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e스포츠는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핀포인트 버전인 'LOL BACK(롤 백)' 코너를 오픈합니다. 스타크래프트 시절에 인기를 끌었던 핀포인트와 비슷한 컨셉트이니 많은 사랑 바랍니다.
지난 20일 아주부 리그오브레전드 더 챔피언스 섬머 2012 16강 C조 스타테일과 제닉스 스톰의 경기는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명경기였습니다. 스타테일은 '로코도코' 최윤섭과 '오션' 신혁을 영입해 전력을 향상시켰지만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놀자' 이현진이 새롭게 합류한 지난 시즌 3위팀 제닉스 스톰의 우세를 점쳤지요.
하지만 결과는 킬에서 13대4로 앞선 스타테일의 압승이었습니다. 스타테일은 챔피언 선택부터 신선한 조합을 들고 나왔고 게임 내 운영에서도 제닉스 스톰의 허를 찌르며 당황하게 만들었죠. 제닉스 스톰의 '임팩트' 정언영은 경기 이후 "어떻게 16강에서 그런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정말 당황스러웠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스타테일은 지난 시즌 약점으로 꼽혔던 팀 파이트 역시 완벽히 보완했는데요. 먼저 챔피언 선택 금지로 들어가보시죠.
◆무난한 금지, 신선한 선택
챔피언 선택 금지에서 제닉스 스톰은 라이즈, 카서스, 케넨을 금지했고 스타테일은 알리스타, 아리, 녹턴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챔피언에다 저격을 노린 밴이 합쳐진 형태였는데요. 챔피언 금지는 무난했습니다만 선택에서 스타테일의 조합은 신선했습니다.
블루 진영이기 때문에 먼저 챔피언을 고를 수 있는 제닉스 스톰은 고민할 것 없이 쉔을 가져갔습니다. 글로벌 궁극기에 광역 도발을 가진 쉔은 누가 뭐라해도 OP(Over Power) 챔피언이기 때문이죠. 스타테일은 이에 맞서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선택합니다.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궁극기인 '운명' 역시 광범위한 사정거리로 상대 라인에 위협적인 로밍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중단 라인에 설 것으로 예상됐죠. 어쨌든 스타테일은 뒤이어 올라프를 선택한 뒤 차례를 넘겼습니다.
제닉스 스톰은 그레이브즈와 소라카 조합을 선택했습니다. 그레이브즈 장인으로 알려진 'SBS' 배지훈은 그레이브즈를 선택하며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집념을 보였고 서포터 정언영은 그레이브즈와 궁합이 잘 맞는 소라카를 선택한 것이죠.
하지만 스타테일은 리 신과 케이틀린을 선택하며 관중들을 술렁이게 했고 마지막 선택을 모르가나로 장식하며 온갖 추측을 난무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시즌을 비롯해 최근까지 선수들 사이에서 모르가나 서포터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모르가나가 서포터로 갈 것으로 예상했죠. 하지만 챔피언을 섞는 과정에서 스타테일의 서포터인 원상연이 트위스티드 페이트를 선택하면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어떻게 보면 트위스티드 페이트 서포터는 트롤링에 가깝기 때문이죠.
요즘 가장 떠오르는 챔피언인 말파이트와 김승민의 주 챔피언인 애니비아 선택으로 탄탄한 조합을 구성한 제닉스 스톰에 비해 스타테일의 조합은 보기만 해도 어떻게 경기를 풀어나갈지 묘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제닉스 스톰과 스타테일이 각각 조합을 완료한 화면입니다.
◆스타테일의 전략성이 빛난 초반
스타테일은 경기 초반 모르가나, 케이틀린, 트위스티드 페이트가 힘을 합쳐 제닉스 스톰 진영의 레드 리자드를 가져갔습니다. 중단과 하단 라인을 바꾼 스타테일은 곧바로 최윤섭, 원상연 듀오가 중단 라인으로 이동해 김승민의 애니비아를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레드 버프를 받고 있는 케이틀린은 위협적이었습니다. 원거리 공격형 챔피언 가운데 초반 사거리가 가장 긴 케이틀린은 애니비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죠. 김승민은 CS는 고사하고 경험치도 챙기기 힘들었습니다.
퍼스트 블러드는 경기 시작 4분만에 나옵니다. 스타테일 '류' 류상욱의 리 신과 '마파' 원상연이 상단 라인 뒤로 돌아가 제닉스 스톰 '메이' 강한울이 홀로 지키고 있던 상단 라인을 급습했고 '조커' 고동빈의 올라프까지 달려들어 첫 킬을 따낸거죠. 강한울은 세 챔피언이 쏟아내는 강력한 군중제어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워 다이브를 감행해 타워의 공격을 고르게 맞으며 퍼스트 블러드를 가져간 스타테일.
곧바로 제닉스 스톰도 반격에 나섭니다. 빠르게 하단 라인 포탑을 밀어버린 그레이브즈와 소라카가 중단 라인으로 합류하면서 기회를 엿보던 애니비아가 결정화로 원상연의 퇴로를 차단한 뒤 스킬을 쏟아부어 잡아낸 것이죠.
하지만 스타테일은 '오션' 신혁의 모르가나가 순간이동을 통해 중단 라인에 합류하면서 영혼의 족쇄를 시전했고 최윤섭이 배지훈을 잡아내는데 큰 공헌을 합니다. 곧바로 상대 진영의 중단 라인 포탑을 파괴한 후 블루 골렘까지 빼았고 상단 라인 포탑까지 부수며 스타테일은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합니다. 또 첫 번째 드래곤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잡아내며 자원적 우위까지 점합니다.
