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3이 열렸던 부산 벡스코에서 판도라TV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윈터 2013-2014 시즌의 막이 올랐는데요. 시즌3 월드 챔피언십 우승팀 SK텔레콤 T1 K의 막강한 위용을 비롯해 CJ 블레이즈의 저력, 제닉스 스톰의 약진, 전성기 때를 방불케 했던 삼성 갤럭시 오존 등 국내 최고의 팀들이 펼치는 다채로운 경기가 이어지면서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팬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줬습니다.
롤챔스 윈터 1주차, 총 6경기가 펼쳐질 동안 유독 눈에 띄는 챔피언이 있었습니다. 바로 쉬바나인데요. 쉬바나는 총 12세트 중 6세트나 등장했습니다. 군중제어기 부재와 경기 후반에는 '고기방패' 밖에 되지 않는 애매한 포지션으로 인해 선수들에게 외면 받았던 쉬바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죠.
또 나진 소드 '엑스페션' 구본택, CJ 블레이즈 '플레임' 이호종, 삼성 갤럭시 블루 '에이콘' 최천주는 쉬바나를 선택해 맹활약, MVP에 선정되기도 했죠. 이번 롤챔스 윈터 1주차 경기들을 보면 '탑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레넥톤의 자리를 쉬바나가 위협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매 시즌 상단에는 항상 각광받는 챔피언들이 있었습니다. 제이스가 OP였던 시절에는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럼블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도 했고, 사기스러운 생존력과 이니시에이팅 능력을 보유한 자크는 너프되기 전까지 매 경기 선수들의 선택을 받았죠.
또 지난 시즌에는 삼위일체의 상향으로 인해 잭스가 다시 대회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궁극기를 갖고 있고, 스플릿 푸시 운영이 가능한 쉔과 단단한 맷집, 스턴, 도주기와 추격기를 함께 갖고 있는 레넥톤은 시즌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지요.
어쨌든 상단 라인은 늘 '대세 챔피언'이 득세를 하는데요. 올 시즌은 쉬바나가 그 자리를 확실히 꿰찰 것으로 보입니다.
◆쉬바나, 왜 뜨나?
롤챔스가 개막하기 전 CJ 블레이즈 '플레임' 이호종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솔로랭크에서 쓸만한 챔피언이 무엇이냐고 말이죠. 돌아온 답은 레넥톤과 쉬바나였습니다. 쉬바나? 처음에는 '예전 M5(현 겜빗 게이밍) 시절에나 OP였던 쉬바나를 왜 쓸까'라고 생각했죠.
당시 이호종은 쉬바나를 신지드처럼 운영하면 된다고 귀띔했습니다. 라인을 푸시하면서 파밍에 주력하는 거죠. 또 방어 아이템 위주로 갖추되 흥했을 경우 공격 아이템을 가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 땐 잘 감이 오지 않았지만 롤챔스 윈터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쉬바나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동안 '고인'으로 분류됐던 쉬바나가 다시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레넥톤을 견제하기 위함입니다. 일단 레넥톤이 상단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이유부터 살펴보죠. 레넥톤은 별도로 체력이나 마나, 기력을 사용하지 않고 스킬을 사용하고, '양떼 도륙'에는 흡혈 능력이 있어 라인 유지력이 상당히 좋고 푸시력 또한 상당합니다.
또 스턴기인 '무자비한 포식자'로 인해 아군 정글러의 갱킹에 대한 호응력도 매우 뛰어납니다. 게다가 '자르고 토막내기'는 상대를 추격하거나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도주기로 사용되며, 얇은 벽까지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죠.
레넥톤은 특별히 공격 아이템을 갖추지 않아도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힐 수 있고, 라인전 역시 밀리는 챔피언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강력합니다. 여기에 보너스 체력을 부여하는 궁극기 '강신'은 레넥톤을 한층 더 단단하게 해주죠.
