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동안 열린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윈터 리그 2차 오프라인 예선은 프로팀들이 아마추어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보여줬는데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경기는 지난 24일 열린 나진 실드와 Psw 아레스의 3세트 경기입니다.
마지막 교전을 하기 전 킬 스코어는 15대3으로 Psw 아레스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압박하는 쪽은 나진 실드였죠. 처음부터 경기를 보지 않고 중간에 TV를 틀어 경기를 본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라고 할만한 상황이었습니다.
킬 스코어에서 압도적인 열세에 놓여있던 나진 실드가 어떻게 상대를 압도하며 승리했는지 경기 속으로 들어가보시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진 실드 운영의 핵심은 '익스페션' 구본택의 니달리였습니다. 니달리는 기동력이 상당히 뛰어난 챔피언인데요. 수풀을 통과할 경우 2초 동안 이동속도가 15% 증가하는 패시브 스킬과 상당히 짧은 재사용 대기시간을 갖고 있는 쿠거폼 상태에서의 급습 덕분에 니달리는 치고 빠지는 게릴라 플레이에 특화된 챔피언이죠.
나진 실드가 이번에 선보인 니달리 중심 운영은 지난 LOL 시즌2 월드 챔피언십 한국대표 선발 결승전에서 형제팀인 나진 소드가 아주부 블레이즈를 상대로 한 번 보여준 적이 있었죠. 당시 '막눈' 윤하운은 명불허전 니달리 실력을 뽐내며 아주부 블레이즈를 이리저리 흔들며 1세트 승리를 이끌었는데요.
사실 니달리는 대회에서 보기가 어려운 챔피언이었습니다. 팀 파이트 위주의 조합이 중시되는 최근 추세에 니달리는 맞지 않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구본택은 니달리를 선택했을 경우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를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구본택의 니달리는 Psw 아레스의 라인습격에 한 번 전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CS는 말파이트에게 앞섰는데요. 구본택은 수풀을 이용한 평타 견제로 말파이트의 실드가 생기는 것을 방해하면서 체력을 계속 깎아나가면서도 CS는 놓치지 않았죠. 또 첫 번째 아이템으로 조화의 성배를 선택하면서 마나에 대한 압박도 줄였습니다.
계속해서 상대를 압박하던 구본택은 10분만에 1차 타워를 파괴했고 상단과 하단 라인을 오가며 라인을 쭉쭉 밀었죠. 니달리의 기동성을 활용해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홀로 돌아다니며 상단 2차 타워를 파괴한 구본택은 소환사 주문인 순간이동을 사용해 곧바로 하단 라인의 2차 타워를 두드렸습니다. 타워를 지키기 위해 카타리나와 알리스타가 달려왔지만 오히려 카타리나를 잡아내며 기세를 이어갔죠.
각지에서 전투가 활발하게 벌어졌지만 구본택은 교전에 참여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동료들이 수적 열세에 놓여 전사하는 상황에서도 구본택은 꾸준히 타워 파괴에 집중했습니다. 나진 실드는 비록 1대12로 킬 스코어는 크게 뒤쳐졌지만 모든 라인의 1, 2차 타워를 파괴하며 맵을 장악했습니다.
◇순간이동을 이용해 하단 라인을 두드리며 시선을 끄는 구본택. 나머지 멤버들은 바론 사냥.
구본택이 홀로 돌아다니자 말파이트가 전담 마크를 했지만 구본택의 니달리는 계속해서 CS를 챙기며 상위 아이템을 갖춘 상태였습니다. 하단 억제기를 공략하던 구본택은 방어를 위해 홀로 온 말파이트를 잡아내고 억제기까지 파괴합니다. 결국 니달리를 막기 위해서는 두 명 이상이 와야하는 상황까지 연출한 것이지요. 그 사이 나진 실드는 방해받지 않고 중립 몬스터들을 가져갑니다.
◇말파이트를 손쉽게 잡아내고 억제기까지 파괴하는 구본택.
◇니달리를 잡기 위해 세 명의 챔피언이 달려드는 모습. 그 사이 아무런 방해없이 내셔 남작을 가져가는 나진 실드.
◆전투는 졌지만 전쟁에서 이겼다
나진 실드의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구본택이 퍼스트 블러드를 내줬고 하단에서는 '뱅' 배준식이 연이어 2킬을 내줬죠. 대신 CS 획득과 포탑 파괴에 집중한 나진 실드는 하단에 이어 상단 1차 포탑까지 파괴합니다. 경기 시작 12분경 4킬과 함께 드래곤까지 내줬지만 오히려 자원 획득 총량에서는 나진 소드가 앞섰습니다.
나진 실드는 킬을 내주더라도 그냥 주지 않았습니다. 꼭 다른 곳에서 이득을 챙겼죠. 하단에서 배준식이 전사하는 동안 '훈' 김남훈과 '비닐캣' 채우철이 중앙 2차타워를 공략하면서 체력을 빼놓았고 구본택이 하단에서 잡히는 사이에 중앙 2차타워를 파괴하면서 조금씩 이득을 챙겼습니다.
◇니달리가 하단에서 전사하는 사이 중앙 2차타워를 파괴하는 나진 실드.
30분경 비록 킬 스코어는 1대12로 압도적인 열세에 있었지만 타워 스코어에서 6대2로 Psw 아레스를 압도한 나진 실드는 대규모 교전을 시도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이미 충분히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게 교전을 하기 보다는 초지일관으로 게릴라 플레이에 집중한 것이죠.
특히 구본택은 마지막 공격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한 번도 대규모 교전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구본택이 게릴라 플레이를 하면 Psw 아레스는 게릴라를 막으러 갈 수 밖에 없었고 그 사이 나머지 멤버들은 다른 라인의 포탑을 공격하거나 유유히 내셔 남작을 사냥했습니다.
또 4대5 싸움이 벌어지면 구본택은 굳이 전장에 합류하지 않고 건물 철거에 집중했죠. 44분경 벌어진 전투에서 나진 실드는 2킬을 내줬지만 구본택이 상단 억제기를 파괴하면서 모든 라인 억제기를 깨뜨렸습니다. 나진 실드는 차분하게 내셔 남작을 사냥한 뒤 지금껏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듯 마지막 교전에서 아레스를 철저히 밟고 승리를 거뒀습니다.
◇마지막 순간, Psw 아레스가 우물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압박하는 나진 실드.
나진 실드는 이번 경기를 통해 LOL은 결국 건물을 부수는 게임이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상당히 특이했죠. 김동준 해설 위원은 "Psw 아레스가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는 패했다"고 평가했는데요. 화끈한 대규모 교전은 없었지만 운영의 묘미를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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