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2로 진행되는 SK텔레콤 프로리그 2014도 본격적인 막을 올렸습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2014년을 맞아 새로운 코너를 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해 보려 합니다.
이번에 선을 보이는 코너는 'IF'입니다. 영어로 IF는 '만약에'라는 뜻을 갖고 있지요. IF라는 코너는 '만약 이렇게 했다면 승부가 어떻게 진행됐을까'라는 이야기를 담는 장입니다. e스포츠 팬들도 경기를 보시고 나서 게시판이나 대화를 통해 상상 또는 복기를 자주하시는데요. 데일리e스포츠는 이 코너를 통해 승부의 요점을 짚어보고 되감아 보려 합니다.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IF'를 연재하는 첫 날 돌아볼 경기는 SK텔레콤 T1 김민철과 프라임 김구현의 31일 대결입니다. 2013년의 마지막날에 열린 프로리그 2세트에서 김구현은 멋진 전략과 뒤끝 있는 운영을 통해 WCG 금메달리스트인 김민철을 잡아내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이틀전 송현덕을 꺾었을 때와는 또 다른 울림을 만들었는데요. 승자인 김구현보다는 패자인 김민철의 입장에서 이 경기를 되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군주야 어디가?
김민철과 김구현의 대결이 펼쳐진 전장은 '우주정거장'입니다. 블리자드가 내놓은 '우주정거장'은 원래 4개의 스타팅 포인트가 있지만 프로리그에서 사용되는 '우주정거장은' 토너먼트 에디션이기에 2인용으로 수정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위치가 11시로 확정되면 상대방은 5시에 있다는 뜻이 되지요. 김구현 또한 탐사정을 조금만 생산하고 곧바로 김민철의 진영 근처인 6시로 탐사정을 내려 보냅니다. 수정탑을 짓고 관문을 이어가면서 공격하겠다는 뜻입니다.
김민철은 무난한 플레이를 선택합니다. 광물이 모일 때까지 지속적으로 일벌레를 생산했고 앞마당에 부화장을 펼칩니다. 그리고 정찰을 위해 두 기의 대군주를 김구현의 진영으로 보냅니다. 대각선으로 두 기를 날리지요.
첫 번째 대군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두 번째 대군주까지 대각선으로 보내는 일은 '오버'라는 생각을 하셨겠지요? 중계진 또한 두 번째 대군주를 대각선으로 보내자 "왜 저리로 가나요?"라고 의문과 안타까움을 표했는데요.
의문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유는 이 맵에는 젤나가 감시탑이 4개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감시탑을 장악하면 꽤나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에 상대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맞춰갈 수 있습니다. 게다가 4개나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대군주를 2기나 밀어 넣으면서 김구현의 움직임을 볼 필요는 없었습니다. 물론 대군주가 감시탑 위에 있다고 해서 지상 유닛이 차지했을 때만큼 시야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기에 대군주 2기를 김구현의 진영 근처로 배치하겠다는 김민철의 의도가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대군주보다는 일벌레로 정찰을 시도하면서 김구현의 전진 기지를 확인하려는 의도를 보였다면 초반에 큰 피해를 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아쉬움이 있다면 김구현이 광자포 러시를 시도했을 때 김민철의 세 번째 대군주가 광자포에 맞아서 사망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로 인해 김민철은 병력을 17에서 더 이상 늘리지 못했습니다. 인구수가 막히지는 않았지만 일벌레든, 저글링이든 빨리 충원해야 했지만 대군주 컨트롤 실수로 인해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일벌레야 뭐하니?
김구현의 광자포 러시가 시도되려는 타이밍에 김민철은 센스 있는 선택을 한 번 합니다. 자신의 앞마당 확장 기지에 지어지던 수정탑을 공격하기 위해 일벌레를 동원했던 김민철은 김구현의 광자포 2기가 완성되고 광전사가 밀고 들어오자 지어지던 부화장을 취소한 뒤 일벌레 한 기를 빼돌렸습니다.
김구현의 전진 관문과 제련소의 위치를 확인한 이 일벌레는 상대 진영으로 몰래 숨어 들어갑니다. 입구를 지키는 병력이 없었기에 김구현의 본진 구석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했고 자원이 되는 대로 부화장을 지을 생각이었죠.
그렇지만 김구현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는 탐사정 한 기로 자신의 본진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바람에 김민철의 몰래 부화장은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만약 몰래 부화장 전략이 성공됐지만 김민철은 김구현의 본진에서 저글링을 생산, 상당히 큰 피해를 줄 수 있었겠죠.
이 전략이 막힌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구현이 스타크래프트를 하루 이틀한 선수가 아니라는 가장 큰 이유가 존재하죠. 프로리그에서 200 경기 이상 소화한 김구현은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 때부터 묘한 수들을 많이 경험했죠. 특히 저그전에서 일벌레가 본진을 떠난 것이 확인이 된다면 자신의 본진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죠.
◆저글링 너마저!
김구현의 초반 전략이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김민철의 대응도 무척 좋았습니다. 앞마당에 지어지던 부화장을 취소한 뒤 김민철은 본진에 가시촉수를 건설, 본진 입구 지역에 배치하며 돌파 작전을 준비했습니다. 사전 조치로 대사촉진진화 업그레이드가 완료되기 전 저글링 10여 기를 밖으로 내돌렸고 김구현의 광전삭 따라가자 여왕과 가시촉수로 부화장을 공격했습니다. 광자포 2개 정도야 쉽게 파괴할 수 있는 병력이었죠.
여기에서 아쉬움이 하나 남습니다. 김민철은 10기의 저글링을 김구현의 본진으로 밀어 넣습니다. 확장 기지를 가져가고 있는지 테크트리를 얼마나 올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지만 이 작전으로 인해 김민철은 여유를 찾을 기회를 잃었습니다.
김구현은 6시 지역에 관문과 제련소를 지었습니다. 이를 지탱하고 있던 수정탑은 하나였죠. 김구현의 본진을 두드리러 갔다가 김민철은 예언자에 의해 저글링을 대거 잃습니다. 그후에 6시에 위치한 수정탑을 파괴하러 이동합니다. 한 차례 포위 공격을 시도했지만 수정탑의 체력은 크게 닳지 않았죠. 그리고 김구현의 관문들이 차원관문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광전사 4기가 추가됩니다. 수정탑을 파괴할 타이밍이 늦어진 것이지요.
만약 김민철이 2기 정도의 저글링으로 김구현의 본진을 정찰하고 6시의 수정탑을 먼저 파괴했다면 어떻게 돌아갔을까요? 광전사 4기가 추가로 소환되지는 않았을 것이고 김민철은 부화장 하나를 더 가져가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김민철이 'IF'에서 언급한 대로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승부를 뒤집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김구현이 준비해온 전략들이 수백번 연습한 것처럼 앞뒤가 척척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김민철이 한 수를 던지면 두 수를 내다보고 있다는 듯 대응한 김구현이 이겼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IF'라는 가정은 계속 되어야 합니다. 승률 100%를 담보하는 전략은 없습니다. 만약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발전은 없습니다. 누군가가 만약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스타크래프트라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 10년 이상 성장, 유지, 발전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