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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핀포인트] 아비터도 잘못 쓰면 독된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아비터도 잘못 쓰면 독된다
◇MBC게임 히어로 시절 아비터 리콜과 관련한 실수를 범하며 화제(?)를 모았던 김재훈.

프로토스 김재훈 '버뮤다', '3cm' 등 안 좋은 별명 얻어
실패시 마나 회복 속도 늦어 테란에게 타이밍 허용


프로토스가 경기 후반에 사용하는 유닛인 아비터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1편에서는 아비터 전략을 구상했던 선구자들을, 2편에서는 전략적으로 다듬어지는 과정과 활용도에 대해 살펴 보았죠. 3편에서는 아비터를 활용한 전략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점과 저그전에서의 활용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비터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특히 리콜이라는 기능이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데요. 성공했을 경우 상대의 혼을 빼놓으면서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요인이 되지만 실패했을 때에는 경기를 패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서 설명해보겠습니다.

◆리콜의 피해자 김재훈
리콜이라는 기능을 사용하려면 150이라는 마나가 필요합니다. 아비터가 갓 생산됐을 때 보유한 마나는 50입니다. 150이 되기 까지 기다리려면 한 세월인데요. 모으고 모아 시도한 리콜이 수포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허무할까요. 한 부대 이상의 병력이 소환되었어야 하는데 옵저버 한 기만 상대편의 본진에 떨어진다면 정신적인 피해가 이만 저만 아니겠죠?

아비터 리콜과 관련한 실수의 주인공은 바로 8게임단의 김재훈입니다.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버뮤다 리콜, 3cm 리콜 등 공식 경기에서 리콜 실수를 연이어 범하면서 유명세를 탔는데요. 경기 내용을 보면 어이 없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팬들 사이에서 '버뮤다 리콜'이라 불리는 장면입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8-09 시즌 이스트로 박상우와의 '신청풍명월'이라는 맵에서 펼쳐진 경기인데요. 김재훈은 질럿과 드라군을 한 곳에 모아 놓으면서 리콜을 준비합니다. 아비터가 맵의 좌측 라인을 타고 이동했고 박상우의 본진 지역에 유유히 날아 들어와서는 리콜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소환된 병력은 옵저버 한 기가 전부입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아비터도 잘못 쓰면 독된다

◇박상우와의 프로리그 경기에서 김재훈이 리콜을 시도했지만 성벽에 걸리면서 옵저버 한 기만 순간 이동을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버뮤다 리콜'이라 불린다.

경기를 중계하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곧바로 "이게 뭐죠?"에 이어 "망했습니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습니다. 150이라는 마나가 모일 때까지 기다렸는데 기껏 리콜된 병력이 공격력이 전혀 없는 옵저버 한 기라면 경기를 하는 사람의 맥이 풀릴 수밖에 없죠. 그리고 테란은 아비터의 리콜을 일단 막아낸 뒤에는 곧바로 치고 나가면서 타이밍 러시를 시도하기 때문에 김재훈에게는 더 없는 위기가 찾아온 셈이지요.

원인 분석부터 해볼까요. 김재훈의 병력이 리콜됐을 때 왜 옵저버만 왔을까요? 리콜된 병력이 안정적으로 소환되는 경우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평지일 때입니다. 섬맵이든, 지상맵이든 구조물이 있거나 우주 공간 등과 같이 비어 있는 곳에는 병력이 리콜되지 않습니다. 김재훈이 리콜을 시도한 경로를 보면 박상우의 본진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성곽 지형으로 꾸며진 곳에서 리콜이 시전됐습니다. 따라서 지상군은 소환되지 못했고 지형지물과 전혀 상관이 없는 옵저버 한 기만 상대의 기지로 들어온 것입니다.

이번에는 '3cm 리콜' 경기 장면을 보시죠. '단장의능선'이라는 맵에서 펼쳐진 경기입니다. 손주흥의 본진 지역에 빈틈이 있음을 확인한 김재훈은 리콜을 시도합니다. 상대방의 본진으로 리콜되어야 하는 병력이 있던 자리에서 3cm 정도만 오른쪽으로 이동합니다. 3cm 이동하려고 마나 150을 소모했고 마나가 차기를 기다려왔다는 것이지요.

[이소라의 핀포인트] 아비터도 잘못 쓰면 독된다

◇리콜의 기준이 되어야 하는 아비터가 엉뚱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바로 옆 자리로 소환되는 장면. 3cm 리콜이라 불리고 있다.

이 실수는 단축키 조작 오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은 단축키로 모든 명령을 내리는데요. 아비터 리콜은 'R'을 누르면 시전됩니다. 그런데 가끔 게임을 하다 보면 미니맵을 보고 R을 누를 때 리콜이 되지 않고 아비터가 그 쪽으로 이동할 때가 있습니다. 랠리 포인트 지정인 R과 혼동하는 경우인데요.

김재훈도 이와 같은 실수를 한 것이지요. 상대 본진이 빈 것을 확인하고 미니맵에 병력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클릭해 리콜을 시도하려 했지만 아비터가 이동했고 그걸 모르는 상황에서 화면을 보며 재차 리콜을 시도하니까 목표 지점이 아닌 현재 아비터가 위치한 곳에 병력이 이동한 것이죠. 하필이면 원래 있던 위치 바로 옆쪽으로 병력이 소환되면서 전설의 3cm 리콜 장면이 탄생한 것입니다.

아무튼 두 번의 리콜 실패로 인해 김재훈은 최대 희생양이 됐습니다. 팬들에게 허무 개그를 선사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얻어냈지만 악성 홍보였죠. 김재훈이 실수를 범한 두 경기를 모두 패한 것은 당연지사였습니다.

