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기자 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3분 안에 승부를 낼 수 있는 저그의 극단적인 전략 4드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셨는데요. 사실 4드론 전략은 누가 원조라는 논쟁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한 전략입니다. 방송 리그에서 선보이기 이전부터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스포닝풀을 건설하는 데 들어가던 미네랄이 150이었을 때 천하무적이라 불렸던 전략이죠. 이후 200으로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가 됐던 바탕이 바로 4드론 전략입니다. 저그로 플레이하는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써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1990년대 후반에 배틀넷에서 상대 종족이 테란이면 자주 4드론 전략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물론 4드론을 당한 상대는 무척 화를 내며 다시 게임하자고 귓말을 보내오곤 했죠.
초창기 저그 사용자라면 저와 같은 경험은 한번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드론의 경우 상대를 공황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멋진 전략이기도 한데요.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꺾기도'가 유행이라죠. 대화 상대가 예측하지 못한 말로 공격하면서 상대를 공황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꺾기도'. 만약 스타크래프트에서 '꺾기도'가 있다고 하면 바로 4드론을 들 수 있겠습니다. 4드론을 당한 사람은 정신적인 공항 상태가 돼버리니까요.
지난 4드론 전략 때 예로 들었던 이제동의 경기를 보며 독자 여러분들은 초반에 이제동이 왜 드론 한기를 생산한 뒤 취소했을지 의문점을 가지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플레이었지만 이제동의 말에 따르면 "경기 초반에 4드론을 한다는 사실을 팬들이나 중계진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그런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라바를 취소할 때는 특유의 '쨍'하는 소리가 나는데 초반에 이런 소리를 일부러 내면서 "나 4드론이다. 지금부터 긴장하고 지켜봐라"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알리려는 이제동의 의도였다고 하네요.
오늘 핀포인트에서 다룰 주제는 바로 5드론입니다. 4드론과는 드론 한 기 차이이고 도대체 4드론과는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5드론. 저그 선수들은 왜 4드론과 5드론을 구분해서 쓰는지, 그리고 최근에는 4드론보다 5드론이 왜 더 자주 쓰이는지 등 다양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드리고자 합니다.
◆5드론과 4드론의 차이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4드론과 5드론의 가장 큰 차이는 스포닝풀을 건설하기 위해 자원을 채취하는 드론의 숫자입니다. 4드론의 경우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주어지는 미네랄 50까지 스포닝풀을 짓는 자원으로 보탭니다. 드론 4기로 스포닝풀을 건설할 수 있는 미네랄을 모으는 데 약 41초가 소요됩니다. 그에 비해 5드론의 경우 경기가 시작한 뒤 주어지는 미네랄 50을 드론을 생산하는데 사용하고 이 경우 미네랄 200을 모으는 데는 48초가 걸립니다.
스포닝풀 건설 타이밍에 7초 차이가 나는 것뿐만 아니라 첫 저글링을 생산할 수 있는 숫자도 다른데요. 4드론의 경우 자원이 부족해 저글링 4기를 생산한 뒤 추가 생산이 가능하지만 5드론의 경우 자원이 충분하기 때문에 스포닝풀이 완성된 뒤 한 번에 6기의 저글링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5드론의 경우는 6기의 저글링을 생산하면 인구수가 모두 찹니다. 따라서 5드론의 경우에는 6기의 저글링으로 상대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하면 크게 의미가 없는 전략이죠. 경기를 끝내기 위해 5드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저글링 6기로 초반에 상대에게 큰 피해를 입힌 뒤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가기 위해 5드론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드론의 경우 인구수가 막히지 않은 상태에서 저글링을 최대 10기까지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를 끝내기 위해 선택하는 전략입니다.
◇동시에 저글링 6기 생산이 가능한 5드론 전략.
4드론과 5드론의 경우 상대 기지로 공격가는 시간이 대략 4초 정도 차이가 납니다. 상대 종족이 테란이라면 그 4초로 인해 배럭이 완성되느냐 그렇지 않느냐, 머린이 생산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경기를 끝내기 위해 4드론을 많이 사용하죠. 그러나 프로토스의 경우 저그를 상대하는 빌드상 그 타이밍의 4초에는 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기 때문에 5드론을 사용합니다. 6기의 저글링으로 본진 난입에 성공해 최대한 프로브를 많이 잡아낸 뒤 운영을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5드론 전략을 사용한 뒤 어떻게 운영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일까요. 5드론 전략을 사용한 뒤 운영을 할 수 있는 경우는 사실 프로토스전밖에 없습니다. 5드론은 프로토스가 포지를 건설한 뒤 앞마당에 넥서스를 소환하는 전략을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사용하게 됩니다.
