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지난 시간까지는 프로게이머가 뽑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최고의 사기유닛 벌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팩토리 에드온에서 업그레이드만 하면 벌처에 장착되는 스파이더 마인을 분석했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이 벌처를 사기유닛으로 꼽은 결정적인 이유는 스파이더 마인이니까요.
지난 주 핀포인트 댓글 중 하나를 보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한 독자분이 "만약 마지막 사기유닛이 테란의 일꾼인 SCV가 아니면 벌처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댓글을 달아 주셨는데요. 그 글을 보고 한참 고민했습니다. 과연 벌처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타고 진짜 세계일주가 가능한지 궁금하더군요.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하지만 그 분이 벌처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 것을 보겠다고 거짓 결과를 발표할 수 없겠죠. 그 댓글을 써준 분의 말대로 마지막 사기유닛은 바로 테란의 일꾼인 SCV입니다.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사기유닛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대부분 두 유닛을 꼽았는데요. 벌처와 SCV였습니다. 사실 디파일러 보다도 SCV 득표수가 더 높았습니다.
특히 SCV를 보며 치를 떨었던 종족은 저그였습니다. SCV의 이름이나 용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선수까지 있었는데요. 일꾼으로 분류할 것이 아니라 질럿, 저글링과 같은 초반 공격 유닛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SCV는 다른 일꾼인 드론, 프로브와 다르게 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디파일러와 다 두 표 차이로 사기유닛에 선정되지 못한 아쉬운 유닛이 있는데요. 바로 '최종병기' KT 이영호였습니다. 이영호가 스타크래프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기라는 이야기를 많은 선수들이 하는 것을 보며 이영호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프로게이머들이 선정한 마지막 사기 유닛 SCV.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SCV의 매력 속으로 지금부터 함께 들어가 보시죠.
◆SCV의 강력함
SCV는 테란의 일꾼을 뜻하는 말입니다. 자원을 캐는 유닛인 일꾼은 프로토스는 프로브라 부르고 저그는 드론이라 지칭합니다. 일꾼의 경우 세 종족 모두 자원을 캐거나 건물을 건설하는 일을 합니다. 가끔 공격에 동원되기도 하지만 주된 일은 앞의 두 가지 일에 한정됩니다.
◇큰 덩치로 프로브의 움직임을 제한해 머린의 공격력을 훨씬 좋게 만들어 주는 SCV.
도대체 자원 캐고 건물이나 건설하는 SCV가 왜 사기 유닛으로 꼽히는 것인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SCV가 사기유닛으로 꼽히는 첫 번째 이유는 다른 일꾼에 비해 월등한 체력과 덩치 때문입니다.
SCV는 체력이 무려 60이나 됩니다. 프로브의 경우 쉴드 20, 체력 20이고 드론은 체력이 40인데 비해 SCV는 대부분의 일꾼들보다 체력이 20이나 많습니다. 물론 SCV도 할말은 있습니다. 프로브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쉴드가 차고 드론 역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SCV는 체력을 회복할 수 없으니 처음부터 체력을 많이 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할 수도 있죠.
그러나 SCV의 또 다른 기능을 보면 아마도 SCV의 이러한 항변은 쏙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SCV는 다른 일꾼들에게는 없는 기능인 건물과 유닛을 고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체력이 깎인 건물이나 메카닉 유닛의 체력을 회복시켜 주는 역할을 SCV가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체력이 깎인 SCV는 스스로 체력이 회복되지는 않다 하더라도 동료 SCV만 있다면 몇 초 만에 금방 체력을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이래도 SCV 체력이 60인 것은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물론 SCV에게도 단점은 있습니다. 프로브의 사거리는 1, 드론의 사거리는 0.5로서 원거리에서도 공격이 가능하지만 SCV의 경우 유닛에 접촉해야지만 공격을 할 수 있습니다. 컨트롤이 정말 좋은 선수라면 체력이 더 낮은 프로브나 드론으로 원거리 사냥을 통해 SCV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SCV는 다른 일꾼들과 다르게 건물을 건설하는데 매우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프로브의 경우 소환 버튼을 누른 뒤 바로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드론은 몸 자체를 건물로 변형시키기 때문에 버튼 하나만 눌러 놓으면 되지만 SCV의 경우에는 건물이 다 지어질 때까지 노동을 해야 합니다.
