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e스포츠 상설 경기장에서는 형제팀 간의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졌는데요. 바로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아주부 블레이즈(이하 블레이즈)와 아주부 프로스트(이하 프로스트)의 아주부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더 챔피언스 섬머 2012 4강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블레이즈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지난 스프링 리그에서 우승한 이후 MLG 섬머 아레나까지 제패한 블레이즈의 기세가 워낙 등등했기 때문인데요. 프로스트의 경우 원거리 딜러로 호흡을 맞췄던 '로코도코' 최윤섭이 팀을 떠났고 '웅' 장건웅이 포지션을 변경했습니다. 또 '샤이' 박상면이 섬머 리그 직전 영입되면서 호흡 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스트는 블레이즈와의 경기에서 관록과 저력을 보여줬고 블레이즈를 꺾어내면서 형팀으로서의 자존심까지 세웠습니다. 한 세트씩 스코어를 주고 받으며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으로 블라인드 모드까지 진행된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의 경기에서 백미였던 5세트 속으로 들어가보시죠.
◆의미가 담겨있는 프로스트의 챔피언 조합
아주부 프로스트는 말파이트, 녹턴, 다이애나, 그레이브즈, 알리스타를 선택했고 아주부 블레이즈는 쉔, 쉬바나, 블라디미르, 시비르, 룰루를 조합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주부 블레이즈의 서포터 '러스트보이' 함장식의 선택이었는데요.
1세트부터 4세트까지 프로스트는 항상 함장식의 주 챔피언인 룰루를 금지시켰습니다. 블라인드 모드에서 봉인이 풀린 함장식은 챔피언 선택 창이 열리자마자 룰루를 선택하며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환호를 이끌어 냈습니다. 물론 '매드라이프' 홍민기 역시 매번 금지됐던 알리스타 카드를 꺼냈습니다.
어쨌든 프로스트의 조합을 살펴보면 어느 순간 데미지가 약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분명히 올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프로스트는 다이애나의 상대를 끌어오는 군중제어기와 말파이트, 알리스타의 에어본에다 녹턴의 글로벌 궁극기까지 스킬 연계를 고려한 조합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즈리얼에 가장 자신이 있다고 밝힌 장건웅은 그레이브즈를 선택했는데요. 이는 블레이즈의 원거리 딜러 '캡틴 잭' 강형우가 이즈리얼을 잡기 쉬운 시비르를 선택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역으로 이용한 선택이었습니다.
◇양 팀 모두 챔피언 선택을 완료한 화면입니다.
◆큰 이득을 보지 못한 1레벨 인베이드
프로스트는 5세트 초반부터 칼을 빼들었습니다. 5명 전원이 신발을 구입한 후 블레이즈 진영으로 달렸고 상대가 예측하기 힘든 경로로 돌아가서 함장식의 룰루를 끊어낼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함장식의 대처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홍민기가 점멸 스펠을 사용한 뒤 분쇄 스킬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려 했지만 함장식은 정확한 타이밍에 점멸을 통해 빠져 나갔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블레이즈가 프로스트를 덮쳤습니다.
가장 먼저 달려들었던 홍민기는 결국 강형우에게 퍼스트 블러드를 내주고 마는데요. 하지만 곧바로 장건웅의 그레이브즈가 신동진을 잡아내며 균형을 맞춥니다. 1킬에서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이 전투는 계속됐고 결국 경기 시작 2분여만에 3대3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경기 초반 프로스트의 인베이드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팀의 데미지 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건웅이 2킬, 정민성이 1킬을 기록한 것은 고무적이었습니다.
◇스킬이 뒤엉키며 벌어진 첫 교전 3대3, 무승부로 끝이 났습니다.
◆이현우의 매서운 상황 판단과 전방위적인 활약
블레이즈는 프로스트의 정민성이 선택한 다이애나의 성장을 방해하고 이른 타이밍에 중단 포탑을 밀기 위해 강형우, 함장식 듀오를 중단에 배치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스트는 상대의 라인 바꾸기 전략을 보자마자 정민성을 하단 라인에 내려보냈고 장건웅, 홍민기 듀오가 중단 라인으로 올라오며 발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라인 바꾸기 전략으로 블레이즈는 원래 중단에 서야했던 강찬용의 블라디미르가 상단, 복한규의 쉔은 하단에 위치하게 되는데요. 프로스트의 정글러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의 녹턴이 빠르게 3레벨에 도달한 뒤 상단 라인습격을 감행, 강찬용을 잡아냅니다. 또 하단에서는 정민성이 복한규를 상대로 솔로킬을 따내며 기세를 이어가죠.
