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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의 핀포인트] 디파일러의 아버지와 마스터

[이소라의 핀포인트] 디파일러의 아버지와 마스터
◇화면 왼쪽에 모여 있는 디파일러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스타크래프트 3대 사기 유닛으로 평가 받고 있는 디파일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사기 유닛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많은 팬들이 의견을 주셨는데요. 대부분 저그 플레이어들이 디파일러는 테란전에 있어 필수 유닛이기 때문에 사기 유닛이라고 평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해 주셨습니다. 또한 다른 3대 사기 유닛은 무엇인지에 대한 토론도 이뤄졌고요.

우선 저도 10년 넘게 저그를 플레이했던 제 입장에서 디파일러는 테란전 필수 유닛이라는데 동의합니다. 만약 디파일러가 없었다면 저그는 테란을 상대할 때 장기전을 아예 가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이 될만큼 필요한 유닛이 됐죠. 그러나 이번 사기 유닛 선정은 철저하게 프로게이머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제 개인적인 의견을 물으신다면? 저그 플레이어인 제 입장에서는 테란이라는 종족 자체가 사기라고 생각한답니다.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 아니었다는 점 명확하게 말씀 드립니다.

프로게이머들에게 사기 유닛에 대해 설문조사를 할 때 종족별로 물어봤다는 사실도 공개합니다. 테란, 저그, 프로토스가 생각하는 사기 유닛에 대해 물어봤고 정말 신기한 것은 디파일러는 테란 선수들이 꼽은 사기 유닛이라는 점입니다. 테란 선수들은 입을 모아 "디파일러 운영이 보편화 되기 전만 해도 저그전을 편하게 준비했는데 디파일러 때문에 저그가 무서워졌다"고 말하더군요. 즉 상성상 저그를 상대하는 것이 쉬워야 하지만 디파일러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이 테란 선수들의 이야기였죠.

이제야 왜 디파일러가 스타크래프트 3대 사기 유닛으로 꼽혔는지 아시겠죠? 앞으로도 핀포인트를 읽으신 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이야기해 주세요. 자세히 알려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은 디파일러를 제대로 사용하는 법과 디파일러의 아버지 그리고 디파일러 마스터라 불리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디파일러의 아버지 조형근

방송에서 디파일러를 가장 먼저 사용한 선수가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 전에도 디파일러를 사용한 저그 선수는 분명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유리한 상황에서 디파일러를 세리머니성으로 생산하거나 다른 저그 선수들이 응용할만한 플레이를 제시한 선수는 없었습니다. 디파일러는 그저 잊혀질 때쯤 한번 등장하는 신기한 유닛에 불과했죠.

디파일러의 활용을 대중화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선수는 '디파일러의 아버지'라 불리는 조형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웅진 스타즈의 전신인 한빛에 소속됐던 조형근은 그 당시 부산대학교 기계공학부를 다닌 것으로 알려지며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디파일러의 아버지와 마스터

◇디파일러의 아버지 조형근

조형근이 디파일러의 아버지라 불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경기는 2004년 12월5일 게임빌 듀얼토너먼트 경기였습니다. 조형근은 앞마당만 가져간 상황에서 소수 럴커와 저글링으로 테란의 진출을 막으면서 빠르게 디파일러를 생산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든 뒤 승리를 따냈습니다. 그 당시 최고의 테란이라 불렸던 서지훈을 탈락시켰던 조형근의 디파일러 플레이는 이후 다른 저그 선수들이 응용시키면서 더욱 널리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조형근이 디파일러를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테란이 탱크 두 기와 사이언스 베슬을 동반한 한방 진출을 막아내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테란이 진출하기 전에 디파일러를 생산하면 탱크와 바이오닉 화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하고 실험을 통해 디파일러 빌드를 완성했다고 합니다.

