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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잘못 쓰면 '사기'치는 유닛 벌처

[핀포인트] 잘못 쓰면 '사기'치는 유닛 벌처
◇빨간 동그라미 안에 들어있는 마인. 상대방 다크템플러 때문에 반응한 마인은 폭파할 때 자신 유닛을 파괴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프로게이머가 뽑은 최고의 사기유닛 벌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벌처에 장착된 사기유닛 스파이더 마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죠. 디파일러가 사기유닛이라는 글에서는 반박하는 댓글들이 많이 보였으나 벌처가 사기라는 의견에는 대부분 동조하는 댓글이 더 많았던 것만 보더라도 벌처의 스파이더 마인이 얼마나 사기성이 짙은 유닛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 소개했던 KT 김대엽과 CJ 신상문 경기의 마인 대박 장면은 많은 팬들의 뇌리 속에 아직도 잊혀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일인데다 그 장면 이후 김대엽 선수의 표정이 워낙 적나라하게 화면에 잡혔기 때문인 듯 보입니다. 김대엽 선수는 그때 마인 대박으로 프로브를 잃고 난 뒤 정신을 놓아 버리는 표정을 보여줬습니다. 그만큼 마인 대박은 상대를 공항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효과가 있는 기술이기도 합니다.

팩토리에서 업그레이드만 하면 미네랄, 가스 하나 들이지 않고 벌처 당 3개씩 주어지는 마인. 특히 프로토스 선수들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마인은 그러나 무척 섬세하게 다뤄야 하는 유닛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잘 쓰면 최고의 유닛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내 유닛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 때문입니다.

마인 대박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난 주 신상문과 김대엽의 경기에서 봤듯 상대 유닛을 몰살시키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고요. 또 하나는 '마인 역대박'이라고 해 자신의 마인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유닛이 파괴 당하는 일도 벌어지곤 합니다. 마인을 두려워하는 프로토스 선수들이 자주 보여주는 마인 역대박. 오늘은 마인 역대박과 마인 없이도 벌처를 사기로 만들어 버리는 SK텔레콤 정명훈의 플레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마인 역대박, 테란 발목 잡다

마인은 상대방의 유닛에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마인의 주인인 테란의 유닛을 파괴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요? 간단합니다. 지뢰의 경우 밟게 되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들을 폭파시킵니다. 그것이 지뢰를 설치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공지능이 없는 지뢰는 그저 누가 밟게 되면 주변을 폭파시켜 버리는 거죠.

마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뢰보다는 똑똑해 자신의 편이 밟으면 터지지 않지만 상대가 밟아서 터질 때 주변에 있는 어떤 유닛도 가리지 않고 폭파시켜 버리죠. 즉 마인 주변에 아무리 마인과 같은 편 유닛이 있다고 해도 마인 폭파 사정거리에 있게 되면 상대편 유닛이 마인을 밟을 때 같이 터져버리고 맙니다.

프로토스는 마인의 이런 습성을 활용해 오히려 테란 유닛을 대량 살상하는데 사용하곤 합니다. 테란의 특성상 탱크를 배치한 위치 앞에 마인을 매설해 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프로토스의 속도 업그레이드된 질럿이 탱크에 달라 붙어 공격하지 못하도록 그 앞쪽에 마인을 매설해 질럿이 들어오면서 마인을 밟아 미리 터져버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인도 밟자마자 터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닛이 속도가 빠르면 곧바로 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유닛을 쫓아가다 유닛과 부딪히면 터집니다. 즉 속도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질럿의 경우 마인이 매설된 곳이 아닌 그보다 더 안쪽으로 끌고 가 터트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테란이 실수로 탱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인을 매설하게 되면 프로토스는 이를 옵저버로 잘 보고 있다가 일부러 질럿을 밀어 넣습니다. 질럿은 빠르게 탱크를 향해 돌진하고 마인이 질럿에 반응해 쫓아가다가 자신 편 탱크가 대규모로 시즈모드 돼 있는 곳에서 터져 버리곤 하는데요. 프로토스는 겨우 질럿 하나 희생해 테란의 탱크를 다수 잡아내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바로 마인의 역대박이라고 합니다.

