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LOL BACK'에서 소개해드릴 경기는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IEM7 월드 챔피언십에서 나왔던 명경기입니다. 이 경기가 끝난 후 ESL 중계진은 '어메이징'을 연발하며 승리팀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그 주인공은 CJ 엔투스 프로스트입니다.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을 즐기는 수많은 팬들 중에도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경기를 역전한 적이 있을텐데요. 그런 게임에서 이기게 되면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이걸 이기네'라고 표현합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역전극이 국제 대회에서도 나왔는데요. 바로 CJ 프로스트와 밀레니엄의 4강전 2세트 경기입니다.
CJ 프로스트는 밀레니엄의 트린다미어를 앞세운 운영에 밀리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쳐나갔습니다. 킬 스코어는 앞섰지만 건물 파괴 수에서 뒤쳐지면서 도저히 운영을 할 수가 없었던 CJ 프로스트는 내셔 남작을 세 번이나 내줬고 억제기 3개가 모두 파괴됐지만 결국 이겼습니다. 열세에 놓여있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한 CJ 프로스트는 경기 막판에 두 번의 에이스를 띄우고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죠.
그동안 CJ 프로스트는 초반에 주도권을 내주더라도 끝내 역전하는 경기를 자주 연출했는데요. 일전에 '매드라이프' 홍민기는 "우리는 패색이 짙어도 넥서스가 파괴될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결코 이길 수 없을 것 같던 경기도 뒤집을 수 있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역전의 대명사의 진면목을 보여준 CJ 프로스트가 어떻게 경기를 뒤집었는지 보시죠.
◆밀레니엄의 성동격서
밀레니엄은 신지드와 레넥톤을 선택 금지시켜 '샤이' 박상면을 견제했고 라인 습격이 강력한 신 짜오를 밴한 뒤 '미드 바루스'라는 독특한 선택을 했습니다. 2명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과 AP 트린다미어를 조합하면서 밀레니엄은 초반부터 강한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준비했습니다.
경기는 초반부터 치열하게 전개됐습니다. 초반 인베이드 상황에서 2킬씩 주고 받은 양 팀은 12분 경 각각 상대 포탑을 하나씩 파괴하며 팽팽한 전황을 이어갔습니다. CJ 프로스트는 하단과 상단 라인 스왑을 통해 AP 트린다미어를 견제했지만 리 신을 동반한 밀레니엄의 강한 압박에 오히려 5분대에 하단 1차 타워를 파괴당하고 말았습니다.
◇초반부터 난전을 펼친 CJ 프로스트와 밀레니엄
상대의 4인 압박에 중앙 1차 타워까지 내준 CJ 프로스트는 이후 밀레니엄의 성동격서 전략에 휘둘렸습니다. 16분경 하단에서 국지전이 펼쳐지자 CJ 프로스트는 전원이 몰려가 2킬을 따냈지만 그 사이 밀레니엄의 바루스에 의해 중앙 2차 타워의 체력이 절반 이상 빠졌습니다.
또 CJ 프로스트는 상단에서 협공을 통해 킬을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드래곤을 내주면서 점점 손해를 보기 시작했죠. 21분경에는 중앙 라인에서 2킬을 보탰지만 그 사이 하단 2차 타워를 내주고 말았는데요. 밀레니엄은 5대5 전면전은 철저히 피하면서 포탑 파괴에 집중했고 CJ 프로스트는 이에 끌려다녔습니다. 킬을 내주고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이른바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었죠.
밀레니엄의 트린다미어는 어느 정도 아이템을 구비하자 단독 행동에 나섰습니다. 트린다미어의 스킬은 모두 생존기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피의 갈망은 무려 1.5의 AP 계수를 갖고 있어 체력 회복에 용이하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회전 베기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릴 수 있습니다. 또 궁극기인 불사의 분노는 5초 동안 체력이 1 아래로 내려가지 않도록 해주기 때문에 트린다미어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껄끄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트린다미어에게 3명이 몰려든 상황
CJ 프로스트는 트린다미어가 홀로 하단에서 라인을 밀고 있자 세 명이 몰려갔지만 잡지도 못했고 그 사이 허무하게 내셔 남작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어 트린다미어에게 시선을 계속해서 뺏기면서 중앙 2차 타워까지 파괴당했는데요.