◆승부의 방향을 결정한 첫 번째 교전
경기 시간 14분경 제닉스 스톰의 블루 골렘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집니다. 서로 스킬을 사용해 견제하며 전운이 감돌았는데요. 먼저 칼을 빼든 것은 제닉스 스톰이었습니다. 김승민의 애니비아가 결정화로 리 신과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퇴로를 차단하자 강한울의 말파이트가 지체없이 멈출 수 없는 힘이라는 기술을 사용하며 돌진했습니다. 하지만 리 신은 영리하게 방호를 이용해 빠져나갔고 트위스티드 페이트만 궁극기에 가격당했습니다. 최대한 많은 수의 챔피언에게 적중해야하는 말파이트의 궁극기가 낭비된 셈이죠.
트위스티드 페이트라도 잡았다면 모를까 원상연은 점멸을 사용해 위험지역을 유유히 벗어났고 그 자리에는 신혁의 모르가나가 뛰어들어 궁극기를 사용합니다. 원상연을 잡기 위해 제닉스 스톰 선수들이 모여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쉔, 그레이브즈, 말파이트, 애니비아 등 4명의 챔피언이 모르가나의 궁극기에 걸려듭니다. 세 명은 황급히 빠져나갔지만 속박에 걸린 쉔은 스타테일의 협공에 전사하고 맙니다.
◇붉은 원 안을 보면 모르가나의 궁극기에 4명이 걸려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상연은 늑대 지역으로 빠져나갔군요.
곧이어 류상욱의 리 신이 음파-공명의 일격으로 말파이트를 잡아낸 뒤 용의 분노로 그레이브즈를 자신의 진영으로 걷어 차버립니다. 비록 자신은 전사했지만 결과적으로 두 명을 잡아내게 한 류상욱의 플레이는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수적 열세로 후퇴하던 제닉스 스톰은 김승민의 애니비아가 올라프의 역류에 맞아 이동속도가 감소했는데요. 위기를 느낀 김승민이 점멸을 쓰며 도망가려했지만 최윤섭의 케이틀린이 이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궁극기인 비장의 한 발을 사용하면서 킬을 노렸습니다. 김승민의 애니비아를 알로 만든 스타테일은 신혁의 모르가나가 애니비아를 잡아냅니다. 교전 승리 후 블루 골렘은 보너스였죠. 제닉스 스톰은 정언영의 소라카만 살아 돌아갑니다.
잘 쓰이지 않는 챔피언과 예측 불가능한 전략으로 제닉스 스톰을 흔든 스타테일은 불과 첫 번째 교전 승리로 승기를 잡게 됩니다.
◆변수를 없앤 골드 차이
스타테일의 챔피언 조합 중 리 신, 트위스티드 페이트, 케이틀린은 '유통기한'이 있는 챔피언입니다. 초중반에 확실한 이득을 챙기지 못하면 후반으로 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는 챔피언들을 일컬어 유통기한이 있다고 칭하는데요. 두 번의 드래곤 사냥과 교전에서의 승리, 상대적으로 더 많은 CS로 제닉스 스톰에게 글로벌 골드상 우위를 점한 스타테일은 아이템 보유면에서 한 발 앞서 나갔습니다.
동시간대 원거리 딜러 기준으로 제닉스 스톰의 그레이브즈가 광전사의 신발과 피라바기만을 갖춘 반면 스타테일의 케이틀린은 광전사의 신발, 피바라기, 도란의 검, 열정의 검까지 보유했죠. 초반 압박을 심하게 당한 애니비아는 경기 시간 17분인데도 수호자 카탈리스트, 여신의 눈물 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블루 버프를 뺐기면서 마나 회복량이 중요한 애니비아의 성장이 더딜 수 밖에 없었던거죠. 평소 김승민이 다루는 애니비아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이템 상황입니다.
◇확실한 아이템 차이로 제닉스 스톰을 철저히 압박하는 스타테일입니다.
스타테일은 초반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챔피언의 성장을 저지하는 한편 아이템 상황에서도 우위를 점하며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변수를 없앤거죠.
◆약점이 뭐죠?
지난 스프링 리그 시절 스타테일의 경기를 보면 라인전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뛰어난 컨트롤을 선보였죠. 하지만 5대5 싸움에서는 각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움직임을 보였고 이후 교전에서 지속적으로 패하며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스타테일은 약점을 단단히 보완한 모습입니다. 한 번 승기를 잡은 스타테일은 이어진 팀 파이트에서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으며 제닉스 스톰의 희망을 꺾었는데요.
중단 라인 2차타워를 압박하던 스타테일은 포탑을 파괴함과 동시에 뛰어들어 제닉스 스톰의 소환사 네 명을 잡아냅니다. 또 승부를 결정지은 마지막 교전에서 애니비아, 그레이브즈, 소라카를 순식간에 잡아낸 스테일은 그대로 넥서스를 강제 공격하며 21분만에 제닉스 스톰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이후 스타테일은 CJ 엔투스에게 압승을 거두며 3전 전승, 조1위로 8강에 진출했죠. 이번 섬머 리그에서 스타테일이 일으킬 돌풍은 상당히 매서울 것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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