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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글로벌 스타2가 살아남으려면

[기자석] 글로벌 스타2가 살아남으려면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시즌3 아메리카를 중계한 북미 스타리그(NASL) 중계진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무엇일까요? 바로 'Korean player'와 'Non-Korean player'였습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지역 대회이지만 워낙 상위권에 오른 한국 선수가 많다보니 Korean Player가 가장 많이 들렸습니다.

21일(한국시각) 끝난 WCS 아메리카 시즌3에서는 '폴트'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최성훈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재미있던 것은 현장을 찾은 많은 미국 팬들이 최성훈 선수가 경기를 할 때 'USA'라고 구호를 외치며 응원한 것입니다. 대부분 팬들이 미국 선수가 전멸한 상황에서 본토에서 유학 중인 최성훈 선수를 미국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죠.

오죽 상위권에 오른 자국 선수가 없었으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3 월드 챔피언십에서 보여줬던 미국 관중들의 응원 행태와는 정반대였습니다. 롤드컵 때 미국 팬들은 북미 지역 대표로 출전했던 클라우드나인이나 TSM 스냅드래곤, 벌컨 테크바긴스 등 자국 선발전을 통해 대회에 나선 선수들을 응원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미국에서 유학이라도 하는 한국 선수를 미국 선수로 둔갑시켜 함성을 보내야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던 것이지요.

이런 일은 블리자드가 WCS 대회에서 지역 제한을 풀어버리면서 생겼습니다. 대회가 시작하기 전부터 언론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잔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블리자드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결국 WCS 유럽, 아메리카, 코리아 세 개 대회에서 상위 라운드는 한국 선수가 장악했고 외국 선수는 찬밥 신세가 됐습니다. 오는 11월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리는 WCS 글로벌 파이널도 한국 선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해외 스타크래프트2 게임단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아닌 다른 국적을 가진 선수들은 해고나 계약 해지 바람이 불고 있고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빼어난 기량의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지 못하면 내년 WCS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 뻔하기에 팀을 해체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게임단도 있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WCS는 내년에도 지금의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언론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블리자드는 여전히 지역 제한에 대해 부정적인 것 같습니다.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례들을 들며 지역 제한하지 않을 것이며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까지 내비쳤습니다.

블리자드의 WCS에 대한 정책 결정을 보면 시장의 사정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성훈이 미국 팬들로부터 응원을 받으면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제동과 장민철 등 인기 게이머들이 북미와 유럽 지역을 통해 WCS에 출전하고 있지만 국내외적으로 과연 스타2 선수들을 데리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팀이 많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스타2 대회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았고 해외 선수들이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한국 선수를 넘을 가능성은 0에 가깝기 때문에 굳이 돈을 들여서 팀을 운영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리그 오브 레전드, 도타2 등 스타2와 경합을 이루는 대회들이 엄청난 규모의 상금과 인기를 앞세워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에 스타2 선수들은 종목 전환까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만약 블리자드가 내년 WCS에서도 지역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은퇴하는 선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팀들은 해체할 것입니다.

WCS가 살아나기 위해선 상금 규모도 커져야 하고 세밀하게 손 봐야할 것이 많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제한을 걸어서 한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해외 선수들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스타2 리그는 전세계적으로 위기입니다. 선수들에게도 매력을 잃어버렸고 대회는 예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습니다. 스타2 우승 상금은 2000만원에 불과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2의 경우 5명이 플레이하는 단체전이고 스타2는 개인전으로 열리기 때문에 개인에게 돌아가는 상금 규모는 비슷하다고 항변할 수 있지만 개최되는 대회 숫자가 적다는 점은 선수들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지역에서는 스타리그와 GSL이라는 2개의 개인리그가 존재했지만 WCS가 도입되면서 하나로 줄었으니까 불만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MLG나 IEM과 같은 크고 작은 해외 대회까지도 스타2 종목을 택하지 않거나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해외의 스타2 선수들도 입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블리자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내년 대회 구조를 짜야 합니다. 여러 가지 해결책이 존재하겠지만 WCS의 지역 제한을 강화하는 것이 글로벌 e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스타2가 살아남는 방법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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