별동대 역할을 충실해 해낸 트린다미어에게 휘둘리며 상단 억제기까지 내준 CJ 프로스트는 이후 벌어진 교전에서 밀레니엄 챔피언들을 순차적으로 끊어냈지만 전체적인 라인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또 킬 스코어는 13대8로 앞섰지만 글로벌 골드는 7,000 가까이 뒤쳐졌죠. CJ 프로스트는 하단 억제기를 노리는 밀레니엄을 쫓아냈지만 추격전을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슈퍼 미니언이 쌍둥이 타워를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라인 상황이 이렇다보니 CJ 프로스트는 두 번째 내셔 남작까지 속수무책으로 내줄 수 밖에 없었는데요. 또 슈퍼 미니언 때문에 본진에 한 명은 꼭 상주해야만 했던 CJ 프로스트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었죠. 보는 입장에서 짜증이 날 정도였으니 CJ 프로스트는 오죽했을까요.
◆대규모 교전은 CJ 프로스트의 힘
CJ 프로스트의 강점은 바로 탄탄한 호흡이죠. 프로스트는 이를 대규모 교전에서 유감없이 발휘하는데요. 42분경 중앙 억제기가 파괴된 뒤 펼쳐진 4대4 전투에서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의 쉔이 점멸에 이은 그림자 돌진으로 세 명을 한 번에 묶었고 그 위에 곧바로 '래피드스타' 정민성이 럭스의 궁극기인 최후의 섬광을 작렬시키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CJ 프로스트는 순식간에 3킬을 따내고 밀레니엄의 중앙 억제기를 파괴하면서 약간이나마 숨통을 틔웠습니다.
◇쉔의 그림자 돌진에 이은 럭스의 최후의 섬광 콤보
이어 프로스트의 본진에서 '샤이' 박상면의 엘리스가 물리면서 교전이 열어졌는데요. 박상면이 극적으로 탈출하자 CJ 프로스트는 적극적으로 교전을 개시했습니다. 쉔이 앞에서 맷집 역할을 하는 사이 럭스의 궁극기가 어김없이 이어졌고 '웅' 장건웅의 트위치는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과 정확한 타기팅으로 밀레니엄의 챔피언들을 줄여나갔습니다. 정민성은 실낱같은 체력으로 도망가던 리 신을 예측 빛의 속박으로 정확하게 묶었고 박상면이 마무리하면서 CJ 프로스트는 에이스를 띄웠습니다. 하지만 에이스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에서 몰려드는 슈퍼 미니언 때문에 본진을 벗어날 수가 없었죠.
기회는 다시 찾아옵니다. 내셔 남작을 처지한 뒤 바론 버프를 등에 업고 곧바로 교전을 시도한 밀레니엄을 맞아 CJ 프로스트는 훌륭하게 맞받아쳤습니다. 밀레니엄은 CJ 프로스트에서 가장 막강한 화력을 지닌 장건웅의 트위치를 공격하며 교전을 시작했는데요.
CJ 프로스트는 쉔과 룰루의 궁극기, 럭스의 실드로 철저히 트위치를 지켜냈고 그 사이 밀레니엄 챔피언들은 하나 둘씩 바닥에 눕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정민성의 트리플 킬에 힘입어 두 번째 에이스를 띄운 CJ 프로스트는 곧장 밀레니엄의 본진으로 달려가 넥서스를 파괴하며 50여 분에 가까운 혈전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두 번째 에이스로 역전의 대미를 장식한 CJ 프로스트
CJ 프로스트의 이번 경기는 많은 LOL 팬들에게 귀감이 됐다고 생각되는데요.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초반에 경기가 기울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하지만 LOL은 언제나 역전이 나올 수 있는 경기죠.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게임을 포기하지 않고 역전한 뒤 '이걸 이기네'라는 말을 할 때의 쾌감,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
*SK텔레콤과 함께하는 e스포츠 세상(www.sktelec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