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입니다.
지난 주까지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3대 사기 유닛 중 첫 번째인 저그의 디파일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테란들이 뽑은 사기 유닛 가운데 1위로 등극했으며 무서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최종병기' KT 이영호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유닛"이라고 밝혔던 디파일러. 테란이 아마도 디파일러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하나겠죠. 테란에게 1승을 헌납했던 저그 따위(?)가 감히 디파일러라는 유닛을 앞세워 테란과 동등한 종족이 되려 하니 싫을 수밖에요.
저그의 초반 전략인 4드론에 이어 디파일러까지 무려 7주간 저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이끈 것에 대해 독자 여러분들이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댓글에서도 "저그 말고 다른 종족에 대한 이야기도 해달라"는 요청도 간간이 보이고요.
사실 제가 저그로 플레이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종족보다 저그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그동안 저그를 편애한 것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요. 앞으로는 세 종족 모두 고르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핀포인트를 독자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새로운 종족의 새로운 유닛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프로게이머들이 입을 모아 '사기유닛'이라 외쳤던,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며 심지어는 테란 선수들 조차 이 유닛을 사기 유닛으로 꼽은 오늘의 주인공은 스타1 최고의 사기 유닛 바로 벌처입니다.
우선 벌처를 가장 싫어한 종족은 프로토스였습니다. 종족 상성상 프로토스는 저그에게 약하고 테란에게 강하기 때문에 프로토스가 사기 유닛으로 저그 중 하나를 꼽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프로토스 선수 가운데 80%가 넘는 선수들이 벌처를 꼽았습니다.
프로토스 선수들뿐만 아니라 저그 선수들 역시 상당수가 벌처를 사기 유닛으로 꼽더군요. 약 60% 정도에 해당하는 저그 선수들이 벌처를 사기 유닛으로 정하면서 "후반으로 갈수록 벌처는 눈의 가시"라고 전했습니다.
게다가 일부 테란 선수들 역시 순순히 벌처를 사기 유닛으로 인정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는데요. '벌처의 달인'이라 불리는 SK텔레콤 정명훈도 "벌처를 너무나 좋아하긴 하지만 내가 봐도 사기 유닛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프로게이머들이 하나 같이 사기 유닛이라 꼽는데 주저함이 없는 벌처. 도대체 벌처가 어떤 유닛이길래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벌처는 어떤 유닛?
벌처를 처음 만든 사람은 처음에는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상대 기지를 정찰하라는 의도가 가장 컸을 것입니다. 벌처는 중력제한부양기술 덕택에 어떤 지형에서도 속도를 잃지 않고 거친 지형을 누비곤 하죠. 화력전에는 쓸모가 없지만 이들은 정찰이나 탐색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고 체력이 약한 유닛을 공격하는데 적합한 유닛이라 볼 수 있습니다.
벌처는 체력 80에 공격력 20을 가지고 있습니다. 벌처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가격인데요. 개스가 하나도 들지 않고 미네랄 75면 생산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인구수도 2만 차지하기 때문에 테란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생산할 수 있는 병력입니다.
벌처의 원래 탄생 목적은 정찰이나 탐색이었지만 그것만이었다면 그 누구도 벌처를 사기 유닛으로 지정하지 않았을 겁니다. 테란들은 벌처를 대부분 상대방 확장 기지에 침투시켜 일꾼을 잡아내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는데요. 화력이 세지는 않지만 체력이 약하고 몸집이 작은 유닛을 상대하는데 스피드가 빠른 벌처만한 유닛이 없기 때문에 '일꾼 잡는 기계'라는 별명이 붙기도 합니다.
◇벌처가 일꾼을 공격하는 장면.
진동형 공격 유닛인 벌처가 화력전에 쓸모가 없을 수밖에 없는 대형 유닛과 중형 유닛에 각각 5와 10의 공격력밖에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일꾼 같은 소형 유닛에는 100% 공격력이 들어갑니다. 스타1의 공격형태와 소형, 중형, 대형 유닛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테란이 팩토리를 건설하면 벌처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단 팩토리에 애드온을 달아 두 가지 업그레이드를 완료해 줘야지만 벌처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벌처라면 어떤 유닛도 벌처를 무서워하지 않고 달려들 수 있습니다.
