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이번 '핀포인트'를 통해 고찰해볼 경기는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 시즌의 2라운드에서 펼쳐진 명승부 중 하나였죠. 삼성전자 신노열과 SK텔레콤 정윤종의 대결입니다. 신노열과 정윤종은 스타2를 통해 새로이 태어난 선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이하 스타1) 시절 강호로 분류됐지만 '택뱅리쌍'을 넘지 못해 평가절하됐던 신노열은 스타2에서 새로이 날개를 달았습니다. 정윤종 또한 김택용과 도재욱의 그늘에 가렸지만 스타2를 통해 팀의 당당한 프로토스 에이스로 거듭났죠.
이번 경기는 그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대결입니다. 저그와 프로토스가 최종 유닛을 모두 생산했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죠. 20여 분 동안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했던 두 선수의 승부는 찰나의 순간에 엇갈렸습니다. 바로 감염충이라는 유닛 때문인데요. 치열한 승부의 순간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지요.
◆스타1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스타2로 종목이 전환된 이후 스타1과 가장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종족전을 꼽으라면 저는 저그와 프로토스의 대결을 택합니다. 스타1에서 '비수류'라고 불렸던 커세어를 활용한 전략을 스타2에서도 프로토스들이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저그는 스타1에서 히드라리스크를 주로 썼지만 스타2로 넘어와서는 바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히드라리스크가 스타2에 들어와 번식지(레어) 단걔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부화장 단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지상 전용 공격 유닛인 바퀴를 자주 씁니다.
프로토스가 공중유닛인 불사조를 쓰는데 저그에게는 대공 유닛이 없으니 애로사항이 많지 않겠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스타2에서 저그는 초반에 생산할 수 있는, 꼭 생산해야 하는 여왕이 대공 사격이 가능합니다. 큰 데미지를 주지는 못하지만 불사조의 견제를 막아낼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여왕 근처에 포자촉수(과거 스포어 콜로니)를 지으면 충분히 수비가 됩니다.
이렇게 초반을 넘기고 나면 중후반전에 돌입하는데요. 이 때부터 스타1과는 다른 양상이 펼펴집니다. 프로토스는 드라군을 닮은 추적자와 파수기를 기본 유닛으로 뽑고 불멸자와 거신을 생산합니다. 저그는 감염충과 타락귀, 무리군주로 병력을 구성하는데요. 중앙 지역에서 이 유닛들이 벌이는 승부는 장관입니다.
◆저그의 핵심 유닛인 감염충
스타2에서 저그의 필수 유닛은 감염충입니다. 스타1에서 선보였던 디파일러와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감염충이지만 번식지 단계에서 생산할 수 있기에 이른 타이밍부터 등장합니다.
감염충은 네 가지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잠복 업그레이드가 되면 땅에 숨은 채 이동이 가능합니다. 프로토스의 관측선이나 테란의 밤까마귀나 궤도사령부의 스캔, 저그의 감시군주가 아니면 보이지 않습니다.
공격에 유용한 스킬로는 감염된 테란, 진균번식, 신경기생충 기술이 있지요. 감염된 테란 기술은 감염충이 공과 같은 분비물을 던지고 그 안에서 태어나는 감염된 테란 병사가 공격하는 기술입니다. 대지, 대공 모두 공격할 수 있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염된 테란 병사들은 자동 소멸됩니다.
진균번식 또한 분비물을 던집니다. 이 분비물에 맞으면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며 해당 유닛의 체력이 줄어듭니다. 그이고 체력의 한계를 넘으면 파괴됩니다. 유닛에 따라 다르지만 해당 유닛이 갖고 있는 스킬을 사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신경기생충 기술은 소위 빨대 꽂기라고도 부르는데요. 빨대처럼 생긴 관을 해당 유닛에게 꽂습니다. 이 기술에 걸린 유닛은 15초 동안 저그의 마음대로 조종이 가능합니다. '빨대를 꽂은' 감염충은 움직여지지 않습니다.
◆승부를 가른 신경기생충 기술
감염충에 대한 설명을 마쳤으니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신노열과 정윤종의 경기에서 정윤종은 볼사조를 정찰용으로만 사용합니다. 과도하게 생산하지는 않고 확장 기지를 여유롭게 가져가는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저그를 수세적으로 만든 것이죠.
두 개의 확장을 가져간 정윤종은 로봇공학시설에서 거신을 모으면서 힘싸움을 준비합니다. 신노열 또한 바퀴에 자원을 많이 쓰지 않고 감염충을 모으면서 확장에 집중합니다. 정윤종은 차원분광기를 통해 신노열의 본진과 앞마당을 두드리면서 견제를 하지요.
두 선수 모두 인구수 200을 채우면서 힘을 키웁니다. 여기에서 정윤종이 변수를 만듭니다. 프로토스가 저그전에서 최종 유닛으로 뽑을 수 있는 모선을 생산하게 됩니다. 모선은 스타1에서 아비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정 구간의 유닛을 보이지 않게 해주고 대규모 소환을 가능하게 하죠. 아비테에 없는 기술로는 소용돌이가 있습니다. 상대의 유닛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닛까지도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서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듭니다.
아비터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한 기만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모선 두 기가 동시에 쓰일 수는 없다는 뜻인데요. 한 기가 파괴되어야만 다른 모선을 뽑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한 기밖에 쓸 수 없기에 프로토스에게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모선을 잃게 되면 경기에서 지는 경우가 자주 나옵니다.
정윤종이 모선을 갖춘 것을 확인한 신노열은 감염충의 신경기생충 기술을 개발합니다. 모선이 소용돌이를 쓰기 전에 '빨대'를 꽂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긴 스킬 개발입니다.
대치전을 펼치던 두 선수는 크로스 카운터를 노립니다. 정윤종은 6시 지역을 통해 신노열의 본진 쪽으로, 신노열은 12시를 통해 정윤종의 본진 쪽으로 이동합니다. 엘리미네이트 싸움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기세로 몰아친 두 선수는 서로의 자원줄을 끊었습니다.
인구수가 180 정도를 유지한 상황이기에 정면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노열이 노련한 움직임을 선보였습니다. 주병력이 서서히 중앙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정윤종과의 일전을 준비하는 듯 모션을 쓴 신노열은 본진에서 생산해 놓은 감염충 한 기를 중앙으로 보냅니다. 그리고는 신경기생충 기술을 사용하지요.
이 움직임으로 신노열은 경기를 가져갔습니다. 정윤종의 모손을 빼앗은 신노열은 소용돌이로 정윤종의 유닛을 블랙홀 안에 넣어 버립니다. 삽시간에 공격 유닛이 줄어든 정윤종은 당황한 상태에서 고위기사의 사이오닉 폭풍을 쓰면서 저항해 보지만 유닛이 나뉜 터라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교전을 마쳤습니다만 정윤종은 자원을 채취할 곳이 없어졌고 신노열은 남아 있었기에 승부가 갈렸죠.
만약 정윤종이 모선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전투 양상은 프로토스에게 유리하게 풀렸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나온 이유는 프로토스 유닛간의 이동 속도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지상군의 이동 속도가 모선보다 빨랐고 신노열의 주병력에 신경을 쓰다보니 아래쪽에서 올라온 감염충을 챙기지 못했기에 정윤종이 완패했습니다.
정윤종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었고 과감하게 승부수를 띄웠던 신노열의 한 수가 빛난 경기였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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