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거리 딜러 김종인 급성장…큰 경기 경험 주효
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얼마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이 막을 내렸는데요. LOL과 월드컵을 합성해 일명 '롤드컵'으로 불린 월드 챔피언십은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이 출전해 멋진 경기들로 팬들의 눈을 '호강'시켜줬습니다.
롤드컵 중 저는 나진 소드와 CLG.EU의 경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나진 소드는 아주부 LOL 더 챔피언스 섬머 4강에서 CLG.EU를 만나 1대3 패배를 당했죠. 신생팀 나진 소드에게는 CLG.EU가 마치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진 소드는 CLG.EU전 패배 이후로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LG-IM, 제닉스 스톰에 이어 아주부 블레이즈까지 격파하고 한국 대표 자격을 손에 넣을 당시는 그야말로 파죽지세였습니다.
그리고 나진 소드는 롤드컵에서 운명처럼 CLG.EU를 다시 만났습니다. 섬머 리그 때는 나진 소드의 우세를 점치는 이가 거의 없었지만 롤드컵에서는 달랐습니다. 나진 소드가 워낙 기세등등했고 원거리 딜러 '프레이' 김종인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었죠. 결과는 나진 소드의 압승이었습니다.
CLG.EU에게 섬머 리그에서 당한 패배를 더 큰 무대인 롤드컵에서 시원하게 설욕한 나진 소드의 경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9킬 0데스! 김종인의 위엄
나진 소드의 원거리 딜러 '프레이' 김종인의 이즈리얼 플레이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논타기팅 스킬인 신비한 화살을 맞추는 능력, 비전 이동을 낭비하지 않고 정확한 타이밍에 사용해 생존 능력을 극대화하거나 킬을 따내는 능력, 정조준 일격의 정교함, 상대방과의 데미지 교환에 있어서의 정확함 등 김종인의 이즈리얼은 어떤 상대에게도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데요.
그런 김종인의 이즈리얼을 상대로 CLG.EU는 트리스타나를 선택했습니다. 트리스타나는 후반까지 갈 경우 상당히 강력해지는 챔피언이지만 순간적으로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스킬이 없고 라인전이 상당히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CLG.EU는 후반까지 어떻게든 버텨보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결국 라인전 단계부터 김종인-장누리 듀오에게 고전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게 됩니다.
나진 소드가 선보인 이즈리얼, 소나 조합의 강력함은 견제 능력에 있습니다. 일명 '짤짤이'라고 하죠. 이즈리얼의 신비한 화살, 정수의 흐름과 더불어 소나의 용맹의 찬가, 패시브 스킬인 파워코드는 상대방의 체력을 야금야금 깎아내립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조금씩 체력적 우위를 점한 이즈리얼, 소나 조합으로 김종인은 손쉽게 퍼스트 블러드를 가져갑니다. 서포터인 '크레포' 미치 브루스포엘의 룰루를 빈사상태로 만들어 후퇴하게 한 뒤 '옐로핏' 페터 뷔펜의 트리스나타를 협공한 것이 주요했습니다. 김종인은 급하게 뒤로 빠지던 트리스타나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스킬을 쏟아부으며 첫 킬을 따냅니다.
◇초반 분위기를 가져온 퍼스트 블러드 장면.
김종인은 계속해서 기세를 이어갑니다. 마오카이의 라인 습격에 힘입어 킬을 올린 김종인은 이후 2대3 싸움에서도 킬을 보태며 상대를 완전히 압도해버렸습니다. 하단 1차 포탑을 파괴한 뒤 여유롭게 드래곤까지 가져간 나진 소드는 10분 만에 글로벌 골드를 5천 차이로 벌렸죠.
상대방 원거리 딜러와 현격한 CS, 킬 차이로 상위 아이템을 장만한 김종인은 18분경 CLG.EU 진영 정글에서 벌어진 교전에서 3킬을 기록합니다. '하단 똥이 역류했다'고 하죠. 하단 지역에서 무너진 밸런스가 중단, 상단 라인전에도 부담을 주는 일을 뜻하는데요. 김종인이 전투에서 맹활약을 하는 동안 페터는 성장하기 위해 미니언 사냥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NJ SWD PraY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경기 내내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김종인의 이즈리얼은 0킬 5데스로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친 '옐로핏' 페터 뷔펜의 트리스타나에 비해 9킬 0데스 4어시스트라는 압도적인 기록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CLG.EU 스타일? 마음대로 안될걸!
CLG.EU는 말파이트, 쉬바나, 카서스, 트리스타나, 룰루 조합을 선보였습니다. 장기전에 강한 CLG.EU가 스타일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합이었죠. 또 CLG.EU는 '옐로핏' 페터 뷔펜이 방해받지 않고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조합을 선호하는데 말파이트, 쉬바나, 룰루가 트리스타나를 보호하는 한편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카서스와 트리스타나로 경기를 끝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던 겁니다.
하지만 나진 소드는 CLG.EU의 운영 방식에 두 번은 당하지 않았습니다. 라인전 단계부터 철저히 CLG.EU를 압박한 나진 소드는 포탑과 골드 차이까지 압도하며 장기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지속적으로 교전을 유도해 승기를 잡아간 것이죠.
18분경 블루 버프를 챙기기위해 이동하는 '프로겐' 헨릭 한센의 카서스를 잡기 위해 수풀에 매복하고 있던 나진 소드는 강제로 교전을 개시합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킬 스코어 3대6, 중앙 포탑은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CLG.EU는 해볼만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이 교전으로 승기는 나진 소드에게 급격히 기울었습니다.
◇승부를 결정지은 대규모 교전.
순식간에 카서스를 제압한 나진 소드는 4킬을 기록, 10대4로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CLG.EU는 교전에서 핵심이 되야할 카서스가 끊겨 진혼곡 지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트리스타나는 미니언 사냥을 위해 하단 라인에 홀로 있었죠.
나진 소드는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CLG.EU는 홀로 있던 카서스에게 나진 소드의 다섯 챔피언이 모두 달려들자 어쩔 수 없이 또 싸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카서스가 빠져 화력을 집중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 과정에서 3킬을 보탠 나진 소드는 바론까지 가져가며 승기를 잡았습니다.
23분경 나진 소드가 하단 라인에서 홀로 있던 헨릭 한센의 카서스를 또 잡아내자 이번에는 CLG.EU가 교전을 시도합니다. 사실 CLG.EU에서 가장 잘 성장한 챔피언인 카서스가 잡힌 상황에서 무리하게 교전을 해서는 안됐습니다. 이미 CLG.EU는 평정심을 잃은 것으로 보였습니다.
◇좌측 하단 카서스의 시체가 처량해 보입니다.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불리하다고 느껴지면 절대 교전을 하지 않는 CLG.EU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조급함이 부른 CLG.EU의 실수였죠. 또 어떻게 보면 게임을 던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나진 소드는 CLG.EU를 경기 내내 압도하며 마지막 교전에서는 상대 진영에 몸을 던지는 '자살 세리머니'까지 하는 여유를 보이며 기분 좋게 복수전에 성공했습니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에서의 복수전은 더욱 짜릿했을 것 같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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