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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이제동의 의지를 꺾은 최지성의 '3연벙'

WCS 시즌2 파이널 우승컵을 거머 쥔 최지성.
WCS 시즌2 파이널 우승컵을 거머 쥔 최지성.
안녕하십니까.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입니다.

지난 25일 독일 쾰른에서는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WCS) 시즌2 파이널이라는 대회가 열렸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로 열리는 가장 큰 대회가 바로 WCS인데요. 한국과 북미, 유럽에서 시즌별로 상위 5~6명의 선수를 선발하고 이 선수들이 모여서 시즌 파이널을 치릅니다. 시즌1 파이널에서는 STX 이신형이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시즌2에서는 스타테일 최지성이 EG 이제동을 격파하면서 우승했습니다.

이번 핀포인트에서는 최지성이 이제동을 꺾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했던 3세트를 분석해보도독 하겠습니다.

WCS 시즌2 파이널 결승전에서 최지성과 이제동이 대결한다고 발표됐을 때 이제동이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최지성이 스타2:군단의 심장에서 보여준 저그전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기 때문입니다. 군단의 심장에서 최지성의 저그전 성적은 세트 기준으로 4승11패였습니다. 개인리그인 WCS와 단체전인 GSTL의 성적을 모두 합산 한 것이고 최근 국 내 리그에서는 7연패를 당하면서 저그전 취약 테란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었죠.

◆폭격으로 무너뜨리다

최지성은 저그전에 약점을 갖고 있었지만 저그전의 기본기가 없는 선수는 아닙니다. 스타2에서 테란은 저그전과 프로토스전, 테란전 모두 해병과 불곰, 의료선을 사용해서 경기를 풀어갑니다. 화염차와 공성전차, 토르, 땅거미지뢰를 사용하는 메카닉 전략도 가끔 나오기는 합니다만 바이오닉 전략을 사용할 경우 전투 지속력이 강해지고 의료선을 활용한 견제도 수월해지기 때문에 테란 선수들은 바이오닉 전략을 자주 택합니다.

최지성의 특징은 프로토스와 테란전이 강하다는 점입니다. 프로토스를 만나서는 건설로봇을 동원한 타이밍 러시를 자주 선보이고 테란전에서는 의료선 견제보다는 바이오닉 병력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통점은 대부분의 경기를 바이오닉으로 치른다는 것이지요.

전진 병영을 건설하고 있는 최지성.
전진 병영을 건설하고 있는 최지성.

이제동과의 결승전에서도 최지성은 바이오닉 체제를 택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병영에서 생산되는 해병과 불곰을 조합한 최지성은 의료선을 앞세워 힘싸움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땅거미지뢰를 동반해서 이제동의 유닛을 줄여줬죠. 포위공격을 당하면서 힘이 빠지는 듯했지만 생산 시간이 짧고 가격이 싼 바이오닉 유닛들을 곧바로 전장에 동원하면서 전투를 지속했습니다.

결국 지속적으로 힘싸움을 걸면서 최지성은 인구수에서 이제동을 앞섰고 공격력과 방어력 업그레이드가 3까지 완료되면서 저그의 병력을 녹여 버렸습니다. '폭격기'라는 별명에 걸맞은 전투력이었죠.

◆머리를 쓰다

최지성은 'Bomber'라는 아이디를 씁니다. 폭격기, 폭파범이라는 뜻인데요. 엄청나게 공격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기 때문에 만든 아이디입니다. 실제로 최지성은 방어보다는 공격을 선호하면서 화끈한 전투력을 보여줍니다. 이제동과의 결승전 1, 2세트가 실제로 그러했죠.

3세트에 임할 때 최지성과 이제동의 머리 속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최지성의 맹폭에 1, 2세트를 놓친 이제동은 더 큰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매 경기마다 힘싸움, 대규모 전투를 펼쳐온 최지성이었기에 이제동은 온통 힘싸움만 생각하고 있었죠.

