하는 프로브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김택용의 현란한 커세어 활용을 만들어내는 비밀입니다.
저그전에서 커세어를 계속 모으다 보면 5~6기 정도 쌓이는데요. 이 타이밍에 김택용은 파일런 안에 가둬 놓은 프로브와 커세어를 한 부대로 지정합니다. 그러면 커세어가 한 기처럼 똘똘 뭉쳐 다니게 되죠.
커세어를 뭉쳐 놓으면 뮤탈리스크와 스컬지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커세어가 한 기처럼 움직이면서 저그가 스컬지로 요격하려 할 때 목표 지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고 한 곳을 공격하기 때문에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뮤탈리스크 사냥에서도 용의합니다.
◇커세어 뭉치기도 뮤탈리스크 뭉치기에서 비롯됐다.
테란도 이와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서플라이 디폿 사이에 SCV 한 기를 가둬 놓고 레이스 또는 발키리와 한 부대를 형성해 놓으면 뭉쳐다니는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테란의 경우에는 뭉치기 컨트롤을 잘 쓰지 않습니다. 레이스의 경우 초반 흔들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프로토스전에서 레이스를 뽑는 선수는 거의 없고 저그전과 테란전에서 주로 쓰이는데요. 저그전에서 2스타포트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뭉치기를 하지 않아도 되지요. 레이스를 6~7기까지 모아 오버로드나 드론을 사냥하려 할 때나 쓰는 기술입니다.
테란전에서 레이스 대전이 펼쳐질 때에는 굳이 묶어서 쓰지 않습니다. 박성준이 뮤탈리스크로 보여줬던 것처럼 레이스 12기를 한 부대로 묶어 미네랄이나 개스 지역에 우클릭해서 뭉쳐 놓은 뒤 출격시키면 됩니다. 한 기라도 공격 유닛이 더 포함되는 것이 대규모 전투에서 승률을 높이는 방편이니까요.
뮤탈리스크 뭉치기가 저그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점, 아셨죠? 앞으로 선수들이 공중 유닛을 활용할 때 세심하게 관찰해 보시면 소소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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