이 경우 상대의 정찰 타이밍이 중요한데요. 만약 프로토스가 5드론 전략을 확인했다면 피해를 주기 힘들지만 상대가 이를 알지 못할 경우 초반 6기의 저글링으로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로토스도 앞마당을 가져가지 못하고 본진에서 프로브까지 잡히는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프로토스가 5드론 전략을 겨우 막아낸다 해도 이미 저그는 앞마당까지 가져갈 수 있는 상황인 것이죠.
◆저그전에서의 4드론과 5드론
지금까지 프로토스와 테란을 상대하는 저그의 초반 전략인 4드론과 5드론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사실 4드론과 5드론의 경우 저그전에서도 심리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전략입니다. 초반 빌드가 어떤 종족전보다 중요한 저그전에서 초반 4드론과 5드론 전략의 경우 상대의 허를 찌를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이죠.
온게임넷 박태민 해설 위원에 따르면 보통 저그전에서는 4드론 보다는 5드론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6기의 저글링과 함께 상대 본진에 성큰 콜로니를 지으면서 합동 공격을 해야 승리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4드론의 경우 성큰 러시까지 할 수 있는 자원이 충분히 모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어쨌든 저그전 5드론 전략 역시 한 번 막히면 뒤를 바라볼 수 없는 전략이기 때문에 성큰 러시까지 감행해 무조건 경기를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대체로 저그가 저그를 상대로 5드론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는 2인용 맵인 경우가 많은데요. 오버로드로 상대 기지를 보고 맞춰 가는 심리를 이용합니다. 가까운 거리보다는 조금 먼 거리의 맵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요. 이유는 러시 거리가 가까우면 심리적으로 상대가 9드론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앞마당을 가져갈 것이라 확신하고 5드론 전략을 선택한 조용호. 그의 예상대로 박태민은 앞마당을 먼저 가져갔다.
즉 상대가 9드론 스포닝풀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맵에서 5드론을 선택한다는 뜻인데요. 이유는 9드론 스포닝풀 전략은 드론을 동반한 컨트롤을 통해 5드론 전략을 막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5드론 전략은 상대가 12드론 스포닝풀 전략이나 12드론 앞마당 전략을 선택하게 되면 성공 확률이 높습니다.
◆저그전 5드론의 추억…조용호 vs 박태민
저그전에서 5드론 성큰러시 전략으로 가장 유명한 경기는 2005년 7월1일에 열렸던 당시 KTF(현 KT) 조용호와 SK텔레콤 박태민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무척 중요했습니다. 듀얼토너먼트 최종전이었고 여기에서 승리해야 스타리그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경기였는데요. 따라서 누구나 안정적인 빌드를 사용하기 마련이죠. 게다가 '포르테'의 경우 상대가 세로 방향에만 있지 않으면 저그 선수들이 12드론 이후 앞마당을 건설하는 전략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조용호는 바로 이 점을 노렸습니다. 박태민의 스타일이 공격적이 아닌 운영형이라는 사실도 조용호가 5드론 전략을 선택하는데 큰 도움이 됐죠. 아니나 다를까 박태민은 하필 12드론 이후 앞마당을 가져갔고 조용호는 드론 한 기를 동원해 성큰 러시까지 감행했습니다.
◇성큰콜로니 러시를 동반한 저그전 5드론 전략.
5드론이 얼마나 상대를 공황 상태로 빠뜨리는지 잘 보여준 경기였는데 박태민은 당황한 나머지 스포닝풀을 취소하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조용호의 5드론 전략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듯 박태민은 조용호가 드론으로 자신의 스포닝풀 옆에 성큰을 건설하자 스포닝풀을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경기는 싱겁게 조용호의 승리로 끝이 났죠.
5드론 전략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상대 실수까지 겹치면서 조용호는 행운의 승리를 따내게 됩니다. 침착하기로 유명했던 박태민조차도 스포닝풀을 취소하는 실수를 하게 만든 5드론 전략은 상대를 공황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최고의 '꺾기도' 기술인 것만은 분명하네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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