◆조형근의 제자 '대인배' 김준영 그리고 마재윤

조형근이 디파일러의 아버지로 불렸다면 이를 활용해 최고의 위치까지 올라간 선수는 '대인배 저그'라 불리는 한빛 김준영입니다. 조형근의 직속 후배기도 했던 김준영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플레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선수로 조형근을 꼽기도 했습니다. 김준영은 안정적인 운영형 선수로 그 당시 디파일러를 가장 잘 활용한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디파일러의 아버지와 마스터

◇디파일러 활용으로 결국 스타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던 김준영

김준영은 디파일러 활용을 극대화 시켰고 2007년 7월21일 다음 스타리그에서 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당시 김준영은 "결승전에서 테란을 상대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조)형근이형의 디파일러 운영을 전수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할 정도로 저그가 테란을 상대로 디파일러를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했습니다.

김준영만큼 디파일러를 사랑했던 선수는 마재윤입니다. 물론 지금은 좋지 않은 일에 연루돼 영구 제명됐지만 마재윤이 디파일러를 기가 막히게 활용했다는 점은 모두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특히 테란을 상대로 보여준 마재윤의 3해처리 운영 이후 디파일러 활용은 지금까지 저그가 테란을 상대하는데 교과서로 불릴 만큼 완벽한 플레이였죠. e스포츠에 한 획을 그었던 선수가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모든 명예를 잃어버린 상황이 참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디파일러 마스터 김성대

현존 디파일러를 가장 잘 사용하는 선수가 누군지 꼽는데 프로게이머들은 KT 김성대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최고의 저그 선수들도 디파일러 만큼은 김성대가 최고라는 의견에 전혀 주저하지 않습니다.

김성대는 불리한 경기도 디파일러만 나오면 갑자기 돌변하곤 하는데요. 어떻게 해야 디파일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라 볼 수 있습니다. 디파일러로 역전승을 가장 많이 일궈내는 선수이기 때문에 디파일러 마스터라는 표현이 전혀 아깝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소라의 핀포인트] 디파일러의 아버지와 마스터

◇디파일러 마스터라 불리는 김성대

김성대가 디파일러를 좋아하는 이유는 공격보다는 수비를 좋아하는 저그이기 때문입니다. 김성대는 디파일러로 테란의 공격을 계속 막아내면서 자원을 확보하는 플레이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테란이 공격하다 지칠 무렵 김성대는 자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수 병력으로 테란의 확장 기지를 쓸어 버리곤 하죠.

디파일러 마스터인 김성대가 말하는 디파일러를 사용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컨트롤? 손 빠르기? 멀티태스킹? 우리가 생각할 때는 컨슘과 다크스웜, 플레이그 마법을 단숨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계지는데요. 실제로도 일반 저그 플레이어들에게는 손 빠르기나 컨트롤이 승부를 결정짓는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프로게이머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 김성대의 설명입니다. 프로게이머의 경우 그 정도의 컨트롤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없다고 하네요. 김성대가 디파일러의 마스터라 불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적재적소에 디파일러를 잘 두기 때문이랍니다.

테란의 공격을 막아내고 한방 병력을 잡아내기 위해서는 디파일러가 있어야 할 곳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김성대의 설명입니다. 정말 쉬운 것 같지만 막상 경기 후반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을 경우에는 디파일러가 꼭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해 테란의 병력을 막아내지 못하고 확장 기지가 밀려 결국 저그가 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저그가 테란에게 장기전에서 패하는 까닭은 확장 기지를 지키지 못했을 때와 드롭십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을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때는 항상 해설자들이 "디파일러 어디 있나요"를 간절하게 외치곤 하는데요. 저그 선수들이 만약 각 확장 기지에 컨슘을 한 디파일러와 럴커, 저글링 소수를 상비해 둔다면 절대로 테란의 공격에 확장 기지를 빼앗길 일은 없다고 하네요.

그러기 위해서 김성대는 항상 후반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고 합니다. 너무나 간단한 방법이지만 저그 선수들이 후반에 집중력을 살리지 못하면 디파일러를 앞마당이나 본진에만 집중해 놓고 결국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확장 기지가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하지만 너무나 명확한 디파일러를 잘 사용하는 방법, 물론 일반 저그 플레이어들은 컨트롤 연습부터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다음 주에는 디파일러를 잘 활용한 경기를 분석해 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봤던 경기 중 디파일러를 잘 사용했다고 생각하는 경기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핀포인트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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