이현우는 매서운 라인습격으로 경기 초중반 분위기를 프로스트 쪽으로 가져오는데 큰 공헌을 합니다. 중단 라인에서는 강형우의 시비르를, 상단 라인에서는 강찬용의 블라디미르를 연이어 잡아내며 경기의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이현우의 활약에 프로스트는 첫 번째 드래곤을 아무런 방해없이 가져가게 됩니다.
◇장건웅의 화력 지원에 힘입어 강형우를 잡아내는 이현우의 녹턴입니다.
◆물 흐르듯 이어진 교전에서의 스킬 연계
앞서 챔피언 선택 금지에서 말했듯이 프로스트는 스킬 연계를 고려한 조합을 들고 나왔는데요. 프로스트의 판단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습니다.
두 번째 드래곤을 사냥하던 프로스트는 블레이즈의 챔피언 셋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잠시 빼는 척을 합니다. 하지만 정민성의 다이애나가 월광쇄도를 이용해 순식간에 룰루에게 다가간 뒤 적들을 끌어 모았고 곧바로 말파이트의 궁극기인 멈출 수 없는 힘이 세 명 모두에게 적중했습니다. 정민성과 박상면이 체력을 한꺼번에 빼놓자 장건웅이 마무리하면서 더블킬을 기록했고 드래곤마저 가져가면서 글로벌 골드 격차를 더욱 벌렸죠.
◇박상면이 플레이한 말파이트의 궁극기에 의해 3명이 공중에 떠있는 모습입니다.
정민성의 기막힌 전투 개시 능력은 2분 뒤에 다시 등장합니다. 중단 포탑 앞에서 농성을 하던 프로스트는 다이애나가 블라디미르에게 달려들어 근처에 있던 쉬바나까지 끌어 모읍니다. 그 뒤 알리스타가 점멸로 순식간에 파고 든 뒤 분쇄로 둘을 띄웠죠. 블라디미르와 쉬바나는 내려오기 바쁘게 말파이트의 궁극기에 의해 다시 한 번 공중에 뜨게 됩니다. 4~5가지의 스킬들이 마치 예약이라도 되어 있는 듯 순차적으로 적중했고 프로스트가 전투에서 완승하는 발판이 됩니다.
◆승부를 결정지은 바론 앞 교전
기세를 탄 프로스트는 바론 사냥을 시도합니다. 블레이즈의 복한규가 홀로 견제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신동진의 쉬바나가 궁극기를 사용해 뛰어들었지만 이미 바론은 프로스트가 가져간 뒤였습니다.
이 교전을 통해 프로스트는 승리를 확정지엇습니다. 사실 블레이즈는 이 교전을 피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지요. 바론을 사냥하던 상대의 뒤를 덮치기 위해 달려왔지만 도착하자마자 바론이 잡히면서 블레이즈는 교전을 선택합니다.
프로스트의 스킬 연계는 이 교전에서도 빛이 났습니다. 프로스트는 이현우의 녹턴이 궁극기를 이용해 룰루를 물며 교전을 열었고 이어 알리스타의 분쇄, 말파이트의 멈출 수 없는 힘이 순차적으로 작렬하며 블레이즈의 챔피언들은 계속 공중에 떠야 했습니다. 어떤 팬의 말처럼 널뛰기를 할 수 밖에 없었죠. 그 사이에 블레이즈는 룰루와 블라디미르가 허무하게 잡혔습니다.
또 장건웅은 후방에 있던 강형우에게 선공을 가하며 우위를 점한 뒤 끝까지 추격해 결국 킬에 성공합니다.5명의 소환사를 모두 잡아내며 에이스를 기록한 프로스트는 이 교전 승리로 경기 시간 23분에 킬 스코어 18대7, 글로벌 골드에서 8,000 가량 앞섰고 중앙 억제기까지 파괴하면서 결승 진출 고지를 코 앞에 두게 됩니다. 거칠 것 없는 프로스트는 블레이즈의 본진을 종횡무진 누볐고 넥서스를 파괴하면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프로스트가 에이스를 띄운 바론 앞 교전입니다.
2연속 결승 진출에 성공한 프로스트는 나진 소드와 CLG.EU의 승자와 결승전에서 맞붙는데요. 이번 4강에서 보여준 경기력이라면 어느 팀과 붙어도 재미있는 경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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