테란은 탱크 라인을 중앙 지역으로 점점 전진해야 하는 종족입니다. 처음에는 앞마당에 탱크 시즈모드를 하다가 중앙 지역으로 영역을 넓혀가야만 확장 기지도 가져가는 등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이때 테란은 수비를 하기 위해 매설한 마인을 스스로 제거합니다. 영역을 넓히다 보면 마인을 매설했던 지역 바로 위에 탱크를 시즈모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혹시나 프로토스가 마인 역대박을 노릴 것을 우려해 벌처로 마인을 제거한 뒤 탱크로 자리잡고 또다시 탱크 앞쪽에 마인을 매설하는 작업을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후반으로 가면 테란은 가끔 탱크 주변에 있는 마인 한 두 개의 존재를 잊을 수도 있습니다. 일일이 어택을 찍어줘야 마인 제거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수로 한 두 개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고 교전을 펼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이것을 보게 되면 곧바로 그 곳으로 질럿을 투입시킵니다. 질럿은 자랑스럽게 전사하며 상대 화력의 중심이 되는 탱크를 다수 파괴시키곤 합니다.

[핀포인트] 잘못 쓰면 '사기'치는 유닛 벌처

◇마인 역대박으로 가장 유명한 경기. 박정석은 당시 나도현의 강력한 조이기 라인을 셔틀에 질럿을 태워 일부러 마인 주변에 떨군 뒤 역대박을 통해 탱크를 모두 제거하는 멋진 플레이를 선보였다. 아래 사진의 빨간색 동그라미는 박정석의 질럿이 산화되는 장면.

가장 통쾌한 마인 역대박은 지금은 은퇴한 한빛 나도현과 KT 박정석의 경기에서 나왔습니다. 꽤 오래된 경기인데요. 박정석은 나도현의 마인이 매설된 곳을 옵저버로 미리 확인한 뒤 질럿을 밀어 넣어 마인 역대박을 유도해 교전에서 대승을 거뒀습니다. 사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병력 숫자를 가지고 있었던 박정석이었지만 마인 역대박이라는 기지를 발휘해 역전승을 거뒀던 것이죠. 지금도 팬들의 머리 속에는 박정석의 마인 역대박 플레이가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사기유닛도 잘 써야 한다는 사실을 바로 마인 역대박을 통해 알 수 있는데요. 만약 마인이 매설만 해도 대박이라면 이것은 사기유닛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라졌을 수도 있죠. 아무리 사기유닛이라 해도 잘 사용해야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잘 아셨죠?

◆벌처 자체를 사기로 만드는 정명훈

다들 벌처가 마인 때문에 사기라는 말을 하지만 벌처 자체를 사기로 만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SK텔레콤 정명훈인데요. 굳이 마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명훈은 벌처의 움직임만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불리한 경기도 벌처 플레이로 역전 시키는 경기를 자주 보여주곤 합니다. 전문가들은 정명훈을 두고 '장인의 벌처'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정명훈이 이처럼 벌처 자체를 사기유닛으로 만드는 데는 그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선수들은 벌처를 견제용이나 시간을 끄는데 사용하거나 벌처 자체보다는 마인을 더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공격력이 약한 대신 체력이 좋기 때문에 대규모 교전에서 상대 공격을 분산시키는 용도로 사용하죠.

그러나 정명훈은 벌처로 상대에게 어떻게든 피해를 주기 위해 다른 선수보다 더 집중한다고 하네요. 정명훈에게는 남자 선수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섬세함이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빈틈을 보는 눈이 탁월합니다. 게다가 스캔을 활용하는 능력이 워낙 좋아 상대 수비가 취약한 곳을 꼼꼼하게 체크합니다.

[핀포인트] 잘못 쓰면 '사기'치는 유닛 벌처

◇'벌처의 장인'이라 불리는 SK텔레콤 정명훈.

정명훈의 벌처가 유독 프로브를 잘 잡고 견제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손이 빨리 벌처 컨트롤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한 스캔 능력과 빈틈을 찾아내는 능력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뛰어난 것이죠.

정명훈은 마인을 매설할 때도 그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합니다. 마인 하나도 절대 허투루 매설하지 않는 정명훈은 탱크를 배치했을 때 어느 지점에 마인을 심을지도 따로 연구해 세심하게 연습했다고 합니다. 정명훈이 왜 벌처의 대가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벌처 자체를 사기 유닛으로 만들어 버린 정명훈. 최근 정명훈이 연승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하는 이유도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연구하고 플레이 하는 꼼꼼함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다음 시간에는 프로게이머들이 뽑은 마지막 사기유닛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전이 있을 예정이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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