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입니다.
지난 주까지는 4, 5, 7드론 전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드론 숫자만 변경해 가면서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모든 전략에 대해 소개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저그 종족을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드론 한 기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것이 바로 저그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꼭 자세히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달 동안 저그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지겨우신 독자 여려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이번에 소개드릴 전략 역시 저그 유닛입니다. 뮤탈리스크 뭉치기 컨트롤만큼 저그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유닛이라고 봐도 무방한 오늘의 핀포인트 주인공은 바로 디파일러입니다.
저그 선수들의 클래스를 나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최고의 저그라 불리는 선수들은 디파일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한 저그 선수는 "저그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뮤탈리스크 활용을 잘해야 하고 최고점을 찍기 위해서는 디파일러를 잘 사용해야 한다"고 할 정도입니다.
디파일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그 선수들이 아니라 오히려 테란과 프로토스 선수들이 더 강조합니다. 특히 테란 선수들 가운데에는 디파일러를 잘 사용하는 저그는 테란전을 잘하는 프로토스보다 더 무섭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그에 상성상 강한 테란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디파일러가 무시무시한 유닛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디파일러라는 유닛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테란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지 이번 시간에는 디파일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천대받던 유닛 디파일러
디파일러 활용이 활성화 되기 전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후반에 역전을 일궈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저그가 테란과 장기전을 가 승리하는 경우는 이미 중반부터 유리한 상태에서 경기를 끌다가 울트라리스크를 생산해 상대를 가지고 노는 것뿐이었습니다. 운영으로 테란과 장기전 끝에 역전을 하는 경우는 있기 힘든 일이었죠.
디파일러는 예전에는 천대받던 유닛이었습니다. 만약 예전부터 디파일러가 다양하게 활용됐다면 테란전에서 저그는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그 선수들은 디파일러를 활용하는 방법 보다는 장기전으로 가지 않고 테란에게 승리하는 방법을 더 연구한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디파일러는 어떤 유닛일까요? 생김새만 보면 지네와 흡사합니다. 하지만 독이 있는 지네와 달리 디파일러는 공격력이 전혀 없는 유닛 중 하나죠. 디파일러는 다른 저그 유닛들이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마법 유닛입니다.
우선 디파일러는 저그의 최종 테크트리인 하이브 업그레이드가 완료돼야 생산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장기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디파일러를 생산하는 일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 저그들이 디파일러를 주목하지 않았던 것도 저그가 테란에게 장기전을 가면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경기를 빠르게 끝내려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공격력 하나 없이 마법만 사용하는 디파일러를 장기전을 좋아하지 않던 저그들이 선호했을 리는 만무합니다. 게다가 조용호, 조형근 등이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 톱 클래스에 위치한 저그 선수들은 운영형 보다는 공격형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디파일러는 계속 천대받는 유닛으로 남게 됐죠.
◆디파일러는 사기 유닛?
"스타크래프트에는 사기 유닛이 세 개가 존재해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 다른데 모두들 공감하는 두 개의 유닛이 있죠. 바로 벌처와 디파일러입니다."
대부분 프로게이머들은 디파일러를 사기 유닛으로 규정합니다. 상성을 파괴하는 말도 안 되게 강한 의미라는 뜻인데요. 공격력 하나 없는 디파일러를 도대체 왜 사기 유닛이라고 부르는 것일까요? 아마도 디파일러가 가진 세 개의 마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그가 하이브 업그레이드를 완료하면 필수적으로 디파일러 마운드를 건설합니다. 이후 저그는 디파일러를 생산하기 전 컨슘 개발을 먼저 하게 되는데요. 많은 테란, 프로토스 프로게이머들은 디파일러의 컨슘 기능을 없애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냅니다. 즉 이 컨슘 때문에 디파일러가 진정한 사기 유닛으로 선정됐다는 것이 프로게이머들의 설명입니다.
대부분 마법 유닛의 경우 마법을 사용할 때까지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합니다. 에너지(일명 마나)가 찰 때까지 기다려야만 마법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언스 베슬이 나와있다고 해도 이레이에이트를 사용하려면 마나가 75가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프로토스 대표 마법 유닛 아비터 역시 리콜이나 스테이시스 필드 등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마나가 찰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디파일러가 동족유닛(드론)을 컨슘하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디파일러는 이 컨슘 기능 때문에 마나가 찰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컨슘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디파일러는 싸고 인구수도 별로 차지하지 않는 저글링을 잡아 먹어 마나를 보충합니다. 저글링 하나 잡아 먹게 되면 마나가 50이 올라가게 됩니다. 다른 종족 마법 유닛들은 마나가 찰 때까지 최대 57초 이상을 기다려야 하지만 디파일러의 경우 저글링이나 드론 등 자신이 생산한 유닛을 잡아먹으며 마나를 채울 수 있어 시간이 절약 되는 것이죠.
