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기가 다른 병력과 함께 조합된 모습입니다.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지난 주에는 스타크래프트2:자유의날개(이하 스타2)에서 초반부터 프로토스에게 강력한 마법을 선사한 유닛 파수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프로토스 선수들이 입을 모아 "파수기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프로토스의 운명이 바뀐다"고 이야기하는데요. 그만큼 파수기는 프로토스의 초반 전략이나 빌드 등을 바꿔 놓은 스타2에서 가장 신비한 유닛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특히 얼마 전 파수기로 인해 상처(?) 받은 선수도 있죠. 바로 SK텔레콤 김택용인데요. 파수기 역장을 활용한 전략을 펼치려다 역장을 잘못 쓰는 바람에 패했고 엄청난 비판을 받았죠. 해설자 역시 "어떻게 저런 실수를 할 수 있느냐"며 역성을 내는 모습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그대로 팬들에게 전달됐습니다.


◇김택용이 파수기를 잘못 활용해 패한 장면.

WCS 한국대표 선발전 예선 1일차 경기에서 김택용은 장재호와 맞대결에서 차원분광기를 통해 드롭한 광전사와 파수기 역장으로 벙커를 만들어 저그를 공략할 속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김택용은 역장을 엉뚱한 곳에 치는 바람에 오히려 자신의 광전사 활동 범위만 줄이는 실수를 하고 말았죠. 파수기의 역장이라는 마법은 이처럼 상대를 괴롭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의 발목을 잡는 역할도 할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이 파수기 덕분에 프로토스는 스타2에서 초반 수비의 종족이 되고 말았습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는 테란이나 저그에게 어떻게든 피해를 주기 위해 견제 수단을 결정하는 것이 프로토스의 초반 빌드 선택이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테란과 저그의 공격을 막아내고 후반전으로 경기를 끌고 갈지가 프로토스 빌드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파수기는 공격과 수비 때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각 종족전에서 파수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좋을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역장은 수비형 마법?
스타1에서 누군가가 프로토스는 수비의 종족이라고 말한다면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로토스는 어떻게든 테란과 저그가 자원을 원활하게 채취하지 않도록 방해하기 위해 셔틀로 리버나 다크템플러, 하이템플러, 질럿 드롭 등 다양한 견제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상대 병력이 적은 타이밍에 기습 공격을 하곤 하죠, 김택용이 스타1에서 저그에게 강력한 이유 역시 이런 타이밍 공격을 잘 성공하거나 견제를 기가 막히게 해냈기 때문입니다.

즉 스타1에서 프로토스는 수비만 해서는 절대 저그의 물량이나 테란의 화력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프로토스가 어떻게든 견제에 성공해야만 유리하게 경기를 끌고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저그전에서는 그 점이 더욱 부각되죠.

그러나 스타2로 간다면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집니다. 프로토스가 스타2에서는 수비의 종족이라 불리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스타1에서 프로토스를 하던 선수들이 스타2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셔틀을 잘 사용하던 CJ 장윤철은 결국 테란으로 종족을 변경했고 공격적인 프로토스의 대명사였던 이경민마저 스타2에서는 테란으로 전향했습니다. 김택용 역시 아직까지 스타2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만 봐도 잘 알 수 있죠.

수비의 종족이 돼버린 프로토스에게 그래서 파수기는 너무나 중요한 유닛입니다. 초반 유닛들이 많이 바뀌면서 프로토스는 저그와 테란의 초반 공격을 감당하기가 무척 어려워 졌는데요. 그 때문에 파수기를 생산해 초반 수비에 활용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파수기로 입구 지역에 역장을 쳐 저그 유닛이 달라들지 못하도록 한 뒤 추적자로 저글링을 제거하는 모습입니다.

파수기의 역장은 적의 유닛이 지나가지 못하도록 벽을 쳐버리는 마법입니다. 후반으로 가서 생산 가능한 대형 유닛이 아닌 경우에는 절대 역장을 지나가지 못합니다. 따라서 상대가 초반에 공격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입구 지역을 역장으로 막은 뒤 사거리가 긴 추적자를 활용해 적의 공격 유닛을 전멸시키곤 하죠. 특히 저그전일 경우 초반 유닛들이 대부분 근접 공격 유닛이거나 사거리가 무척 짧기 때문에 역장을 치고 나면 저그 유닛의 공격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게다가 프로토스는 조합을 잘 갖춰야지만 테란과 저그를 전멸시킬 수 있는데요. 프로토스는 만약 자신이 싸우기 싫은 상황에서 상대가 교전을 유도할 때 입구 지역에 역장을 쳐버리고 자신이 원하는 병력을 생산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파수기가 없다면 프로토스는 지금처럼 강력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대신 초반 공격에 그냥 끝나 버리는 약한 종족이 됐겠죠. 파수기 역장 덕에 프로토스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공격에도 요긴하게 쓰이는 역장


◇저그 유닛이 달라들지 못하도록 역장을 친 뒤 교전을 펼치는 프로토스 모습입니다.

역장을 수비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유리한 진영에서 싸울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요. 특히 탁 트인 중앙에서 교전이 치러질 경우 저그는 수많은 유닛들이 사방에서 프로토스를 압박합니다. 이럴 때 프로토스는 역장으로 저그 병력이 사방에서 둘러치지 못하도록 한두 곳을 역장으로 막아 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저그의 유닛이 돌아서 공격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뭇매를 맞습니다.

테란전에서 역장은 불곰 등 바이오닉 병력을 가두는 역할로 많이 사용합니다. 불곰이 충격탄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면 광전사가 힘을 쓰지 못하는데 파수기가 있다면 불곰을 가둬 버리고 광전사로 충분히 불곰을 제압할 수 있습니다.

파수기는 전략적인 요소로도 사용되는 정말 다재다능한 유닛입니다. 파수기를 차원분광기에 태워 상대 미네랄 필드에 드롭해 미네랄 광물 위치와 역장을 활용해 벙커를 만듭니다. 그리고 추적자를 소환해 확장을 견제하는 전략을 사용할 때 파수기가 정말 중요한데요. 얼마 전 김택용은 추적자를 소환하지 않고 파수기를 소환하는 실수를 범해 이 전략을 실패하고 말았죠.

프로토스가 먼저 상대 본진을 공격할 때도 파수기 역장의 활용은 빛을 발합니다. 테란이 벙커를 짓고 수비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건설로봇의 벙커 수리인데요. 만약 역장을 벙커에 쳐버리면 건설로봇이 수리하지 못합니다. 수비하지 못하는 벙커는 사실 추적자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프로토스가 초반에 벙커 하나로 수비하는 테란을 괴롭히는데 파수기-추적자 조합만한 것이 없습니다.

또한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전 병력을 앞마당으로 내려 보낸 적에게 파수기의 역장은 최고의 견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차원분광기에 파수기를 태워 본진으로 올라오는 입구를 역장으로 막아버린 뒤 유닛을 소환해 본진을 견제할 수 있습니다. 병력을 앞마당 입구 지역에 모아 놨던 적은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죠.

파수기의 역장 마법 하나 만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전략들이 있는데요. 프로게이머들은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다면 더 많은 활용 방법이 나올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까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파수기. 프로토스의 운명을 파수기가 쥐고 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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