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엔투스 김정우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최근 진행되는 프로리그에서 저그의 땅굴망과 땅굴벌레를 활용한 전략이 자주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이하 스타1)에서 나이더스 커널이라고 불렸던 건물을 스타2에서 재해석한 것이 바로 땅굴망과 땅굴 벌레입니다.
◇땅굴벌레의 제원(출처=블리자드 스타2 공식 홈페이지)
◆스타1의 나이더스 커널과 다르다
땅굴망은 나이더스 커널과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땅굴망이 건설되면 저그의 유닛이 별다른 수송 경로 없이 대규모 이동이 가능합니다. 본진에 건설한 땅굴망을 통해 유닛을 밀어 넣으면 다른 지역에 지어진 땅굴벌레쪽으로 이동합니다. 맵이 언덕으로 막혀 있든 우주 공간으로 채워져 있든 불문하고 유닛을 이동시킵니다.
그러나 스타1의 나이더스 커널과 스타2의 땅굴망, 땅굴벌레의 활용 시점은 확연히 다릅니다. 나이더스 커널은 하이브(스타2에서는 군락이라 부르죠)라는 저그의 최종 테크에서 건설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지역에 저그의 크립(스타2에서는 점막)이 깔려 있어야만 가능했습니다. 따라서 프로토스나 테란전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저그전이 장기화됐을 때 아주 가끔 사용되긴 했습니다.
스타2에서 등장하는 땅굴망은 초반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최종 단계인 군락이 아니라 중간 단계인 번식지에서 땅굴망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2에서 대군주에게 부여된 새로운 기능인 점막 생성을 통해 전략적으로 사용하기가 수월해졌습니다.
◇땅굴망은 저그의 중간 발전 단계인 번식지 단계에서 건설할 수 있습니다(출처=블리자드 스타2 공식 홈페이지).
◆땅굴망의 파트너 점막
땅굴망과 나이더스 커널의 공통점은 점막이 있어야 건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스타1에서는 다른 지역에 크립을 깔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처리가 건설되어야 했습니다. 상대가 저그일 때에는 크립을 공유할 수 있었으니 몰래 나이더스 커널을 건설할 수가 있었지요.
스타2에서는 저그가 점막을 생성하기가 수월해지면서 땅굴망을 활용하는 방법이 다양화됐습니다. 스타2의 대군주는 특이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은폐된 유닛을 보는 기능은 사라졌지만 점막을 생성하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게임 안에서 보면 대군주가 한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쏟아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점막을 생성하는 기능입니다. 일부 사용자들은 대군주가 설사한다고도 이야기를 합니다. 오버이트를 한다고도 하죠. 대군주가 점막을 생성하고 나면 그 자리에 바로 땅굴벌레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알카노이드'는 땅굴망의 전장
프로리그에서 땅굴망이 자주 선을 보이는 이유는 맵 때문입니다. '알카노이드'라는 맵에서 특히 자주 땅굴망 전략이 쓰이는데요. '알카노이드'는 맵의 이동 경로가 파괴가능한 바위로 막혀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사용할 전략이 많지 않습니다. 이 맵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마인드가 초반에 확장 기지를 대거 확보하고 건물을 늘린 뒤 중반전 이후부터 본격적인 전투를 펼치겠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그가 땅굴망을 활용했을 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확장에 매진하느라 자신의 기지에 점막이 펼쳐지는 것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바로 카운터가 되는 거죠.
◇개스를 일찌감치 채취하기 위해 추출장을 건설하고 산란못을 지은 김정우.
◇전태양은 확장 기지를 늘리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김정우의 활용 사례
지난 1월7일 '네오알카노이드'에서 펼쳐진 CJ 김정우와 8게임단 전태양의 대결에서 땅굴망 전략의 진수가 선을 보였습니다. 김정우는 애시당초 이 맵에 출전할 때부터 땅굴망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대군주 2기를 정찰 보낸 김정우는 1시 지역으로 보낸 대군주가 벽을 타고 이동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1시에 전태양의 본진이 위치하더라도 깊숙히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살짝 관찰만 하겠다는 식으로 움직입니다. 과도하게 대군주의 중립건물 벽타기를 시도하는 바람에 전태양의 위치를 보지 못할 것 같다는 해설이 나올 정도였죠.
◇김정우의 대군주 이동 경로가 평상시와는 다르죠. 보통 테란의 테크트리를 확인하려고 안으로 들어가지만 김정우는 중립 건물 위쪽에 배치합니다.
◇전태양의 본진 위치를 확인한 김정우가 곧바로 땅굴망 건설에 돌입합니다.
일단 전태양 위치를 확인한 김정우는 확장기지를 가져가지 않고 테크트리를 올립니다. 일찌감치 추출장을 올려 개스를 캐기 시작한 김정우는 산란못을 지은 뒤 곧바로 번식지로 기지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한창 업그레이드가 되는 시기에 맹독충 둥지를 건설했고 번식지가 완료된 후에는 땅굴망을 본진에 지었죠.
◇김정우의 땅굴망을 통해 저글링이 전태양의 본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막을 유닛이 거의 없던 전태양은 곧바로 항복을 선언합니다.
이후 김정우는 1시 지역에 배치한 대군주를 통해 점막을 생성합니다. 전태양의 본진과 3시 확장 기지의 중간 지점에 점막을 뿌려 놓고 바로 땅굴벌레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저글링과 맹독충을 본진에 지은 땅굴망으로 밀어 넣은 김정우는 1시 지역에 파놓은 땅굴벌레를 통해 테란의 본진을 초토화시키면서 10분만에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3개의 사령부를 지어 놓고 막 병력을 뽑으려던 전태양에게는 청천벽력이었을 것입니다.
김정우가 패스트 땅굴망 전략을 선보인 이후 '알카노이드' 맵에서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마음 놓고 확장을 늘릴 수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는 후문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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