최지성은 달랐습니다. 머리를 쓰기로 마음을 먹었지요. 1, 2세트에서 보여줬던 3기의 사령부를 유지한 뒤 병력을 쏟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초반에 경기를 끝낼 생각을 가졌습니다.

네오플래닛S 맵 이미지.
네오플래닛S 맵 이미지.

3세트는 '네오플래닛S'라는 맵에서 펼쳐졌습니다. 1, 7시에 스타팅 포인트가 있는 이 맵은 변칙 전술을 펼치기 좋습니다. 맵 중앙 지역 언덕 아래에도 건물을 지을 수 있고 6시나 12시에도 건물을 배치하기 좋습니다. 상대의 위치를 이미 알고 있기에 원하는 곳에 작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최지성은 5시 지역에 병영을 지었습니다. 이제동이 힘싸움을 위해 앞마당에 부화장을 먼저 가져갈 것이라 예상하고 초반에 밀어붙였습니다. 해병을 생산해 병영 근처에 배치한 최지성은 병영을 하나 더 지었습니다. 그리고 건설로봇 한 기를 더 동원해서 공격을 시도합니다.

◆저그가 가장 싫어하는 '3연벙'

최지성은 해병 2기와 건설로봇 3기를 이끌고 이제동의 앞마당 지역에 당도했습니다. 3기의 건설로봇을 대동했다는 것은 곧바로 벙커를 짓겠다는 의도이지요. 부화장의 시야에 보이든 말든 벙커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3개의 벙커를 지은 최지성은 해병 2기를 벙커에 한 기식 넣었습니다.

이제동의 대처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부화장 뒤쪽에 가시촉수를 건설하면서 대비책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값이 싼 해병은 계속 벙커 주변으로 모여들었고 벙커를 채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동이 저글링과 일벌레, 여왕까지 앞으로 내보내면서 가시촉수를 이동시켜 벙커를 일점사했지만 최지성은 3기의 건설로봇으로 벙커를 수비하면서 버텨냈습니다. 벙커 하나를 파괴했지만 두 개의 벙커가 살아 남았고 이제동의 부화장이 깨지면서 승부는 결정이 났습니다.

이제동의 앞마당 앞에 벙커 3개를 연달아 건설하고 있는 최지성.
이제동의 앞마당 앞에 벙커 3개를 연달아 건설하고 있는 최지성.

사실 저그는 3개의 벙커를 정말 싫어합니다.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시절 임요환이 홍진호와의 EVER 스타리그 2004 4강전에서 벙커 전략을 들고 나왔고 세 경기에서 연달아 사용하면서 '3연벙'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공포의 대상이 됐죠. 그러다가 저그 선수들이 테란의 초반 벙커링을 상대로 드론과 저글링으로 막아내면서 공포는 사그라드는 것 같았습니다.

스타2에서 벙커링은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전략이 됐습니다. 테란이 저그를 상대하기가 수월해지면서 굳이 벙커링을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선수들이 늘어났지요. 괜히 벙커링을 했다가 초반에 밀리면 전세를 뒤집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타1과 스타2의 벙커는 성향이 많이 다릅니다. 스타2의 벙커는 건설 시간이 30초로 짓는데 드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대신 완성될 경우 체력이 400이나 되기에 활용도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또 일점사가 가능해서 폭발적인 화력을 자랑합니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최지성이 3개의 벙커를 짓는 초반 전략을 택한 것은 이제동을 흔들기 충분했습니다. 힘싸움을 대비하고 있던 이제동은 3개의 벙커가 지어지는 순간 패배를 직감했습니다. 막아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지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3세트에서도 최지성이 승리하면서 스코어가 3대0으로 벌어졌다는 것이지요. WCS 시즌2 파이널 결승전에서 최지성이 이제동을 4대0으로 제압하는 발판이 바로 3세트 '3연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데일리e스포츠 이소라 기자 sora@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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