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을 즐기는 독자 여러분은 마스터 이라는 챔피언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에서 마스터 이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게임 내에서 마스터 이는 추천 챔피언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마스터 이를 선택하면 '트롤픽'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마스터 이는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 마스터 이를 플레이하는 이용자들은 일명 '마이충'에 비유됩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마스터 이 플레이어들은 상대방의 건물을 파괴하는 행위인 '백도어'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많은데요. 마스터 이는 공격력은 강하지만 체력이 낮습니다. 따라서 정글 챔피언으로 선택할 경우 후반으로 갈수록 대규모 교전에서 할 게 없어지죠. 때문에 후반에는 교전에 참여하지 않고 백도어에 치중합니다. 물론 아이템만 잘 나온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만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상황을 바탕에 두고 하는 말이니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마스터 이가 꼭 정글만 가느냐? 그건 아닙니다. 마스터 이의 스킬 중 일격필살과 명상은 주문력(이하 AP) 계수를 받습니다. 일격필살은 1.0, 명상은 무려 4.0의 AP 계수를 받는데요. 5초간 체력을 회복해주고 방어력, 마법 저항력이 상승하는 명상 덕분에 마스터 이는 중단 라인전에서 어떤 챔피언에게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따라서 솔로랭크 게임이나 일반 게임에서도 종종 중단 라인을 담당하는 AP 마스터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지난 11월21일 팀 OP '콘샐러드' 이상정은 나진 실드와의 방송 경기에서 중단 AP 마스터 이를 선보였는데요. 이상정의 AP 마스터 이는 선택부터 해설진 및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빠트렸습니다. '대회용'으로 선택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챔피언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상정은 경기에서 AP 마스터 이로 팀을 승리로 이끌며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해 선택한 것이 아님을 보여줬습니다.
21일 경기 이후 부작용도 있었는데요. 마스터 이는 플레이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챔피언 효율이 극과 극입니다. 하지만 이상정 덕분에 일반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인식이 좋지 못한 마스터 이의 선택률이 급격히 높아졌죠. 또 AD로 가야할 정글 마스터 이까지 AP 아이템 테크트리를 타는 기현상을 낳았습니다.
한동안 소환사의 협곡에 마스터 이 열풍을 일으킨 팀 OP와 나진 실드의 경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나에게는 체력을, 상대방에게는 짜증을
앞서 언급한 명상이라는 스킬은 5초에 걸쳐 5레벨 기준 700의 체력을 회복해주고 정신집중을 하는 동안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함께 올려주는데요. 명상은 무려 4.0의 AP 계수를 받습니다. 명상 스킬에 5포인트를 투자해 700의 체력 회복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주문력이 100일 경우 400의 AP 계수를 받아 총 1,100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말이죠.
후반에는 말할 것도 없지만 총 체력량이 많지 않은 초반 라인전에서도 명상의 효율은 극대화되는데요. 중단 라인에 서는 AP 챔피언들의 경우 한번에 체력을 깎을 수 있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과의 데미지 교환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킬을 따낼 수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을 맞게 되는데요.
이상정은 나진 실드 '훈' 김남훈의 다이애나를 맞아 라인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다이애나의 초승달 검기를 맞아도 명상으로 체력을 회복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상대방 입장에서는 짜증이 절로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데미지 교환에서 우위를 점한 이상정의 마스터 이는 5분 경 다이애나를 궁지에 몰아넣었죠. 김남훈은 혼비백산, 점멸을 사용하며 겨우 살아 돌아갔습니다.
◇이랬던 체력이,
◇명상을 사용해 가득 찼습니다.
26분경 벌어진 전투에서 전투 구도를 잘못 잡은 팀 OP는 에이스를 내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상정은 명상을 사용해 잭스의 강력한 공격을 버틴 뒤 궁극기를 사용해 유유히 빠져나가죠.
마지막 교전에서 에이스를 띄운 팀 OP는 곧바로 넥서스로 진격했는데요. 쌍둥이 포탑이 남아있었지만 마스터 이가 명상을 사용하며 포탑 데미지를 대신 맞아주는 사이 다른 선수들이 포탑을 부순 뒤 곧바로 넥서스를 파괴하며 승리를 가져가게 되죠.
◆빠른 기동력 앞세운 로밍 플레이
팀 OP는 중단에서 퍼스트 블러드를 따냈지만 상단에서 '메이' 강한울의 이렐리아와 '놀자' 이현진의 문도 박사가 연달아 김남훈에게 잡히며 분위기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팀 OP는 이상정의 로밍 플레이로 주도권을 다시 가져옵니다.
◇로밍 플레이로 킬을 따내는 이상정.
이상정은 11분경 나진 실드의 와드가 없는 틈을 타 하단 라인 삼거리 지역으로 돌아 습격, '비닐캣' 채우철의 소나를 잡아냈고 '뱅' 배준식의 그레이브즈를 공격하며 어시스트를 챙겼습니다. 또 16분 경 상단 라인에 로밍을 감행해 빈사 상태의 잭스를 끝까지 추격해 킬을 따내며 포탑까지 파괴하는 성과를 달성했죠.
◆대규모 교전에서의 역할
실력자들이 대거 포진한 상위 솔로랭크 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에서 대부분의 AP 마스터 이 이용자들이 범하는 우는 팀 파이트 때 진입 타이밍을 재지 못하고 일격 필살만 쓰고 빠진 뒤 쿨타임이 돌아오면 다시 전장에 합류하는 것인데요. 마스터 이의 주된 공격 스킬인 일격 필살은 데미지는 강력하지만 쿨타임이 짧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킬이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 얘기는 달라지는데요.
마스터 이의 궁극기인 최후의 전사는 이동속도, 공격속도 증가에 모든 둔화 효과에 대해 면역 상태를 갖게 해줍니다. 최후의 전사를 사용한 상태에서 킬을 따내면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되고 어시스트를 기록해도 스킬 쿨타임이 50% 감소하게 되죠.
이상정은 두 번의 교전으로 AP 마스터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29분경 벌어진 전투에서 이상정은 일격 필살로 나진 실드의 진영에 파고든 뒤 존야의 모래시계를 사용, 소나의 크레센도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명상을 사용해 맷집 역할까지 담당했습니다. 결국 팀 OP는 마스터 이의 활약에 에이스를 띄웠고 승기를 잡게 됐죠.
마지막 교전인 32분에 펼쳐진 전투에서 이상정은 펄펄 날았습니다. 일단 교전이 벌어지자 이상정은 상대팀의 군중제어기가 어느 정도 소모된 다음 궁극기를 사용한 뒤 전장에 합류했습니다. 일격 필살을 사용해 김남훈의 다이애나를 잡아낸 이상정은 쿨타임 초기화에 힘입어 곧바로 채우철의 소나까지 전사시켰습니다. 다음 먹잇감은 배준식의 그레이브즈였죠. 이상정은 마지막 교전에서 트리플 킬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트리플 킬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모습입니다.
이상정은 대회용 챔피언으로는 선택하기 부담스러운 마스터 이로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승리까지 챙겼는데요. 앞으로도 마스터 이처럼 대회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챔피언들이 많이 나와 팬들에게 더 많은 즐거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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