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을 즐기는 독자분들은 펜타 킬을 얼마나 해보셨나요. 저는 1,000여 판을 넘게 하면서 펜타 킬을 단 두 번 밖에 못해봤습니다. 제 실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라이엇 게임즈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게임 안에서 펜타 킬을 기록할 확률은 0.05%에 불과합니다. 펜타 킬은 1500경기에서 한 번 볼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짜릿하게 만들어주는데요.
왜 펜타 킬 얘기를 하냐고요? 바로 이번 윈터 리그 본선에서 첫 펜타 킬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 예선에서 KT 롤스터 A '비타민' 이형준이 레오룩을 상대로 펜타 킬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예선전이었고 한 수 아래인 아마추어팀을 상대로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큰 임팩트는 없었죠.
윈터 리그 본선 최초 펜타 킬 주인공은 MVP 블루의 원거리 딜러 '헤르메스' 김강환입니다. 김강환이 선택한 트위치는 스킬이 리메이크 되면서 최근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원거리 딜러형 챔피언인데요. 국내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최근 해외 대회에서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트위치가 랜덤 선택이라는 사실은 모두를 경악하게 했는데요. MVP 블루는 트위치의 맹활약에 힘입어 나진 소드를 상대로 1세트 승리를 거뒀죠.
윈터 리그 본선 최초의 펜타 킬이 어떻게 나왔는지, 경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시작은 불운, 끝은 행운
MVP 블루는 1세트에서 블루 진영을 잡았습니다. 챔피언 선택 과정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정글 챔피언인 초가스를 선택했죠. 하지만 다음 선택 순서를 넘겨받은 MVP 블루는 고민을 거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챔피언 선택 제한 시간이 끝나면서 랜덤으로 트위치가 골라졌는데요. 나진 소드전이 마지막 경기였던 MVP 블루는 1승9패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습니다. 마지막 경기까지 운이 따라주지 않는 모습이었죠.
◇제한 시간을 모두 소모할 때 까지 챔피언을 고르지 못하면서 랜덤으로 트위치가 골라집니다.
하지만 MVP 블루 김강환은 경기가 시작되자 침착하게 플레이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반 운도 따라줬는데요. 라인 바꾸기 전략으로 상단에서 '막눈' 윤하운의 럼블을 견제하던 MVP 블루는 경기 초반 위기를 맞습니다. 나진 소드의 정글러 '와치' 조재걸의 올라프가 시야가 없는 수풀에서 대기하며 기회를 노리다 MVP 블루의 듀오를 덮친거죠.
올라프와 럼블의 협공에 빈사 상태로 포탑까지 후퇴한 김강환, 이한길 듀오는 상대가 무리하게 들어오자 기회를 맞게 됩니다. 조재걸이 포탑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이한길은 탈진을 사용했고 김강환이 타워와 함께 올라프를 공격하며 킬을 만들어 낸거죠. 더블 버프를 획득한 김강환은 이후 더욱 강하게 상단 라인을 푸쉬합니다.
MVP 블루는 6분 경 또 한 번 행운을 맞습니다. 김강환, 이한길 듀오는 럼블의 궁극기인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맞고 모두 체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화염방사기로 인해 윤하운에게 더블 킬을 헌납할 위기에 처했는데요. 하지만 럼블이 과열 상태가 되면서 스킬을 사용할 수 없게 됐고 간발의 차이로 김강환이 석궁을 날려 윤하운을 잡아내면서 분위기를 계속 주도하게 됩니다.
◇'막눈' 윤하운에게 더블 킬을 내줄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럼블을 잡아낸 김강환 입니다.
이후 MVP 블루는 '선칩' 최선휘가 플레이한 판테온의 대강하를 앞세워 상단 타워 다이브를 시도했고 김강환이 더블 킬을 챙기면서 더욱 성장했습니다. 랜덤픽으로 불안하게 출발한 트위치가 초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이죠.
◆위기 속에서 피어난 펜타 킬
LOL은 아무리 유리한 상황이라도 단 한 번의 교전으로 주도권을 내줄 수가 있는데요. 경기 초반 7대2로 앞선 MVP 블루는 13분 경 예의 판테온의 대강하를 이용한 다이브를 한 번 더 감행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MVP 블루는 두 명을 제압했지만 네 명이 전사하면서 손해를 봤는데요.
MVP 블루는 이 교전 패배로 초반 얻은 이득을 전부 잃었습니다. 앞서고 있던 글로벌 골드까지 따라 잡혔죠. 또 중앙 1차 타워에 이어 2차 타워까지 파괴되면서 전황이 역전되고 말았고 계속해서 압박을 당하다 억제기 앞 타워까지 내주고 말았습니다.
나진 소드가 중앙 억제기를 공략하자 MVP 블루는 반격을 개시합니다. MVP 블루는 먼저 판테온이 궁극기를 사용해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판테온이 궁극기를 사용하면 크게 붉은 원이 표시되고 중앙에 있을 수록 큰 데미지를 줄 수 있는데요. 자신들 발 밑에 붉은 원이 나타나자 나진 소드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지만 쉔을 만났습니다.
◇판테온이 궁극기로 나진 소드 한복판에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위에서는 쉔이 내려오고 있군요.
'강퀴' 강승현의 쉔은 나진 소드의 압박 중 정글 지역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판테온의 궁극기 사용 이후 후퇴하는 나진 소드를 향해 도발을 시전, 3명의 주의를 끌며 판테온 궁극기 데미지를 극대화 시켰는데요. 그 사이 김강환의 트위치는 궁극기를 사용한 뒤 어마어마한 화력을 폭발시켰습니다.
◇쉔이 도발로 세 명을 뭉쳐 놓은 뒤 그 위로 판테온의 궁극기가 작렬하는 모습입니다.
트위치의 궁극기인 무차별 난사는 트위치의 사정거리가 850으로 증가하고 공격력이 향상되며 기본 공격이 적을 관통하게 해주는데요. 김강환은 무차별 난사를 사용해 그야말로 나진 소드 챔피언을 무차별로 학살했습니다. 판테온의 대강하에 이은 쉔의 도발과 초가스의 파열로 진영 붕괴, 이 삼박자에 트위치의 폭발적인 데미지가 더해지며 결국 펜타 킬을 만들어 냈습니다.
◇윈터 리그 본선 첫 펜타 킬을 기록한 위풍당당 트위치!
김강환의 펜타 킬에 힘입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온 MVP 블루는 나진 소드의 중앙, 하단 라인 2차 타워를 파괴하며 기세를 이어갔는데요. 37분 경 내셔 남작을 스틸 당했지만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카인' 장누리의 자이라를 제외한 모든 챔피언을 잡아낸 MVP는 그대로 넥서스를 파괴하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트위치, 그것도 랜덤 선택으로 한 번 보기도 힘든 펜타 킬을 일궈낸 MVP 블루는 비록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경기로 NLB에서의 선전이 기대될만큼 멋진 경기였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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