테란은 벌처를 사용하기 위해 두 개의 업그레이드를 동시에 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속도 업그레이드와 스파이더 마인 업그레이드입니다. 두 업그레이드를 모두 마치고 나면 다른 종족들이 너무나 두려워하는 '슈퍼 울트라 유닛' 벌처로 재탄생합니다.
◆벌처가 '레알 사기'인 이유
프로게이머들이 벌처를 스타1 최고의 사기 유닛으로 꼽은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무엇일까요? 프로게이머들은 입을 모아 벌처가 스파이더 마인이 없다면 '사기 유닛'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스파이더 마인 때문에 벌처는 사기 유닛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열변을 토하곤 하죠. 도대체 스파이더 마인이 어떤 존재이길래 프로게이머들이 이토록 싫다고 몸부림 치는 것일까요?
스파이더 마인은 벌처 업그레이드를 통해 주어지는 일종의 지뢰입니다. 공격력이 무려 125나 되는 무시무시한 지뢰라 볼 수 있죠. 게다가 폭발형이기 때문에 대형 유닛이 한번 밟았을 경우 125의 데미지가 고스란히 들어갑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스플래시 효과까지 주기 때문에 스파이더 마인을 밟은 유닛 가까이에 있는 유닛에도 피해를 줍니다.
프로게이머들이 말하는 스파이더 마인의 가장 큰 문제는 한 개에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지니고 있는 스파이더 마인이 업그레이드만 하면 한 벌처당 3개씩 주어진다는 것인데요. 리버의 스캐럽도 한번 쏠 때마다 미네랄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스캐럽만큼의 피해를 주는 스파이더 마인이 자원 하나 들이지 않고 마음대로 쓴다는 사실이 프로게이머들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벌처 하나 만으로 충분히 공격력을 지니고 있고 일꾼 잡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거기에다 스파이더 마인 3개가 주어진다는 사실은 겨우 75원 들여 생산한 유닛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벌처가 마인을 매설하는 장면
게다가 스파이더 마인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크템플러나 럴커와 마찬가지로 디텍팅 유닛이 있어야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가다가 스파이더 마인을 밟기라도 하면 그 유닛은 죽은 목숨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따라서 프로토스의 경우 스파이더 마인 때문에 옵저버의 속도, 시야 업그레이드를 모두 해주곤 합니다. 프로토스가 테란전에 주로 사용하는 드라군의 경우 대형 유닛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스파이더 마인을 실수로 밟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하기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이 스파이더 마인 때문입니다. 저그의 경우 유닛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자원이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값싼 저글링 6기 정도 보내 매설된 마인을 제거하곤 하는데요. 그 정도 피해는 저그에게 심대한 피해는 아닙니다. 하지만 프로토스의 경우 유닛 하나, 하나가 자원 소모도 많은데다 스파이더 마인을 제거하기 위해 유닛을 희생할 수가 없습니다. 프로토스 유닛 대부분이 테란을 상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유닛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프로토스는 테란을 만나게 되면 이 스파이더 마인 때문에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꼭 옵저버를 동반해 드라군으로 스파이더 마인을 제거해야만 병력 운신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번거로운 작업을 일일이 해줘야 합니다.
◇스파이더 마인에 의해 드라군이 폭사 당하는 장면.
게다가 프로토스가 스파이더 마인을 제거하는 동안 테란은 전투에서 탱크 자리를 잡을 시간을 벌기 때문에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스파이더 마인이 눈의 가시처럼 느껴집니다. 더욱 답답한 것은 질럿이 뒤쪽에 위치한 탱크에 붙어 탱크를 제거한 뒤 드라군이 달라 드는 교전 형태가 돼야 프로토스가 승리할 수 있는데 탱크 앞에 매설된 스파이더 마인 때문에 질럿이 탱크로 가기 전에 모조리 몰살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프로토스가 왜 스파이더 마인에 치를 떠는 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으시겠죠?
스파이더 마인에 대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임요환이 사용하다 방송경기 금지 판정을 받은 '얼라이 마인'과 상대방의 정신력을 붕괴시키는 일꾼 마인 폭사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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