다른 종족 선수들이 디파일러의 컨슘을 사기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저그는 컨슘으로 디파일러의 마나를 순식간에 채워 다양한 마법을 부릴 수 있는데 이에 테란과 프로토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순식간에 마나를 채운 디파일러가 이제는 진짜 마법을 부릴 차례입니다. 공격력 하나 없이 등장만으로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어 버리는 디파일러의 마법은 바로 다크스웜과 플레이그입니다. 두 마법 모두 테란과 프로토스 유닛을 바보로 만들어 버리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디파일러의 다크스웜으로 테란의 메카닉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장면입니다.
우선 다크스웜의 경우 디파일러의 마나가 100이 없어지면서 주황색 모양의 안개를 뿌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다크스웜 안의 저그 유닛은 사정거리를 가진 유닛에 의해 받는 피해가 0이 됩니다. 즉 머린이나 탱크, 벌처, 아콘, 드라군 등 먼 거리에서 공격하는 유닛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죠. 저그가 다크스웜을 뿌리고 럴커를 땅에 버로우 시켜 놓으면 테란이 머린 수백 부대를 쏟아 부어도 다크스웜 안의 럴커를 잡아낼 수 없습니다.
단 시즈탱크 등 스플래시 데미지를 주는 유닛의 경우 다크스웜 안에 들어있는 버로우 안 된 유닛에게 피해를 줄 수는 있습니다. 다크스웜은 레인지 유닛의 공격을 한 블록 빗나가게 만드는 마법이기 때문에 한 블록 옆에 있는 버로우 되지 않은 저글링은 시즈모드 탱크 포격에 체력이 깎일 수는 있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한 블록 옆에 유닛이 없다면 스플래시 데미지도 별다른 위협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다행인 점은 질럿이나 파이어뱃 등 직접 유닛과 맞닿아 공격하는 유닛은 다크스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다는 사실인데요. 물론 여기에서도 맹점은 있습니다. 프로토스의 경우 후반에도 질럿을 다수 사용하기 때문에 다크스웜 안의 유닛을 질럿으로 공격해도 되지만 테란의 경우 파이어뱃을 다수 보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다크스웜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종족은 바로 테란이라 볼 수 있겠네요. 파이어뱃을 제외하고는 다크스웜 안에 들어있는 저그 유닛을 없애는 방법은 사이언스 베슬의 이레디에이트 뿐이니까요. 이제 왜 테란이 디파일러를 무서워하는지 잘 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디파일러 마법 가운데 또 하나의 무시무시한 무기는 바로 플레이그입니다. 디파일러가 일명 '피를 뿌린다'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상대 유닛에 플레이그를 뿌리게 되면 그 유닛은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점차 닳게 됩니다.
◇디파일러가 테란 바이오닉 병력에 플레이그를 뿌리는 장면, 바이오닉 병력을 자세히 보면 빨간 피가 묻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플레이그가 체력을 깎는 지속 시간은 75초이며 초당 3~4 정도의 체력을 깎아 버립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유닛뿐만 아니라 전물까지 가지리 않고 총 295라는 체력을 깎아 버리는데 있습니다. 단 상대 유닛 체력이 295 이하인 경우에는 체력을 3까지만 깎을 수 있습니다. 디파일러는 누군가를 죽이는 역할은 못하는 착한 유닛이기 때문인데요. 그저 상대 체력을 최대 3까지 깎아버리기만 할 뿐이죠.
유닛을 죽이지 못하기 때문에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는 무시무시한 마법입니다. 특히 프로토스의 경우 체력이 회복되는 유닛이 아니기 때문에 플레이그를 맞은 유닛은 약한 저글링 공격 한 번에도 잡히는 경우가 자주 생겨납니다.
테란은 그나마 메딕으로 바이오닉 병력을 치료하거나 일꾼으로 메카닉 유닛의 체력을 올릴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프로토스보다 더 플레이그에 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프로토스 유닛은 체력 이외에도 실드라는 것이 있고 상대가 공격할 때 실드가 먼저 깎인 뒤 체력이 달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플레이그로는 실드를 없앨 수 없기 때문에 프로토스가 오히려 더 오래 살아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테란의 경우 후반에 일일이 병력의 체력을 채우는 일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플레이그 한 방 맞은 메카닉 유닛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 드론의 공격에도 탱크가 파괴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죠. 테란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모여있는 사이언스 베슬에 플레이그를 맞는 일입니다. 베슬의 특성상 모여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그곳에 플레이그를 맞게 되면 모든 베슬 체력이 3으로 깎이고 이는 뮤탈리스크 한기에도 베슬 한 부대가 모조리 잡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신은 단 하나의 유닛도 죽일 수 없지만 상대가 가장 무서워하는 유닛이 돼버린 디파일러. 다음 시간에는 디파일러의 창시자와 사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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