만약 상대가 견제에 들어와 건물을 건설하던 SCV를 잡게 된다면 다른 SCV를 짓다 만 건물에 다시 붙여줘야 합니다. 또한 키보드를 잘못 작동해 ESC를 눌러 버리면 짓고 있던 건물이 파괴돼 버리기도 합니다. 다른 일꾼들에 비해 건물을 건설하는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은 조금 귀찮을 수도 있겠네요.
◆SCV는 공격 유닛?
다른 일꾼들과는 다른 SCV 특징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그 특징들이 바로 SCV를 사기로 만드는 것입니다. 체력이 강하고 건물을 고칠 줄 알며 몸집이 크다는 세가지 특징으로 테란은 SCV를 공격에 동원하기도 합니다. 다른 종족들이 SCV를 공격유닛으로 부르는 것도 모두 이 때문입니다.
우선 SCV는 초반 공격에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만약 테란에 SCV가 없었다면 벙커링 러시는 존재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임요환이 홍진호를 3연속 벙커링으로 잡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겠죠.
◇저그 앞마당에 건설한 벙커를 고치고 있는 SCV. 저그의 드론과 저글링이 속수 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SCV가 체력이 강하고 건물을 고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테란은 머린 소수와 함께 일꾼 2~3기를 동반해 초반 강력한 벙커링 공격을 자주 시도합니다. 사실 벙커에 머린 두 마리 정도만 들어가게 되면 저글링이나 질럿 소수 만으로도 충분히 벙커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벙커링은 그다지 무서운 전략이 아닙니다.
그러나 SCV가 동반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SCV는 건물을 고치는 능력이 있다고 했죠. 만약 벙커가 공격을 당하게 되면 동반한 SCV로 벙커를 고치면 됩니다. 생각보다 고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SCV 두 기만 붙어서 고쳐도 웬만한 저글링 숫자로는 벙커에 달라들 수 없습니다. 초반 벙커링 공격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SCV 때문입니다.
게다가 몸집이 크기 때문에 유닛이 지나가는 길목을 막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습니다. 벙커 주변에 일꾼 몇 기만 세워 두면 저글링이나 질럿이 달라 들어 벙커를 공격하는 것을 방해하는데 큰 힘을 발휘하죠. 체력도 강해 웬만한 공격에는 끄떡하지 않기 때문에 저글링은 SCV를 때리다 벙커 안에 들어있는 마린 공격에 비명횡사하기도 합니다.
프로토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SCV가 초반에 동원되는 경우는 저그전일 때가 대부분이고 프로토스전에서는 후반까지도 교전에 항상 SCV가 따라다닙니다. 바로 탱크를 언제든 고칠 수 있는 비밀병기이기 때문입니다.
프로토스의 경우 테란을 상대할 때 가장 무서운 유닛은 탱크입니다. 탱크가 4기 있을 때와 6기 있을 때 프로토스가 느끼는 압박은 몇 배 커진다고 하네요. 프로토스는 테란전을 연구할 때 어떻게 하면 탱크를 효율적으로 제거할지 고민합니다. 셔틀에 질럿을 넣고 다니며 떨구는 것도 아비터의 스테이시스 필드를 사용하는 것 모두 테란의 탱크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강인한 체력 덕에 공격에 동원돼 맷집 역할을 제대로 해주는 SCV.
그러나 교전에서 SCV는 프로토스에게 눈의 가시입니다. 탱크 옆에 꼭 붙어 상대 유닛이 공격하는 탱크를 치료해 멀쩡한 새 탱크로 바꿔버리는 SCV가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정말 얄미운 유닛일 겁니다. 게다가 드라군의 공격을 분산시키는 용도로 SCV를 전면에 배치해 드라군을 바보로 만드는 역할도 가끔 하기 때문에 프로토스 입장에서는 SCV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옛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이야기가 있죠. 프로토스에게 탱크가 시어머니라면 아마 SCV는 시누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타크래프트 마지막 사기 유닛인 SCV를 끝으로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는 막을 내릴 예정입니다. 다음 핀포인트에서부터는 독자 여러분들의 요청 대로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에 대한 내용으로 핀포인트를 진행할 테니 많은 기대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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