◆리콜에 대응하는 테란의 전략
프로토스가 테란전에서 리콜을 자주 사용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테란의 방어법도 함께 진화했습니다. 아비터는 마나를 활용해 마법을 사용하는 유닛입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마나 150이 모이면 대규모 병력을 이동, 소환시키는 리콜이 가능하고 100이 모이면 상대 유닛을 얼려 버리며 무력화시키는 스테이시스 필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초기 아비터 전략에 대한 대응 방법은 고스트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1편에서 소개드렸던 임요환과 김동수의 경기에서 봤던 것처럼 임요환은 고스트를 생산했고 김동수의 아비터에 록다운을 걸면서 방어에 나섰지요. 록다운에 걸린 유닛은 일정 시간 동안 기능이 모두 정지됩니다. 스테이시스 필드와 다른 점은 상대방이 공격은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테이시스 필드에 걸린 유닛은 공격을 할 수도, 때릴 수도 없지만 록다운에 걸린 유닛은 상대방이 때릴 수는 있습니다. 아비터를 단순히 무력화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잡아 내면서 이후 재사용되지 않도록 원천봉쇄하려를 것이 임요환의 생각이었던 것이지요.

이후 프로토스의 아비터 활용이 지상맵까지 이어지자 테란은 아비터의 이동 경로에는 터렛을 건설하고 본진에는 마인을 매설하는 방법을 구상하게 됩니다. 아비터의 실드가 150, 체력이 200이나 되기 때문에 어지간한 숫자의 터렛으로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리콜을 직접 막기는 어렵고 본진에 떨어졌을 때 쉽게 잡아내기 위해 마인까지 터렛의 뒤쪽에 매설을 하는 것이지요.

[이소라의 핀포인트] 아비터도 잘못 쓰면 독된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아비터도 잘못 쓰면 독된다

◇이영호가 지난 시즌 김택용과의 '이카루스' 맵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아비터 리콜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 본진에 터렛을 지은 뒤 안쪽으로는 마인을 매설하고 공중으로 날아 들어올 수 있는 경로에 사이언스 베슬을 배치하면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다.

최근에는 이 방법에다가 한 가지 팁이 더해졌습니다. 터렛과 마인은 기본이고 사이언스 베슬까지 함께 배치하면서 EMP 쇼크 웨이브를 적중시키는 방법입니다. EMP 쇼크 웨이브를 맞은 유닛은 마나와 실드가 동시에 소진되는데요. 아비터의 핵심 요소 두 가지가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EMP 쇼크 웨이브가 그래픽에 비해 실제 적중되는 범위가 좁기 때문에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면 아비터의 마나와 실드가 모두 살아 있고 사이언스 베슬의 마나만 소비하면서 역공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저그전에는 못 쓸까?
아비터의 기능은 리콜, 스테이시스 필드 등 특수 기능이 존재하고 일반적으로는 은폐장을 제공합니다. 프로토스가 테란전에서는 자주 선을 보이지만 저그전에서는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아비터가 개스 먹는 괴물이기 때문입니다. 프로토스가 저그를 상대할 때 필수 유닛은 하이 템플러입니다. 하이 템플러는 한 기에 개스가 무려 150이나 들어갑니다. 그런데 아비터는 한 기에 350이나 필요로 합니다. 하이템플러 두 기를 생산하고도 50이라는 개스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아비터를 생산하는 전략이 들통날 경우 저그는 막기가 너무나 쉽습니다. 일단 확장 기지 주위에 스컬지를 배치해서 아비터를 공중 요격하려고 할 것이고 해처리 주위에 유닛을 디텍팅할 수 있는 스포어 콜로니를 건설할 것입니다. 그 위에 오버로드를 띄워 놓는다면 프로토스가 대규모 병력을 리콜하더라도 큰 피해를 주지 못하게 되겠죠.

눈 감고 생각해봐도 상대방의 대처가 확실한 전략을 굳이 쓸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저그전에서 아비터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킨 선수가 있으니 바로 이스트로의 신재욱입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아비터도 잘못 쓰면 독된다

◇이스트로 시절 신재욱이 박명수를 상대로 커세어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히 리콜을 시전하는 경기를 펼친 적이 있다. 저그전에서도 아비터를 쓰면 쉽게 마무리지을 수 있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09-10 시즌 4라운드 경기에서 신재욱은 박명수를 상대로 아비터 리콜을 준비합니다. 아비터 홀로 날아가면 저그가 너무나 쉽게 막을 수 있기에 사전 작업을 시작한 신재욱은 커세어로 길을 엽니다. 7~8기 가량 커세어를 모은 뒤 저그의 시야를 제거하고 스컬지까지 잡아낸 신재욱은 아비터를 이끌고 저그의 본진에 리콜을 감행합니다. 질럿으로 앞마당과 본진의 연결 통로를 장악한 뒤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으로 방어하러 오는 병력을 줄이고 옵저버까지 함께 리콜하면서 시야까지 모두 확보하는 완벽한 리콜이었습니다.

저그전에서도 효용도가 높다는 사실을 신재욱이 증명하긴 했지만 크게 유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중후반전을 도모하려다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프로토스에게 아비터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불가결의 유닛으로 입지를 굳혔습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시즌1 CJ 엔투스와 KT 롤스터의 2차전 3세트 이경민과 이영호의 경기처럼 아비터는 상대방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핵심 유닛이 됐죠. 잘못 사용하면 김재훈처럼 평생 잊지 못할 별명을 얻고 성공적으로 사용하면 이경민처럼 인구에 회자되는 멋진 플레이를 만들어주는 양날의 칼이 바로 아비터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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