이러한 레넥톤과 라인전에서 전혀 꿇리지 않는 챔피언이 바로 쉬바나입니다. 쉬바나는 레넥톤과의 딜 교환에서 전혀 뒤쳐지지 않고, 스킬에 물리 데미지와 마법 데미지가 섞여있어 동일한 아이템을 갔을 경우 쉬바나가 우세한 상황을 이끌게 됩니다. 또 쉬바나 역시 레넥톤과 같은 '노 코스트'형 챔피언입니다. 레넥톤과 비교해 라인 유지력, 푸시력면에서 결코 부족하지가 않습니다.
또 지난 7월 3.9패치를 통해 '화염 숨결'이 관통형으로 바뀌었고, '화염 숨결'이 적중된 상대에게는 최대 체력의 2%의 추가 데미지까지 줄 수 있게 됐습니다. 게다가 1.5초당 분노 생성량이 최대 3까지 증가, 상당히 자주 궁극기인 '용의 강림'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또 궁극기 시전 후 분노 감소량이 초당 6에서 5로 감소, 좀 더 오래 용의 형상을 취할 수 있게 됐죠.
쉬바나는 6레벨 이전에는 갱킹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규모 교전에서 단단한 맷집, 진형 파괴 등을 앞세워 레넥톤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칠 수 있습니다.
이현우 해설위원은 "쉬바나가 레넥톤을 상대로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만약 레넥톤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최상의 선택"이라고 하더군요.
◆이보다 더 단단할 순 없다
쉬바나의 패시브 스킬인 '용족의 분노'는 쉬바나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최대 20까지 증가시켜주고, 궁극기인 '용의 강림'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2배로 늘어납니다. 쉬바나가 단단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쉬바나의 맷집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 경기는 나진 소드와 IM 2팀의 1세트 입니다.
나진 소드 구본택은 IM 2팀과의 경기에서 'PLL' 박재권이 레넥톤을 고르자 지체없이 쉬바나를 선택했습니다. 라인 스왑을 통해 포탑 하나씩을 주고받은 뒤 구본택은 상단으로 향했는데요. 구본택은 '연소'를 이용해 빠르게 라인을 민 뒤 상대의 블루 골렘을 두 번이나 스틸하면서 유리한 전개를 이끌었습니다. 라인 푸시 후 상대 정글의 늑대나 아군 작은 골렘 등을 계속해서 사냥하면서 파밍에 집중했죠.
구본택은 27분 경 벌어진 드래곤 앞 전투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며 승리를 이끌었는데요. 압권은 38분경 벌어진 전투였습니다. 구본택은 5대5 전투에서 적진 한 가운데 뛰어들어 상대 네 명의 집중 공격을 모두 받아내고도 생존해 빠져나왔습니다. 그 사이 나진 소드는 IM 2팀의 레넥톤을 잡아내면서 수적 우위를 점했죠. 이 전투에서 나진 소드는 순식간에 4킬을 따냈고, 그대로 넥서스까지 파괴하면서 승리했습니다.
CJ 블레이즈 이호종은 SK텔레콤 T1 S '마린' 장경환의 럼블을 맞아 처음에는 고전했는데요. 하지만 쉬바나가 정령의 형상을 갖추자 마법사의 신발, 기괴한 가면을 갖춘 럼블을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또 전투가 벌어질 때면 '용의 강림'을 사용, 언제나 정확한 위치에 떨어지면서 상대의 진영을 파괴했죠.
또 이 경기에서 이호종은 쉬바나의 라인 푸시력과 기동력을 앞세워 스플릿 푸시를 통해 상대 시선을 뺏는가 하면 홀로 적 정글에 뛰어들어 다수의 공격을 맞아가면서 아군이 내셔 남작을 사냥하는 시간을 벌기도 했습니다. 이호종은 7킬 2데스를 기록, 팀 승리를 이끈 공을 인정받아 MVP에 뽑혔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챔피언에서 대세로 떠오른 쉬바나가 올 겨울 선수들의 손에서 얼만큼 더 멋진 챔피언으로 거듭나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됩니다.
[데일리e스포츠 강성길 기자 gillni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