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입니다.
SK플래닛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12-13 시즌 3라운드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팀은 웅진 스타즈입니다. 3라운드에서 4연승을 달리고 있는 웅진은 중위권과 네 경기 차이를 벌리면서 단독 1위를 기록하고 있죠. 웅진 돌풍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있지만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프로토스 김유진입니다. 이번 시즌 17승을 기록하면서 KT 이영호, CJ 신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김유진은 디승 공동 1위 선수들 가운데 최소 패배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핀포인트'를 통해 소개할 경기는 김유진의 프로리그 경기 가운데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던 대결을 고찰해보려 합니다. EG-TL과의 3라운드 대결에서 김유진이 초반 불리함을 딛고 역전한 송현덕과의 매치였는데요. 김유진은 상황에 맞는 최적의 판단을 내렸지만 송현덕은 닭 쫓던 개의 신세에 비유해도 좋을 만한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 경기를 함께 분석해 보시지요.
◇김유진은 평범한 테크트리를 탑니다. 1개의 관문을 확보한 뒤 인공 제어소를 올리지요(위). 광전사 한 기와 2기의 파수기로 입구로 들어오려는 병력을 저지하는 것도 프로토스전의 일반화된 패턴입니다.
◆불리했던 초반
김유진은 5시, 송현덕은 1시에 위치합니다. 김유진의 아이디는 'sOs'이니까 경기 장면을 보실 때 참고하시면 흐름을 이해하시기가 편할 것입니다.
김유진은 1개의 관문을 지은 뒤 인공제어소를 건설합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에서 사이버네틱스코어를 지어야만 다른 테크트리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인공제어소 이후 김유진의 선택은 로보공학시설입니다. 이 건물에서는 관측선, 차원분광기, 불멸자를 생산할 수 있고 로봇공학지원소까지 지으면 거신이라는 유닛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역장을 잘못 쓰거나 에너지가 떨어지면 이처럼 난입을 허용하게 됩니다.
김유진은 관문에서 광전사 한 기와 파수기 2기를 생산합니다. 로봇공학시설을 일찌감치 지은만큼 관문에서는 유닛을 최소화시켜 효과적인 수비를 해내야만 효율 높은 병력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역장으로 좁은 언덕을 막을 수 있는 파수기를 2기 배치합니다.
첫 역장은 성공적이었지만 두 번째 역장의 실패로 김유진은 입구를 돌파당합니다. 송현덕의 광전사는 줄여줬지만 추적자의 난입을 허용했고 파수기 2기 가운데 한 기를 잡히고 맙니다. 역장을 제대로 쳤다면 잃지 않았을 병력이었지만 빗나가면서 뜻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공격을 통해 이익을 챙긴 송현덕은 7시 지역에 몰래 우주관문을 2개나 건설합니다. 그리고 김유진은 광전사로 정찰했지만 송현덕의 탐사정만 봤을 뿐 우주관문과 수정탑은 보지 못합니다.
◆정찰도 실패
김유진의 입구를 두드리던 송현덕은 의외의 성과가 나오자 자신감을 갖기 시작합니다. 7시 지역에 수정탑을 지었던 송현덕은 우주관문을 2개나 건설합니다. 우주관문은 인공제어소를 지은 이후 택할 수 있는 세 가지 테크트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공중 유닛을 뽑아내는 곳이지요. 우주관문에서는 불사조와 공허포격기를 만들 수 있는데요. 송현덕의 선택은 불사조였습니다.
2개의 우주관문을 7시에 지은 송현덕의 전략은 김유진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습니다. 김유진은 혹시나 송현덕이 몰래 건물을 짓지나 않았을까 우려하면서 광전사 한 기로 정찰을 보냅니다만 송현덕의 수정탑과 우주관문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7시 지역으로 광전사가 지나갔고 상대의 탐사정이 나오는 것을 봤지만 건물은 확인하지 못한 것이지요.
만약 김유진이 확인했다면 병력을 이쪽으로 보냈을 것이고 우주관문을 파괴하지는 못하더라도 수정탑을 먼저 일점사했을 것입니다.
아무튼 김유진은 송현덕의 체제를 보지 못했고 로봇공학시설에서 생산되는 유닛을 주력으로 모아갔습니다.
◇김유진은 거신 1기와 불멸자 2기를 보유하고 있었기에(위) 송현덕의 불사조를 보자마자 공격을 시도합니다.
◆거신을 믿었다
송현덕은 2개의 우주관문에서 불사조를 5기까지 생산했습니다. 김유진의 광전사 정찰에도 들키지 않았기에 불사조로 급습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을 것입니다. 송현덕은 6시에 배치했던 불사조를 김유진의 진영으로 보냈고 중력자 광선을 사용, 추적자 한 기를 들어올려 잡아냈습니다. 이 때만 하더라도 송현덕은 불사조를 택하길 잘했다고 여기고 있었을 것입니다.
불사조 5기를 본 김유진은 역공을 결정합니다. 불사조를 5기나 뽑기 위해 사용된 개스만 500이기 때문에 불멸자는 없을 것이고 기껏해야 파수기의 역장을 쓰면서 시간을 벌려고 할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김유진에게는 역장을 밟고 넘어갈 수 있는 거신이라는 유닛이 있었기에 역공이 통할 확률이 급속도로 높아졌습니다. 자신있게 밀어붙인 것이지요.
◇프로토스의 유닛 거신의 제원(블리자드 스타2 공식 홈페이지 캡처).
거신은 어떤 유닛일까요.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가 출시됐을 때 사람들을 매료시킨 이 유닛은 스타크래프트 유닛 가운데 가장 키가 큽니다. 너무나 키가 크기 때문에 거신은 공중 유닛들의 1차 타깃이 되기도 합니다. 거신은 큰 키를 활용해 언덕 지형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또 프로토스가 사용하는 역장을 밟아서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김유진이 송현덕의 본진으로 역공을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역장을 밟아 깨뜨리는 거신을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거신에다 불멸자 2기, 추적자를 갖춘 김유진은 3시 지역을 거쳐 송현덕의 본진으로 공격합니다. 지상군이라고는 파수기와 추적자 몇 기가 전부였던 송현덕은 역장으로 입구를 막아보지만 거신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습니다. 불사조로 막아내려 했지만 6기나 되는 추적자가 하늘을 공격하고 있어 수비를 해낼 수 없었습니다.
◇거신을 보유한 김유진은 송현덕이 시간을 벌 수 있는 여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입구를 막은 역장은 밟아서 파괴했고(위) 본진까지 들어가서는 탐사정을 학살했습니다.
공중을 장악한 불사조가 있긴 했지만 김유진의 지상군을 제압할 방법이 없었던 송현덕은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듯한 마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만약 김유진이 불사조를 확인하고 본진에서 방어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했다면 앞마당에 연결체까지 완성시킨 송현덕이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시간과 자원을 활용해 관문이나 로봇공학시설을 늘리면서 김유진의 병력에 대항할 체제를 갖췄을텐데 아쉽게도 거신을 확보한 김유진의 판단이 날카로웠습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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